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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책 읽는 나라

by 지구지고

방글라데시는 책 읽는 나라다.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방글라데시어 수업 시간을 통해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글라데시어로 된 <어린 왕자>를 사려했을 때 큰 서점이 없어 온라인으로 사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 정보는 잘못된 정보다. 다카대학교 인근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Amor Ekushey Book Fair(2023. 2. 10.)는 대한민국의 Book Fair보다 규모가 더 컸다. 행사장은 야외에 천막을 두르고 도서 전시를 하고 판매했다.


작은 무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인 듯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들이 있었다, 도서 전시 판매 부스는 300여 개가 됐다. 수많은 책이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기 모였다. 매우 많은 매스컴이 촬영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거리에서 보지 못했던 여성들은 여기에 다 모인 듯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엄마는 아이들의 손에 책을 들려주었다.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입구에는 장사진이다.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온다는 말이 맞을까. 흡사 이태원이 생각났다.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은 축구장 두 개쯤 되는 전시장을 꽉 채웠다. 부스에 바짝 붙은 사람들은 책을 뒤적이면서 연신 판매원에게 말을 걸었다. 판매원은 이 책 저책을 꺼내 보여준다.


아이들의 작은 키는 아빠의 손에 의해 커다란 키가 되어 책을 펴 볼 수 있게 되었다. 부스에 모인 사람들은 편안히 책을 보지 못하고 어깨만 부스에 들이밀고 한쪽 발은 약간 뒤쪽으로 뺀 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사람이 생기면 책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 채 발만 비비적거리며 자리를 내준다. 부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뭔가 신기한 것을 찾으려는 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부스를 오락가락한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이들이다. 곳곳에 예쁜 부스가 있으면 그곳이 포토 존이다. 살루아 까미즈를 입은 여인들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방글라데시 전통 여성 의복인 살루아 까미즈는 정말 예쁘다.


이 나라 색인 녹색의 옷은 햇빛을 받아 더 녹색으로 비친다. 진한 빨강 장밋빛 살루아 까미즈는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장미향이 난다. 거기에 황금색 메리골드 몇 송이 얹었으니 그 향기가 오죽하겠나. 화려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길게 늘어진 출렁이는 샤리 끝을 살짝 오른팔에 얹어 걸을 때마다 살랑이는 모습은 학의 우아한 날갯짓 같기도 하고 무대의 조명을 받는 춤사위 같기도 하다. 그런 향기 품은 꽃들이 수천, 수만 송이가 책에서 나온 듯 햇빛을 받으며 그 책으로 또 들어간다. 방글라데시는 책 속에서 살고 책이 없으면 안 될 듯이 전시 부스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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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페어와 함께 열린 전시장에는 한반도 지형같이 둥글게 휘감아 도는 천 위에 여성들이 앉아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운다. 천을 따라가 보니 족히 200여 미터는 된다. 그 끝은 방글라데시를 북에서 남으로 흘러 바다로 흘러들어 만든 삼각주다. 길고 긴 길을 휘감아 돌고 흐름을 막는 것을 피하면서 바다의 품에 안겼다. 그것이 바로 작품이다. 여인들의 웃음을 보면서 ‘예술은 예술을 아는 사람들의 몫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 모두가 예술인이고 예술을 즐긴다. 작품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예술이다. 삶이 예술이니 그 안의 모든 것은 예술이다.


누가 이 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라고 말했는지 수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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