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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2, 최악인데 여유 만만

by 지구지고


사랑하는 당신께!

여기 방글라데시는 시간의 흐름이 완전히 다른 나라입니다. 특히 수도 다카의 교통은 최악인 것 같아요. 방글라데시를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은 혀를 내두를 정도일 거예요. 다카 시내에서는 10초 이상 달릴 수 있는 차가 없어요. 아니 도로가 없어요. 12킬로미터를 가는데 2시간 30분이 걸린 적도 있으니까요. 다카는 넓지 않은 도로에 자동차와 버스, 릭샤(자전거 뒤에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한 교통수단)와 CNG(가스를 연료로 사람을 태우는 이동 수단)가 뒤섞여 다녀요. 사람도 도로로 다니기도 하고요. 심지어 개도 도로를 건넌다니까요. 처음 다카에 도착해서 도로를 건널 때는 개를 따라 건너면 가장 안전하다는 소리도 들었을 정도였어요. 그런 복잡한 도로 사정임에도 신호등은 작동하지 않아요, 다카의 중심부에 서너 개의 신호등이 설치되어 불은 켜고 있으나 교통 신호등의 역할은 하지 않아요.


차들은 늘 소리를 지르며 다녀요. 일제히 경적을 울리는 시위 같은 세상이에요. 다른 세상인 거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오늘 낮에 처음으로 본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는 재미난 도시였어요. 도로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 인도에서 개들이 낮잠을 자요.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개들이 자는 표정은 재미있어요. 빙그레 웃는 상은 푸근함 그대로예요. 그저 가끔 눈을 껌뻑일 뿐 요동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자는 개를 깨우지 않으려는 것인지 피해서 지나가고요. 아마 개들도 자기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듯 편안함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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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가 교통지옥이라는 말을 들었으나 처음엔 서울의 막힘 정도를 생각했어요. 다카는 서울보다 더 막힘의 강도가 강력해요. 차는 차대로 먼저 가려고 소리를 지르고. 릭샤는 그저 작은 따르릉 소리를 내며 앞바퀴를 들이밀고, CNG는 직진만 하면 갈 수 없음을 알고 이리저리 머리를 막 돌리며 갈 길을 찾아 애쓰니 아무도 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져요. 어떤 때는 CNG 앞바퀴가 릭샤 뒷바퀴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풀어야 하기도 해요. 도로를 메운 모두가 빵빵, 삑삑, 따릉 따릉 소리를 내보지만 그저 공허함일 뿐 그 누구도 듣지 않아요.


그 사이를 사람들이 비집고 길을 건너려 해 보지만 다리 하나 들어가지 않아 릭샤의 운전대를 잡아 돌리고 비집고 들어가기도 하고요. 큰 돌이 든 항아리에 모래가 사이사이 들어가듯 사람들은 서 있는 것들의 사이를 채우면 차가 차 때문에 못 갔는데 이제 차가 사람 때문에 못 가는 현상이 벌어져요. 도로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거죠. 한몫 거드는 것은 자다 일어난 개들이에요. 개들도 앞뒤 다리를 앞뒤로 벌리고 등을 오목 포물선으로 기지개를 켜고 ‘이제 내가 나설 차례군’ 하면서 자기 갈 길인 양 사람 속에 섞여 차들이 하품하는 도로로, 릭샤들이 손짓하는 길로, CNG가 고개를 내미는 그곳을 지나가요. 다카는 누구나, 어디나 다닐 수 있는 그런 교통의 자유가 보장된 곳, 다니는 데 제약을 두지 않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여기는 자유의 방글라데시 다카예요. 그래도 나는 길을 건널 때 아주 조심하며 건넌답니다.


【정보】

다카에서 길을 건널 땐 차들이 쉬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차가 많은 곳에서는 경찰이 통제 하는 횡단보도를 통해 건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경찰이 교통 통제하는 것보다 차를 빨리 출발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듯이 일을 해서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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