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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an 29. 2021

#4 사막을 오르다.

Peru. Huacachina

고개를 숙이고 오르다 보면 놓치는 것들.



어느 사막에 가던 우리는 그 사막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그리곤 그 봉우리를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봉우리에 오르면 기분이 어떨까?
내가 가는 동네 앞산의 봉우리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까?
생각보다 낮아 보이는데 금방 올라가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낯선 사막을 눈 앞에 두고 수많은 기대를 품고 사막에 오른다.

그리고 10분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은 욕을 한 마디씩 하며 숨이 조금씩 거칠어진다.

봉우리로 가는 길

어느 사막이던 올라본 사람들은 왜 욕이 나오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동네 놀이터 구름사다리 밑에서 볼 수 있었던 정말 고운 모래들,

그런 모래들이 쌓인 사막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

내 발가락들이 모래에 잠길만큼 푹푹 내려앉게 된다.

그렇게 한 걸음을 내딛으면 반 걸음이 내려가면서

올라도 올라도 그 자리에 맴도는 듯이 사막은 계속 우리에게 장난을 친다.


그렇게 사막의 짓궂은 장난을 받아들이며 봉우리에 올랐을 때,

힘들었지만 올랐다는 뿌듯함에 사진을 찍으며 그저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약 3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사진을 다시 돌아보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나라는 존재는 많이 작지만 그땐 더 작은 존재였다는 걸.

봉우리 위

내가 올랐던 그곳은 어느 봉우리보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올랐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는 마음에 기쁘고 뿌듯하기만 했다.


하지만 사진 속 주변에는 더 높은 봉우리들이 둘러 쌓여있었다.

내가 착각을 했던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목표를 성취했을 때 혹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성취하지 못했을 때

그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목적지까지 오르기 위해 노력했으니 뿌듯해한다.

하지만 주변을 한 번 돌아보면 나는 정말 작은 존재였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옆을 돌아봤다면 더 높은 곳을 오를 수 있었다는 걸.


여행이란, 참 많은 순간들이 모인 시간인 거 같다.

3년 전, 나는 사막을 오르며 뿌듯함과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면

3년 후, 나는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아쉬운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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