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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호텔로

by 지구지고

다시 다카로 향한다. 현지 한국어 교원을 만나 인사를 했다. 현지 교원과 학생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인사하는 와중에 2일간 수업에서 배운 것을 물어보니 잘 알고 있었다.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3시간 동안의 버스 안은 먼지와 더위가 은근하게 땀을 배게 했다. 달릴 때는 먼지여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는 꿉꿉함이 몸을 움직이게 된다. 버스 안 천장에는 선풍기 다섯 개가 매달렸다.


‘이게 작동할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윙-턱 소리를 내며 동시에 일을 시작했다. 승객을 위한 배려라도 하듯 프로펠러의 소리와 함께 힘차게 돌아간다. 뒤쪽의 선풍기는 더덜거림에 더 많이 시달렸는지 삐걱삐걱하며 천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우성을 쳤다. 팬이 돌고 선풍기 머리가 돌며 내는 바람은 승객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바람은 마치 차가운 냉기는 방안에 고이 남겨놓고 불필요하다고 밖으로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의 바람과 같다. 바람을 쐬는데 더 더운, 그런 차 안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다카다. 모하칼리 버스터미널까지 가려다 차가 막혀 가지 못하고 한참 서 있는데 어떤 승객이 ‘버나니’ 하며 내렸다. ‘어! 버나니 그러면 나도 여기서 내려서 가는 것이 훨씬 가까운데 하는 생각을 하면 내려서 짐칸의 캐리어를 꺼냈다.

8-1.jpg 방글라데시 아프트 풍경

차는 CNG와 엉켜서 가지 못했고,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버스에 막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사이에 내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린 곳은 처음 보는 낯선 곳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길을 가르쳐 주는데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여기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그렇다. 제일이 아니면서도 열 일 제쳐놓고 모여든다. 길 하나 물어본 것뿐인데도 여러 명이 달려들어 걱정하고 손짓발짓으로 알려주는 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바리다라’에 간다고 하니, '이리로 죽 가라 '고 길을 알려 줬다.


‘버나니’에서 내려 ‘바리다라’까지 걸었다. 구글 지도로 보니 2㎞는 족히 되었다. 큰길과는 다르게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차들이 없었다. 처음 그 길로 들어섰을 때 인도가 말끔한 보도블록이어서 편안하게 걸었다. 구글 지도를 보니 이 길로 곧장 가면 내가 아는 굴샨의 서클 1이 나온다. 지나는 길은 생소한 길이었지만 그 길은 여느 방글라데시 다카의 길과 다르지 않았다. 릭샤꾼과 흥정하는 사람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건물 앞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버스는 여전히 시간이 없으니 빨리 타야 한다는 듯이 정차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붉은 벽돌담엔 무슨 내용인지 모를 포스터들이 찢기고 떨어져 아래위가 붉은 벽돌이니 붉은 벽돌담이겠지 하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그 위에는 누구도 들어오면 총살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휴전선과 같은 철장이 쳐졌다. 도심 쪽으로 진입하면서 큰 건물이 나타났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영어로 빌딩 이름을 지어 붙였고 작은 정원을 만들어 저마다 내가 제일이라는 표시를 했다. 아직 짓고 있는 건물은 비계로 대나무를 사용했다. 누렇게 마른 대나무가 건물을 받치기 위해 총총히 서 있다. 지나는 길에서 본 아파트는 빨래를 내 널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호수 옆을 지날 땐 다카 특유의 시궁 냄새가 코끝에 전해져 숨을 참아야 할 정도로 고약했으나 커다란 나무와 바나나 나무의 울창한 잎이 가리고 있어 물의 빛깔을 녹색으로 만들었다. 굴산 서클 1 쪽으로 진입하니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싱가라를 파는 식당은 알 수 없는 글씨들로 가득한 책장을 뜯어 만든 종이봉투에 싱가라를 포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인도를 점령한 카레 가게는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기에 바빴다. 서클에는 교통 신호등이 있지만 신호등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차를 막고 있다. 한쪽에선 녹색 제복을 입은 경찰이 버티고 있지만 어떻게 손 쓸 수가 없는지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들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중간쯤 되는 캐리어를 끌고 터덜터덜 걸었다. 언제 걸어 볼지 모를 다카의 거리다. 걷는 길은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해서 캐리어 바퀴가 아우성을 치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캐리어 안에 옷가지가 전부이니 부서질 것은 없어 마음껏 끌었다. 철창으로 담을 쌓아 안쪽을 볼 수 있는 건물은 학교 건물인 듯하다. 아무도 못 들어간다는 듯이 철문이 굳게 닫혔다. 천천히 땀이 안 나게 걸으려 했는데도 옷이 흠뻑 젖었다.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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