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워도 되나, 여기는 남아시아인데’라는 투털거림과 함께 잠에서 깼다. 밤새 열어 놓은 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나 보다. 점심때가 되니 목이 약간 간질……. 감기 기운 같아 얼른 약을 먹었다. 한국에서 같았으면 먹지 않을 약이었지만 여기서는 빨리 먹어서 감기의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녁에 한 번 더 먹었다.
오후 3시, 바나나 한 송이 사 들고 집에 들어왔다. 15개가 붙었다. 하늘에서는 한참을 호랑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나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비를 퍼부었다. 빗소리가 돌덩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린다. 심하게 부는 바람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거침없이 불었다.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듯했다. 집안의 문을 닫고 사방을 다 막아도 집으로 바람은 들어온다. 날이 더우니 거친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가져온 것인지 하늘에서는 잠깐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늘을 갈라놓을 듯 번개가 내리치는 것을 보고 얼른 커피 한 잔 들고 앉으니 벌써 끝났다. 깜깜한 낮, 이런 걸 보고 말하나 보다. 도로가 안 보일 정도다. 라이트 켠 차만 몇 대 지나갈 뿐이다. 밖에 나가보니 돌덩이가 아니라 우박이 내렸다. 얼음덩이가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하다. 36도의 날씨에 우박이 내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는 방글라데시 마이멘싱이다. 현재 기온은 36도다.
방글라데시의 계절은 여름, 우기, 가을, 늦은 여름, 겨울, 봄으로 구분된다.
【방글라데시 계절 구분】
방글라데시의 겨울은 생활하기 아주 좋은 날씨다. 아침, 저녁으로 색바람이 불어 선선함을 느끼게 한다. 이곳 사람들은 패딩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띈다. 그 정도 추위는 아니다. 하지만 날에 따라 밤에 돌아다닐 때는 쌀쌀함을 느낄 때도 있으니 긴 팔은 준비하는 게 좋다. 그저 긴팔옷 하나 아니면 살짝 도톰한 바람막이면 좋겠다.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날씨다. 1월 17일 다카에 도착하고 임지로 떠난 3월 초까지 한 방울의 비도 오지 않았다. 낮 기온은 22도, 23도 정도로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다. 바람은 없다. 다카의 하늘에서 태양이 제 모습을 숨기고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으니 뜨겁지 않아 좋다. 한 달 반 동안 다카에 태양이 있음을 본 것은 불과 다섯 손가락 안에 있다. 비가 오지 않아 나무들이 비실비실한다. 도로에 나서면 먼지로 목이 아플 정도다. 차가 지나가면 얼굴로 확 닥치는 먼지와 목탄 열차의 연통에서 나오는 듯한 까만 매연으로 눈을 뜨기 힘들다. 다카에 살면 마스크와 안경이 필수인 듯하다. 겨울은 보통 10월 15일부터 2월 14일경까지를 말한다.
방글라데시 봄… 이제 더위를 느끼기 시작
봄은 2월 15일경부터 4월 14일경까지다. 망고나무에 꽃이 피고 이른 곳은 망고 수확에 들어간다. 마이멘싱(Mynenshingh)에서는 2023년 4월 8일 시장에 망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1㎏에 10따카였다. 여름이 되면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날씨는 한국의 늦은 봄이나 마찬가지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이 배어들지만, 낮에는 더위를 느낀다. 나뭇잎에 닿은 반짝이는 햇빛이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낮은 더워도 밤은 더우니 조심하라는 경고의 방울소리인지도 모른다. 보통 문을 열고 잠을 잔다면 추워서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의 밤 기온이다. 낮 기온은 28도까지 올라가지만, 아직까지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 건조한 날씨다. 습함이 없어 기온에 비해 덥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햇빛에 있다면 더위를 느낀다. 쨍쨍한 해가 뜨겁게 느껴진다. 4월 중순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더위를 예고하듯 매일 새로운 기온으로 갈아치우며 무더위를 느끼게 한다. 한국으로 말하면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남쪽의 쬬또그람(Chattogram)에서는 40도를 기록하고 북부에 속하는 마이멘싱에서는 36~37도를 기록해 3~4도의 기온차를 보인다. 일교차도 15도 정도 된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두 달간은 숨 막히는 더위가 방글라데시를 뒤덮는다. 6월 초가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하는 것 같다.
