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악기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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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자카

54세,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도 나는 여전히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들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 근처에도 못 가 본 것이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우리 동네에 피아노 배우는 아이는 딱 한 명으로 교수댁 고명딸이었다. 피아노를 배운다는 사실 자체가 “와, 쟤 피아노 배워?” 하며 동네에서 거론되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 후로 20년 가까이 악기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대학 시절 친구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할 때도 나는 늘 관객이었다. 음악적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한 나에게 악기는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세계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언젠가는’이라는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었다. 바쁜 일상과 현실적 제약이라는 바람에 흔들려 꺼질 듯하다가도, 그 불씨는 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지는 선율이나 거리 연주자의 애절한 멜로디를 들을 때면 의외로 환하게 타오르곤 했다.



바이올린, 첫 번째 도전


1991년 봄, 직장 상사의 소개로 바이올린 클래스를 권유받은 것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 음악에 늦었을 때는 없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즈음 근방에 개점한 악기상에서 공동구매 가격을 제안했다. 마침, 올케가 결혼하며 준 지참금으로 의미 있는 것을 장만하려던 참이었다.

바이올린이 내 손에 온 첫날, 나는 마치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보는 듯한 경외감을 느꼈다. 나무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 아름다운 곡선, 네 개의 현이 뻗어있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하지만 막상 연주해 보려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턱과 어깨 사이에 바이올린을 끼우는 자세부터가 어색했다. 어깨 받침을 조정하고, 턱받침의 높이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30분이 걸렸다. 왼손으로는 지판을 짚고, 오른손으로는 활을 움직여야 하는데, 마치 머리로는 원을 그리면서 배로는 네모를 그리는 것처럼 어려웠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삐걱거리는 소음만 나와 같이 배우는 동료들의 귀를 막을 정도였다. 누군가는 “이거 고장 난 거 아니야?”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하지만 레슨 선생님은 “모든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나는 과정”이라며 격려해 주셨다.

6개월째 되던 어느 날, 드디어 「작은 별」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음정이 불안하고 리듬이 흔들렸지만,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 손에서, 내 몸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플루트, 숨결로 만드는 선율


바이올린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되어 바이올린은 장식품처럼 집 안 어딘가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러 54세가 되었고, 현악기 대신 관악기의 세계에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 플루트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1990년대 초 플루트를 사서 오디오 선반에 올려놓고 뿌듯해하던 직장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고, 무엇보다 휴대가 간편했다.

첫 레슨에서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며 맑고 투명한 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고 ‘내가 과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역시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플루트는 호흡이 생명이었다. 입술의 각도, 혀의 위치, 공기의 압력과 속도까지 모든 것이 정교하게 맞아야 소리가 났다.

다행히도 자세한 선생님의 설명으로 첫 수업이 끝나갈 무렵 소리는 났다. 연습할 때마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차 견디기 어려웠지만, 오직 열망 하나로 반복하여 연습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제대로 된 음 하나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몸의 리듬과 호흡을 새롭게 배우는 경험을 했다. 평소 얕고 빠르게 쉬던 숨을 깊고 천천히 쉬는 법을 익혔고, 복식호흡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했다. 6개월 후, 드디어 슈베르트의 「송어」 첫 부분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감동은 바이올린 때와는 또 달랐다. 내 숨결이 직접 음악이 되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목관악기를 꾸준히 연주하는 사람들은 폐활량이 좋아져서 고산병에도 잘 견딘다고 해요.”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음악을 배우려다 보니 건강까지 좋아진 것이다. 이런 예상치 못한 부수 효과들이 악기 연주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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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악기 탐험가는 다음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