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훑고 지나는 밤바람이 시원하다. 나뭇잎을 스쳐 내게로 온 바람은 잎의 덮은 먼지의 향을 어디에 떨어뜨리고 왔는지 오늘은 코끝을 시원하게 한다. 바리다라 호수공원의 밤은 나뭇잎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이면 나뭇잎 하나 없이 비에 쓸린다. 호수 건너 불빛의 반영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비치지만 그 물의 냄새는 어쩔 수 없다. 하수가 호수로 흘러 들어오는 곳은 썩어가는 시궁 냄새에 콧바람을 크흐, 크흐 내야 한다. 사진으로 보면 ‘이보다 아름다운 호수가?’ 한다. 하지만 호수는 욕심을 너무 부렸나 보다. 부자들의 향긋한 샴푸 냄새가 밴 호텔의 허드렛물을 호수는 받아들인다. 병원의 아픈 물도 호수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엄마의 손에 얼굴을 씻긴 아이의 코 푼 세숫물도 그 안에 있다. 금빛 반짝이 샤리를 둘렀던 여인의 향기를 바리다라 호수가 품었고, 아내의 손에서 만들어진 진한 기름 향의 음식 냄새도 가족의 웃음과 함께 배었다. 악을 써가며 릭샤를 구르던 가장의 근육을 씻었을 땀 냄새도 여기에 두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노곤함으로 물은 에메랄드도, 맑음도 아닌 흐리멍덩한 색깔이 되었다.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를 내보내야 했다. 사람이 만든 이 호수는 버리는 길을 만들지 않았다.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 그 무엇도 버리지 못했다. 그 호수엔 나무가 울창하지만, 그것으로는 냄새를 막을 수 없다 걷는 내내 연신 콧소리를 내며 콧바람을 뿜어야 하는 불편한 공원, 겉과 속이 다른 공원이 되었다.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주지 않은 욕심이 보내는 신호다. 나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제 새삼 그것을 눈치챘으니 ‘나나 잘하자’라고 생각하는 저녁 산책길이다.
나는 그랬다. 뭔가에 집착하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생각하든지 해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그 결과는 뻔했다. 뭐든지 할 수는 있지만 잘하는 것은 없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일종의 욕심이 불러온 참사다.
‘고도원’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간판은 어떻게 가꾸어야 할까? 간판은 굳이 전부를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려주는 임무만 하면 된다. 전부를 보여주려는 욕심에 핵심을 간과하는 간판들도 많다. 하지만 정말로 장사가 잘되는 집의 간판들은 대개는 간결하고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