2023년을 살아본 방글라데시(마이멘싱)의 날씨는 그래도 견딜만했다. 1월 날씨는 ‘한국의 초가을 날씨’였다.(1월과 2월의 날씨는 다카에서 살았을 때의 날씨다.) 낮 햇살엔 따뜻한 감이 있고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색바람이 불었다. 얇은 긴팔옷이 적당했다. 사람에 따라 약간 쌀쌀하다고 느낄 수 있어 바람막이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패딩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비는 오지 않았으며 먼지가 많아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2월에도 초가을 날씨를 보였다, 1월과 별 차이가 없지만 쌀쌀함이 없어지고 2월 말에는 낮엔 햇볕이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비는 안 왔다. 나뭇잎에는 먼지가 가득 올라앉았다.
아침저녁으로 얇은 긴팔 옷을 입는 것이 좋으며 점퍼를 입어도 좋다. 아침저녁으로
는 16도에서 20도 정도, 낮에는 25도 정도의 날씨다. 하지만 한국의 기온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듯하다. 방글라데시의 20도가. 방글라데시의 25도가 좀 더 차가운 느낌이다. 한여름 기온인 35도에서도 한국의 30도보다 덜 덥게 느껴진다.
3월 낮 기온은 30도를 넘었다. 하지만 햇볕을 피하면 덥다는 생각을 그리 안 들었다. 하지만 밖을 걸으니 땀이 났다. 오래 걷는다면 땀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살짝 부는데 아주 시원한 바람이었다. 잠을 자는 중에는 추위를 느껴 이불을 덮어야 하는 날도 있었다. 비다운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았지만 가끔 내리는 비는 30분 내외로 내리고 밤에만 천둥번개를 동반해 요란하게 내렸으나 먼지를 적시는 정도였다.
3월에는 첫 번째 모내기를 한다.
4월 초까지는 3월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순이 되자 숨이 막히는 더위가 찾아왔다. 낮 기온은 수은주 35도, 36도(일부 치타공 등 남부 지방은 40도까지 올라갔다고 했다.)다. 마이멘싱은 약간 북부에 있어 다카나 남부 지방보다 3~4도 낮았다. 그래도 아침과 저녁으로 부는 선들바람은 무더위를 식히기에 좋은 바람이었다. 낮에도 그늘이나 집 안에 있으면 에어컨 없이도 지낼만했다. 2023년 4월 29일 파브나(Pabna)에는 36도의 기온이었으나 강낭콩만 한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5월은 35도, 36도의 기온을 보인다. 찜기 안에서 가지가 익어가듯 사람도 익어가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5월 둘째 주의 날씨는 집 안에서도 더위를 느껴야 했고, 밖은 흐릿한 햇빛이지만 땀나게 했다. 햇빛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면 그런대로 괜찮았다, 5월 셋째 주는 기온이 낮아졌다, 30도 초반이나 아침저녁엔 쌀쌀함마저 있다.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그날부터 목감기로 약을 먹었다. 가끔은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5월 말부터는 정말 더운 날씨다. 체감온도가 40도 육박한다. 5월 중 낮에 비가 온 날은 하루였다.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의 세찬 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뿌리고 정류장에 섰던 버스가 출발하듯이 사라져 버린다. 불과 30분 내외다. 먹구름에 날이 어두워져 교실에서 수업을 못 할 정도다. 밤에도 서너 차례 비가 내렸는데 낮의 비와 마찬가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한다. 밤하늘에 불꽃 쇼를 펼치면서 폭포수 같은 물을 쏟아붓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5월이면 벼 베기를 시작한다.
6월은 아주 더운 날씨로 시작해서 10일이 넘어가면 일기 예보엔 비 그림밖에 없다. 10월까지 이어진다. 6월 1일 오후 4시 51분 마이멘싱의 날씨는 37도를 가리켰고 체감온도는 47도였다. 이 시기에는 문을 닫고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검은색 회전의자에 뜨거워서 앉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정전이 되어 팬이 돌아가지 않으면 금세 땀이 가슴이며,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6월 중순에 접어들면 햇빛 보기가 어려워진다. 기온은 30도 내외로 안정적이다. 그다지 큰 더위를 느끼지는 않았다.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낀다. 6월 초 35도를 오르내리던 기온은 중순 들어서 30도 내외로, 하순엔 28도 정도를 유지한다. 햇빛이 없고 늘 우중충한 날씨지만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6월 한 달 동안 비 오는 날은 5일 정도였다. 비 오는 시간도 한차례 비 오는 시간은 짧게는 2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고작이었다,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인 듯하다. 덥다고 느끼지 않는 날들이다. 이 날씨라면 여름도 살만하다. 그래도 외출할 땐 우산이 필수다.
