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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ul 19. 2021

#11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건..."

Peru. Cusco

마음 가는 곳으로

발길 는 곳으로


꿈만 같던 밤을 지새우고 이제는 쿠스코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마추픽추로 오던 날 만났던 택시 기사님을 만나러 우리는 기차역으로 몸을 옮겼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오늘도 여전히 수줍은 미소와 함께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는 기사님을 만났다.


우리는 기사님과 함께 쿠스코로 가는 길에 여행객들이 흔히 얘기하는 성계투어를 시작했다.

성계투어는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가는 길에

잉카제국의 흔적들을 하나씩 하나씩 피부에 닿아보고 느껴보는 투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투어사를 통해 작은 버스에 몸을 실어 사람들과 함께 투어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투어사를 통해 가기보다는 택시기사님을 꼬셔...서 투어를 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돈이 없어서...

아무래도 투어사보다는 귀찮지만 개인적으로 컨택을 하는 게

거지근성을 가진 배낭여행자인 나와 재하에겐 현명했다.

아니,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둘째, 어디든 멈추기 위해서.

투어 차량을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길이 어느 명소보다도 아름답고 입이 쩍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미친놈처럼 기사님한테 한 번만 내려서 사진을 찍고 가자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기에... 참으로 아쉬웠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는 건, 그곳에 잠깐이라도 내려 여행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또는 잠시 멈춰, 말도 안 되는 풍경을 보며 가만~히 멍 때리고 싶기도 한다.

그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특히나 자연만 보고 온 이곳 남미에선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택시를 타고 성계투어를 시작했다.

역시나... 이놈의 남미는 조금만 움직여도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계속되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기사님과 함께 내려 사진을 찍고 가만히 풍경을 보며 함께 추억을 만들어갔다.

재하와 택시기사님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우리의 배도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황홀한 자연 속, 식당 하나 없을 거 같은 풍경 앞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다.

파스타 집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앞에 두고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먹는 크림 파스타의 맛을 어떨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들뜬 마음으로 우린 크림 파스타, 바질 파스타를 하나씩 주문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레스토랑


기다리는 동안 상큼한 레몬에이드 한 잔이 먼저 나와서 조금씩 목을 축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마시는 레몬에이드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아니,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파스타가 하나씩 나왔다.

흠.... 여기선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거 같은 마음에 본 파스타는...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배경 앞에 놓인 파스타는 살면서 본 파스타 중에 가장 맛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뭔들 먹어도 맛이 없겠냐라는 마음에 포크로 돌돌 말아 한 입 먹어보았다.

흠.... 정말 맛이 없었다...

실패다... 실패라는 단어도 아까울 정도로 그냥 망했었다...

이거 또한 추억이라며 허탈한 웃음과 함께 한 입 한 입 먹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파스타를 먹고 다시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의 크림 파스타...


여기저기 투어를 하고 쿠스코로 돌아가는 길,

택시 기사님께서 잠깐 산 중턱에 멈추어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한다.

오랫동안 엉덩이를 차에 붇힌 탓에 뻐근한 몸을 풀며 기지개를 한 번 쭉~~ 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예쁘게 단장한 알파카가 몇 마리 있었다.

페루에 와서 꼭 한 번 알파카와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옆에 계시는 알파카 주인분들에게 여쭙고 재화와 함께 알파카와 사진을 찍기로 했다.

정말 귀여운 알파카와 그 옆에서 우리를 신기하게 보는 주인아주머니와 시큰둥한 표정인 그녀의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 마냥 해맑게 웃고는 배낭 여행자인 재하와 나.

나는 그 사진이 아직도 왜 그렇게 좋은지....

간혹 생각이 날 때면 꺼내보곤 한다.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성계투어, 

그리고 짧았지만 묵직했떤 재하와의 여행도 마무리 되었다.

재하와 나 그리고 알파카


우리는 여행을 할 때 본인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

그 스타일 때문에 여행까지 와서 정말 친한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또는 그 스타일이 맞아서 항상 그 친구와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한다.


다양한 여행 스타일이 있지만 나는 어느 유명한 관광지를 가는 거도 물론 좋지만

여행자가 없는 굉장히 낯선 곳에서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걸 좋아한다.

재하 또한 그랬다.


여행자가 없는 조용하고 낯선 곳을 간다는 건

어떤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꺼리기도 하고,

그 멀리까지 가서 그런 곳에 굳이 왜 가냐며 시간 아깝다고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낯선 곳들을 갔을 때, 그 나라를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악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순박한 현지인들과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공기를 마시고 있는지,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다시 한번 그 나라에 대해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


성계투어를 하며 사람들이 가는 관광지에서 찍었던 수백 장의 사진보다

우연히 만난 알파카와 주인분 그리고 그녀의 아들을 만나서 찍었던 한 장의 사진이

내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레 왔고 앞으로도 그런 낯선 여행을 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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