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날이다. 휴식을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다카대학이 목적지다. 다카대학교 인근에 공예품 판매점이 있다고 해서 대학교 교정을 둘러보고 모형 릭샤를 사러 나갔다. 바리다라에서 다카대학교까지 우버(Uber)로 380따카다. 20분 정도 소요됐다. 금요일이니 차는 막히지 않는다. 대학교 교정을 돌아보고 뭔지 모를 콘퍼런스(conference)가 진행돼 잠깐 들렀다.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밖에서는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인근 북 페어 장은 북새통이다. 2주 전에 갔을 때보다 규모가 더 커진 듯하다. 한 달 동안 진행되는 북 페어라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른다. 뒤적이는 눈빛이 예사 눈빛이 아니다. 안광지배(眼光紙背)라고 해야 하나. 방글라데시에 이는 독서 열풍은 안광지배다.
공예품 판매점이 밀집된 지역이 있다. 수십 개의 점포가 큰 도롯가에 있다. 위는 육중한 시멘트 교각으로 떠받친 도로다. 전철 길이다. 아직 이 길을 오가는 전철은 없다. 부지런한 손놀림이라면 금방이라도 해낼 듯 한 공사가 마냥 시간 끌기에 들어간 듯하다. 이기고 있는 팀이 침대 축구를 하는 모양새가 이럴까. 시간은 없는데 상대는 여유를 부린다. 정부의 마음은 타들어 가지만 공사는 공사일 뿐이다. 사람 손으로 다 하는 일이 그만하면 빠르다.
공예품점이 모여 있는 거리는 ‘세 지도자의 묘(Mausoleum of Three Leaders) 옆 도로다. 활처럼 휜 도로 위로는 방글라데시 전철이 지나고 전철 길 아래로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4차선 도로다. 묘 쪽 도로 인도에 150미터가량의 노점상을 이루고 있다.
일렬로 늘어선 천막 노점엔 맨 위에 형형색색의 천으로 만든 가방들이 커튼을 쳐 놓은 듯 걸려있고 바닥엔 대나무며, 왕골 같은 식물로 짠 바구니들이 켜켜이 싸였다. 그 옆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방글라데시 가정집 문에 쳐 놓는 구슬이 달린 커튼 대용의 장식품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방글라데시 집권 정당을 상징하는 금색 배, 청동으로 만든 새들이 날아갈 것처럼 날개를 펴고, 물고기가 꼬리를 치고 웅크리고 앉은 소들도 보인다. 작은 소품들은 손목을 아름답게 해 준다는 팔찌, 키를 걸고 다니면 잃어버리지 않다는 앙증맞은 키링, 꽃을 담아 걸어 놓으면 백 년이라도 살 것 같은 식물로 만든 꽃바구니들이 있다. 직접 양철 조각을 오리고, 붙이고 방글라데시 전통 문양을 거친 붓으로 칠해 붓의 올들이 줄로 남아있는 릭샤는 상점마다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자랑과 함께 금방이라고 타고 가면 좋을 듯 바퀴를 굴려 보인다. 세련된 제품보다는 거친 것들이 많다. 가격은 거친 만큼 싸다. 하지만 가격 흥정은 필수다. 나는 한 대에 1,000따카를 부르던 릭샤를 한 대에 350따카 씩 두 대 들여왔다.
작은 물병 하나만 한 예쁜 릭샤다. 릭샤왈라가 처음 릭샤를 샀던 그 설렘이 이런 것이었을까? 릭샤를 탈 손님을 생각한 최대한의 배려를 했다. 노랑 후드에 빨강과 초록으로 불꽃놀이의 화려함을 표현했다. 손님이 앉을자리는 빨강에 흰색 무늬를 넣었다. 그 아래 발판은 흰색 바탕에 녹색의 꽃받침이 있는 붉은 연꽃으로 마무리했다. 후드 뒤 가운데 부분에는 바람구멍을 냈다. 손님은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고, 릭샤왈라는 힘을 덜 드릴 수 있는 묘안이다. 릭샤의 자전거는 검은 틀의 철 구조다. 앞뒤 바퀴의 흙받이는 흰색의 빨강과 초록으로 주변과 조화를 맞췄다. 힘차게 돌아갈 앞바퀴에는 펄럭이는 깃발을 달아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만든 이는 분명 릭샤왈라와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손님이 많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안장에 앉아 있어야 할 릭샤왈라는 릭샤를 버려두고 가격을 흥정한다. 1,000따카, 500따카, 400따카, 결정했다. 4대 사는 조건으로 1,400따카. 한 대에 350따카에 거래된 셈이다. 이 정도면 모두가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