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야생(?)
봉고본두 사파리를 찾은 건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사파리 입구 넓은 나대지에는 이미 여러 대의 버스가 손님을 내려놓고 있었다. 군데군데 리어카 장사꾼들이 자리를 잡았고 자리를 깔고 앉아 장난감을 파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내에서 사 온 도시락을 사파리 입구 식당에 들어가서 먹었다. 물 두 병은 그 식당에서 샀다. 식사를 마치고 입장권을 끊는데 학생들은 한 사람에 50따카라며 표를 세 장 끊어왔다.
“지야 씨, 난 1,000따카야!”
“선생님 괜찮아요.”
내가 매표소에 게시된 글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저기 봐. 1000따카.”
“선생님 가세요. 괜찮아요.”
사파리 들어가는데 외국인은 20배를 더 받는다. 사파리 검표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다시 1,000따카 짜리 표로 교환해 입장했다.
사파리는 평지에 만들어진 커다란 공원이다. 측백나무를 산책로 주변에 심어 정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을 터인데 안에는 벌써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이 식사하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정원은 우리의 잔디가 깔린 그런 정원은 아니다. 자연의 풀, 억센 풀이 난 것을 예취기로 벴는지 거친 풀들이 허옇게 나뒹굴었다.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도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사파리답게 산책로에는 여러 가지 동물로 만든 쓰레기통이 있었다. 생김새와 다르게 커다란 몸집에 입을 쩍 벌린 개구리, 방글라데시에는 없을 것 같은 배가 불룩하게 나온 펭귄,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새끼를 주머니에 넣은 캥거루들은 이미 쓰레기통이라기보다는 사진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
사파리로 들어가는 데는 또 입장료를 내야 한다. 150따카다. 육중한 철문 옆으로 난 작은 쪽문으로 들어가면 사자 입을 통과해 사파리 버스를 탈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가운데 섞여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8대가 순환하는 것 같았다. 30명 정도 탈 수 있는 버스다. ‘낡음 낡음’이라고 써 붙이진 않았지만, 호랑이가 덮치면 버스를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 안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선풍기가 달달 돌아가는 버스는 먼지를 풀풀 내면서 달려 첫 번째 동물 사파리에 도착했다.
얼룩말 서너 마리가 새끼와 서서 우리 버스를 멀뚱멀뚱 바라보다 버스가 앞에 서니 고개를 돌린다. 반대쪽으로는 기린 두 마리가 긴 목을 주억거리며 먹이를 먹고 있다. 기린들도 더운지 앙상한 뼈대를 기둥 삼은 양철 지붕 아래에 있다. 얼룩말 몇 마리가 기린의 동무가 되었다. 도로는 시멘트 포장길인데 그 위에 흙을 덮었다. 두 달도 넘게 비가 오지 않은 방글라데시 날씨 덕에 버스가 지나는 길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곰 사파리로 이동했다.
까만색 곰 한 마리가 보인다. 풀밭에 앉아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람들이 불렀다. 그래도 곰은 쳐다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곰은 아직 방글라데시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확실했다. 곰을 가까이에서 보기에 실패한 버스는 사지 사파리로 향했다. 육중한 녹색의 철문이 열리고 버스가 들어섰다. 버스가 문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열렸던 문이 닫히고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맨 앞자리에 탔던 나는 혹시 덤벼드는 사자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만의 환상이었다. 황소만 한 사자 두 마리는 멀리서 나란히 누워있는데 잘 보이지 않았다. 누렇게 말라버린 주변의 풀 색깔과 비슷한 사자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사자를 불렀다. 사자를 부르는 소리는 가지각색이다. 여러 말이 섞여서 그런지 두어 번 고개를 들어 버스를 바라보는 서비스를 해 줬지만 입장료가 너무 싼 탓인지 일어선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호랑이 사파리 역시 철통 같은 보안이 이루어졌다. 이중문을 통과하면서 두리번거렸지만 처음에는 호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산이 언덕을 이룬 것이 아닌 평지여서 사파리 울타리 안쪽이 전부 보이는데 호랑이가 보이지 않아 의아해했지만 잠시 후 호랑이는 구역을 순찰하고 있음이 분명한 상태로 나타났다. 문 바로 옆쪽 울타리 담장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버스가 지나가도 상관하지 않고 마치 휴전선 근무자가 경계 순찰을 하듯 담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호랑이는 한 마리가 전부인 듯 다른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사파리는 없었다. 기대를 했던 밀림의 동물들은 없이 얼룩말, 기린, 곰, 사자, 호랑이가 사파리의 전부였다. 원숭이는 마을에도 사는 동물이니 방글라데시 전체가 원숭이 사파리인 셈이다.
사파리(Safari)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야생 동물을 놓아기르는 자연공원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차 안에서 구경하는 일. 원래는 스와힐리어의 ‘여행’이라는 뜻으로, ‘사냥을 하기 위하여 사냥감을 찾아 원정하는 일을 이르던 말이다.’라고 나온다. 방글라데시의 사파리는 정말 자연공원이다.
방글라데시 사파리는 국어사전에 나온 대로 자연공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담장과 철조망, 육중한 문이 전부다. 한국의 사파리와 뭔가 대조되는 데 뭔지 모르겠다. 같이 간 학생들에게 한국에 와서 사파리를 같이 보자고 했다. 그때 방글라데시 사파리와 한국의 사파리가 뭔 차이가 있는지 얘기해 봐야겠다.
【가는 방법】
버스 : Dhaka Mahakhali 버스 정류장에서 Mymensingh행 버스에 탑승한 후 Bhabanipur Bazar 또는 Bagher Bazar(오토릭샤)에서 하차하여 Bangabandhu Sheikh Mujib Safari Park까지 갈 수 있다.
Bangabandhu Sheikh Mujib 사파리 공원 개장 및 폐장 시간:
방문 시간: 오전 10:00 - 오후 05:00 / 개장일 : 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https://www.safariparkgazipur.info.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