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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3, 벽돌을 구워 그리고 다시 깨서 집을 지어

by 지구지고

할머니의 깊은 한숨 같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다. 오늘따라 더 오토들이 밀렸다. 조금 가 보니 도롯가에는 콩가루 같은 모래를 두 군데나 부어놓았다. 또 빨간색 흙으로 대충 구워진 듯한 적갈색 흙벽돌 두 무더기가 내 키만큼 쌓여있다. 인근의 공사장으로 가져가려는 것들이다. 편도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에 모래와 벽돌을 부어놓은 것이다. 벽돌은 이미 커다란 밤톨처럼 조각이 나고 있었다. 흙벽돌은 털털 거리는 경운기 엔진으로 돌아가는 방아 기계 같은 곳에 집어넣으면 털커덕 털커덕하면서 깨져서 아래로 나온다. 그것도 요령이 있는지 한 사람이 도맡아서 넣는 일만 한다. 부어놓은 벽돌 위에 앉아 깨지는 속도에 맞춰 던져 넣는다. 고추를 방아기에 넣으면 고춧가루가 되어 나오는 것과 같다. 깨져 나온 것은 자갈 같은 벽돌조각과 고춧가루 같은 흙가루다. 흙가루는 쓸모가 없어서 버린다. 그러니 여기선 성기게 부서져야 좋은 것이다. 부서져 나온 흙 자갈 조각은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에 담아서 머리에 이고 나른다. 한 광주리에 50㎏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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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머리에 이기가 어려우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담아서 올려 주는 전담이 있다. 그래서 광주리 네 귀퉁이에 마대를 잘라 만든 손잡이가 달렸다, 두 개는 머리에 이는 사람 몫이요, 두 개는 머리에 이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 몫이다. ‘하나, 둘’ 말로는 하지 않지만 서로 손발이 잘 맞아 말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타이밍에 머리로 올려진다.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 머리 위로 올려진 흙 자갈 광주리는 공사장으로 옮겨진다. 얼굴엔 땀이 범벅이고 땀 먹은 웃옷은 축 늘어졌다. 깨면서 나온 흙먼지는 땀범벅의 얼굴에 땀으로 젖은 옷에 달라붙어 얼굴도 벌겋고 옷도 벌겋다.


흙벽돌을 자갈같이 깨는 이유는 진짜 자갈로 위장하기 위해서다. 돌이 없는 방글라데시는 건축물을 지을 때 자갈 대신 이 흙벽돌 깬 것을 자갈 대용으로 사용한다. 자갈 같은 벽돌 조각은 진짜 자갈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시멘트와 섞여 건물의 벽에 들어간다. 이 자갈을 이용해서 지은 집이어서 그런지 벽에 못을 박으려 망치질하기가 쉽다. 시멘트 못이 아니어도 잘 박힌다. 산이 없는 방글라데시엔 들판에, 도로변에 굴뚝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벽돌 굽는 공장이다. 화력발전소 굴뚝처럼 높은 굴뚝 아래는 구워 낸 벽돌을 쌓아 놓은 나대지로 온통 빨간색이다. 수천수만의 벽돌이 사람의 손으로 구워지고 이동하고 또 사람 손에 의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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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모두 강의 모래다. 아주 고운 입자를 가지고 있어 마치 미숫가루 같다. 일부는 흙이 섞여 있는 듯 검은색을 띠기도 한다. 모래는 덤프트럭으로 운반되어 공사장 인근에 부어진다. 일부만 내려야 할 경우에는 덤프 할 수 없으니 직접 사람 손으로 삽질해서 내린다. 내려진 모래는 인부들의 삽에 의해 40㎏쯤 되는 비닐 포대나 PE 포대에 담기고, 이를 다시 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밴에 옮겨 싣고 공사장으로 향한다. 모래와 흙벽돌 자갈, 시멘트가 잘 섞여 건물 하나가 완성된다. 건물 공사장까지 차가 들어가 수 없으니 도로변에서 작업을 해 공사장까지는 사람 손에 의해 옮기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모두 도로에서 이루어진다. 공사장까지 큰 차에 싣고 들어갈 수가 없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은 탓이다. 도로의 병목 현상은 대부분 이러한 작은 것 때문이다. 얼마 전 다카에서 '캐슈너트'를 1㎏ 사 왔다.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어 500ml 플라스틱 물병에 보관했다가 넓은 밀폐용기에 덜어서 먹는다. 넣을 때는 좁은 곳을 하나하나 넣으니 잘 들어갔다. 먹으려고 꺼낼 때는 짜증이 났다. 이것이 병목이었다. '캐슈너트'에게 말했다 ‘순서대로 나오면 빨리 나올 수 있는데 왜 그러니’. 도로의 병목이나 '캐슈너트'의 병목이나 마찬가지다. 빨리 꺼내려하지 않고 천천히 꺼내려니 금방 꺼낼 수가 있었다. 도로의 병목도 천천히, 양보하면 쉽게 해결될 일일 것이다. 빵빵거리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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