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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샤 2 - 릭샤가 오는 것은 삶이 오는 것이다

by 지구지고

릭샤가 오는 것은 삶이 굴러오는 것이다. 멀리서 천천히 페달을 구르면서 삶을 찾는 것이다. 릭샤왈라(릭샤 운전사)가 찾는 것은 다른 사람이 찾고 있는 것과 다르다. 방글라 사람들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집에서 기다릴 가족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릭샤왈라의 다리에는 근육이 박히는 것이 아니다. 날씬하면서도 강단 있는 아버지의 강인함이 배인 것이다. 릭샤가 손님을 태우고 출발할 때는 출발선에선 100m 선수의 모습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다.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기 위해 몸은 45도로 눕는다. 한 손은 핸들을 잡고 한 손은 릭샤의 몸체를 잡았다, 역도선수가 역기를 움켜잡듯 온 힘을 그 아귀에 실었다. 지긋이 앞을 내다보며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비상을 위해 활주로에 선 비행기다. 천천히, 천천히 그러나 사고가 있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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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샤에 속도가 붙으면 기장은 페달에 한쪽 발을 올리고 한쪽 발은 핸들과 안장 사이로 위태롭게 옮겨 반대쪽 페달에 발을 올리고 질주를 시작한다. 누구나 출발은 힘들다. 핸들은 기장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리 가려면 저리 가고, 저리 가려면 이리 가는 청개구리와 같다. 여간한 경력으로는 승객을 편안하게 만들기 어렵다. 발과 손이 잘 소통해야 한다. 한 몸이라고 모두 하나가 아니듯 어느 하나라도 다른 맘을 먹으며 이륙하지 못하고 만다. 첫 페달을 밟을 때는 일어서서 체중을 페달에 실어 밟는다. 그 힘도 모자라 핸들을 잡은 팔을 있는 힘껏 당기며 일어선다. 거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온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도 같이 페달을 밟는다. 한 바퀴, 두 바퀴 구르면 이제 출발은 잘 된 것이다. 가면서도 릭샤왈라는 앞으로만 가지 않는다. 그의 눈은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보면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등에 흐르는 땀줄기는 그래서 힘들어서 나오는 땀이 아니다. 릭샤왈라가 최선을 다해 승객을 모시려는 정성의 땀이다.


릭샤가 오는 것은 삶이 오는 것이다. 이 정성의 땀으로 릭샤가 구르는 것이다. 땀방울 배인 저고리가 하루의 밥벌이를 제대로 했다는 안심의 상징인 셈이다. 오늘 릭샤왈라가 실어 나른 것은 사람들의 꿈이다. 왈라의 고단함으로 다른 이들의 밥벌이를 더 쉽게 했다. 아이들의 학습을 도왔고 아주머니의 장보기를 도왔다. 릭샤에 올라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을 연인의 사랑을 키우기도 했고, 양손 가득한 무거움을 대신하기도 했다. 릭샤는 오늘도 어둠의 질주를 하고 있다. 밤 9시 30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넘었다. 하지만 삶을 찾아야 할 시간이 조금 남았다. 페달을 구르고 또 구르는 어려움에도 또 구르는 일이 기다리면 여간 좋으련만 마냥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 집에서 기다릴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좀 더 손님을 기다려 봐야 한다.


오늘 잠시 릭샤왈라가 되었다. 릭샤를 타고 가다가 ‘내가 운전을 해봐도 되겠냐’고 하니 선뜻 운전석을 내준다. 한 발을 내려 힘껏 페달을 굴러보지만 릭샤가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하니 조금씩 움직이다 탄력을 받으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전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등에선 몇 번 구르지 않았는데도 땀이 솟는다. 운전대는 뒤가 더 무거운 탓에 붕붕 뜨는 느낌이다. 내가 가려는 방향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이런 일을 릭샤왈라는 매일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릭샤왈라는 형광 조끼 하나, 번호판 하나로 가정을 건사하는 아주 소중한 일이다. 릭샤의 주요 동력은 근육이다. 고된 하루의 마감하는 시간까지 그 깡마른 다리로, 슬리퍼의 얇은 밑창의 그 발로 페달을 밟아 이동한 사람의 수는 셀 수 없다. 릭샤는 이동하지 않고는 손님을 태울 수 없다. 릭샤 대기소에서는 돈벌이가 안 된다. 그저 돌아다니며 찾아야 한다. ‘따릉 따릉’, ‘삑삑’ 소리로 손님을 불러야 한다. 릭샤 호출 체계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릭샤왈라의 고됨을 해소하는 방법은 구르지 않고 갈 수 있을 때 페달은 최대한 아래로 내리고 한 다른 쪽 무릎을 쭉 펴는 것이다. 그래도 한쪽 발은 구부려진다.


릭샤는 운전 구역이 정해져 있다. 조끼가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다 낡은 조끼, 실밥이 터지고 너덜너덜한 조끼, 색깔이 바래 허얘진 조끼를 입은 이유는 그 자격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6천 따카를 주고 조끼를 사야만 릭샤왈라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릭샤왈라의 일부는 본인의 릭샤가 아니다. 릭샤를 빌려서 운전한다. 릭샤 대여료는 하루에 100따카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기를 쓰고 페달을 굴러야 한다. 보통 릭샤왈라의 수입은 하루 800따카 정도라고 한다, 매일 일을 할 수는 없으니 한 달 수입이 한국 돈으로 치면 10만 원 정도 벌이를 한다. 돈을 모아 릭샤를 사야 하는데 이 수입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다. 물론 잘하는 사람은 20~30만 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 정도면 큰 기업의 월급과 맞먹는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본인이 아플 때라고 한다. 수입이 중단되고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방글라데시 사회에는 공동체라는 것이 작동한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공동체에서 돈을 걷어 병원비를 쓸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차보다 릭샤가 많다는 방글라데시에서 릭샤는 교통의 가장 중요한 한 축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릭샤왈라는 그냥 가장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발전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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