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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Feb 03. 2021

#5 "우리 못 만났으면 우짤뻔 했노."

Peru. Huacachina

엇갈릴뻔했던 우리의 만남.


꿈만 같던 밤을 지새우고 이카의 둘 째날이 밝았다.

우중충한 먹구름이 다 씻겨 나가고 맑은 햇살이 아침을 맞이해준다.

'오늘은 버기 투어를 할 수 있겠구나!'

좋은 예감을 갖고 아침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다른 숙소들과 마찬가지로 조식 메뉴는 정말 간단했다.

작은 빵 두 조각, 스크램블 그리고 커피와 주스

잠이 덜 깬 채 별 기대 없이 스크램블을 한 숟가락 입에 물었다.

와우...

놀라웠다... 스크램블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

적당하게 소금과 후추로 간이 되어 있고 거품을 씹는 거처럼 정말 부드러웠다.

하얗게 뭉친 구름을 입에 넣는 다면 이런 느낌일까..

분명 재료는 계란과 소금 그리고 후추가 끝일 텐데 이렇게 맛있는 스크램블은 처음이었다.

요즘 나의 최애 계란은 에그드랍에서 먹는 계란이 나의 최애 계란이고 그걸 정말 좋아하는데

조식으로 먹었던 그 계란은 도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에그드랍보다 더 맛있었다.

계란 얘기를 써내려 가다 보니 계란 먹으로 이카에 다시 가고 싶어 진다...

unbelievable egg

그렇게 계란의 놀라움을 뒤로한 채 그토록 기다린 버기 투어 신청을 하러 사막으로 출발했다.

며칠 전 남미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인 남미사랑을 통해 오늘 와카치나로 온다는 분과 연락이 되어

그분의 일행들과 총 4명이 함께 버기투어를 하기로 했다.

일행들이 도착하기 전,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서 4명 예약을 하고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버기투어 출발지 (pm. 3 : 30)

투어 시간은 일몰 시간에 맞춰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라서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조금 일찍 투어사에 도착했다.


버기투어 출발지 (pm. 3 : 50)

투어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30분 전부터 동행들과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다.

분명 3시 30분쯤에는 투어사로 도착해서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연락도 안되고

투어 시간도 다가오니 친구들은 어디 있냐며 얼른 오라고 하는 가이드의 말에 더욱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연락이 되지 않아 쓸쓸히 혼자 투어를 해야 하나... 생각에 쓸쓸함에 더해 그들이 조금 밉기도 했다.


버기투어 출발지 (pm. 3 : 55)

투어 출발이 5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이제 마음을 비우고 가이드에게 친구들은 일이 생겨 못 온다고 하고 출발하자고 말을 했다.

같이 못하는 아쉬움, 더 기다려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그리고 연락 한 통 받지 못한 속상한 마음이 교차했다.


버기투어 출발지 (pm. 3 : 58)

'부릉~ 부릉~'

버기차 시동이 걸린다.

'띠리리띠리 띠리리띠'

시동 소리와 동시에 보이스톡 소리가 들린다.


"정말 죄송해요... 저희 이제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서 이제야 연락이 온 것이다.

조급하고 정말 미안함에 떨리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달되자

속상했던 내 마음은 다 가라앉고 조금 늦긴 했지만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행복했다.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앞으로의 남미 여행을 함께 하게 될 새로운 여행 메이트 학선이형

누구보다 남미를 제대로 즐길 줄 알고 가끔은 미친 사람처럼 그들과 어울리는 지연이누나

같은 고향인 대구에서 온 인준이형

그렇게 버기투어와 함께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학선, 인준, 지연 그리고 나


버기투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드넓은 사막 위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버기카 스피드에 몸을 맡기고 사막을 즐기기 위해.

둘째, 보드에 내 몸을 맡기고 체감 100킬로의 사막 썰매를 타고 사막을 즐기기 위해.

셋째, 사막에서의 일몰...

그중에서도 나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사막에서의 일몰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1시간 정도 버기카에 타고 사막을 돌아다니고,

썰매를 타고난 후에 오늘 하루도 뜨겁게 사막을 뒤덮었던 태양 마중을 나갔다.

드넓은 사막에서 가장 노을 뷰가 좋은 포인트에 가보니

벌써부터 많은 버기카들이 사막 위에 주차하고 여행객들의 꿈을 이루어 줄

그 날의 일몰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의 일몰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 아름답다거나 또는 정말 꿈만 꾸던 곳에 왔다거나 할 때 나는 잠시 동안 멍하니 있곤 한다.

사막에서 일몰을 볼 때도 그랬다.

이 모습이 정말 아름답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내가 서있다는 것

그리고 그 위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있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내가 꿈만 꾸던 순간이었기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혼자가 아닌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더욱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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