7월은 1일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2일에도 내렸다. 3일에도 내렸다. 본격적인 우기라고 생각했는데 4일부터는 흐린 날씨가 계속됐다. 다카나 다른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마이멘싱은 7월 초순에는 비가 오기도 하고 흐린 날씨였고 중순부터는 흐리거나 맑은 날씨를 보였다. 비가 안 오고 해가 나오니 35도 내외로 무척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햇볕이 강하면 아주 덥다. 비는 안 오고 덥기만 한 우기다. 차라리 비가 오는 편이 나을 듯싶은 7월이다.
8월 들어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8월 초순에는 하루 한차례 정도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비 내리는 시간은 30분 내외다. 한국으로 말하면 지나가는 비다. 중순 경에 접어들면서 비 내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8월 8일은 전날 저녁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이어졌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다, 가랑비 정도가 계속 내린 것이다. 처음 우산을 쓰고 출근했다. 이날 학교에 온 학생은 2명이다. 비가 오면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 기숙사가 바로 옆인데도 안 오는 것은 비가 온다는 핑계로 안 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쪼또그램과 쿨나(Khulna) 지역은 비가 많이 와서 학교가 쉰다는 뉴스를 봤다. 많은 지역이 침수됐다, 거기에 비해 마이멘싱 지역은 비가 안 오는 것이다. 비는 안 오지만 날씨는 늘 흐리다, 습도가 높아 방 안이 눅눅하다. 좋은 점은 그리 덥지 않다는 것이다.
8월이면 두 번째 모내기를 한다.
우기의 중심이라는 9월에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기후변화 탓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2023년 9월 한 달 동안 비다운 비가 온 날은 하루였다. 이날은 하루 종일 소여물을 삶는 듯한 더위였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바람과 함께 더위가 사라졌다. 앞집 4층 높이의 코코넛 나무의 잎이 규칙을 잃은 바람풍선처럼 춤을 추었다. 그러면서 하늘을 가르는 번개가 번쩍번쩍했다. 천둥은 없었다. 조용했다. 조용한 하늘에 불빛만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그러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동이로 붓는 듯이 비가 1시간가량 내렸다. 한 시간이 지나니 언제 비 왔냐는 듯이 일상을 되찾은 조용한 날이 되었다. 9월은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30도에서 34도 사이다. 외출 후에는 무조건 찬물에 샤워를 해야 했다. 밖에서 데워진 몸을 물로 식히는데도 한참 걸렸다. 옥상 물통에서 내려오는 물 역시 미지근하거나 뜨거운 물일 때도 있다. 9월 마지막 며칠은 가랑비 내리듯 비가 오락가락했다. 날이 흐린 날은 30도 이하로 내려갔다. 햇볕에 직접 노출만 안 된다면 견딜만한 날씨다. 그래도 가끔은 아침에 찬바람 들어왔다. 점차 시원해지려는 조짐이 보인다.
10월의 방글라데시는 우기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우기였다. 10월의 기온은 30도 이상이다. 30도여도 한국과 같이 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낮에 돌아다니려면 땀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비는 10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내리지 않았다. 농촌엔 벼가 익어간다.
11월은 살기 좋은 날씨로 점차 변해간다. 더위가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색바람이 불어온다. 이때가 아마 방글라데시에서 살기 가장 좋은 날씨였던 것 같다. 덥지 않고 추위를 느끼지도 않으며 비도 안 온다. 11월이면 벼 베기를 시작한다. 12월이면 추워진다는 것이다.
12월이 왔다. 정말 춥다. 일단 나에게는 겨울옷이 없어 더 춥게 느껴졌다. 남아시아는 겨울이 없으며 겨울이 있어도 춥지 않다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온 나의 탓이다. 12월 초의 기온은 20도 정도 되지만 중순에 들어서면서 15도까지 떨어졌다. 낮에도 20도 정도다. 비는 오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하다. 먼지로 흐린 날인지 안개로 흐린 날인지 구분 못 할 때도 있다. 밤엔 전기장판을 틀어야 했고 이불도 두꺼운 것으로 바꿔야 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파카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숄 같은 것을 옷 위에 걸린다. 목도리로 머리를 감싼 사람들도 많다. 학생들은 교실에서도 추운지 움츠리고, 숄을 쓴 학생들은 숄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의 겨울도 겨울이다. 한국의 15도보다 훨씬 춥다. 난방이 없는 방글라데시에서 살면서 겨울에 샤워하는 것이 어려운 것 중의 하나였다. 온수기를 설치하면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