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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Aug 18. 2021

#12 "Hey AJ!!"

Peru. Vinicunca

재하를 떠나보내고 이제 또 다른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디서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나 또한 쿠스코에서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재하의 쓸쓸한 옆자리를 남겨두고 투어차량에 몸을 실었다.

무지개 산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비니쿤카로 출발한다.


역시나 쉽지 않은 페루는 장시간 동안 이동한 후에야 비니쿤카 입구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입구에는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허름한 옷과 허름한 신발을 신으신 60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과

그 옆에 목줄을 차고 있는 말들이  줄을 지어있다.

비니쿤카가 세계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비니쿤카에 가려고 하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해발 5200미터에 위치한 비니쿤카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고산병과의 싸움이다.

그토록 힘든 고산병 때문에 현지인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말을 태워주며

새로운 생계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69호수에서 4600m를 올라가다 죽음을 맛봤기에 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곧장!! 말에 몸을 실었다.

양발을 말 굽에 올리고 편히 가는가 싶더니...

육체는 어느 때보다 편했지만 마음이 상당히 불편해졌다.

나보다 20kg는 말라 보이시는 어르신께서 말을 댕겨가며 그 높은 고산을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이 어르신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돈벌이가 되기에

어르신은 그 높은 고산을 걷지도 않고 뛰어가며 말과 나를 이끌어 갔다.

한편으론 그렇게 고산을 뛰어가는 어르신이 대단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너무나도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르신과 나


그렇게 정상에 오르고 등산을 조금만 하니 드디어 무지개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지개 산을 보며 멍때리던 찰나 누군가 나의 어깨를 툭! 쳤다.


Hey AJ!!

이 먼 타지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게다가 영어 이름이 쑥스러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나의 영어 이름도 모르는데...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며칠 전 와카치나사막에서 본 커플이었다.

모닥불 앞에서 와인을 마시며 함께 취해가며 얘기를 나눴던 그들을 비니쿤카에서 마주했다.

정말 반가워서... 보자마자 소리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선 함께 비니쿤카의 정상에 올랐다.

반갑다며 인사하는 우리


정상에 올라 고산에서 쿵쾅거리는 내 심장에 휴식을 주며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그렇게 쉬는 동안 내 앞에 수많은 여행객들이 지나쳤다,

그중에서도 유럽에서 온 듯해 보이는 한 커플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 쓸데없는 오지랖을 또... 피웠다.


Do you want me to take a picture of you guys?

너무 아름다웠던 그들의 모습을 담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했지만

지금 시간이 지나서 보니 더 예쁘게 찍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큰 추억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어느 유럽에서 온 커플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설렘과 즐거움도 있지만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마주칠 때의 반가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일이다.

이 넓은 남미라는 대륙에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또다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만난다...

인연이라는 단어는 이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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