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악기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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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자카

첼로, 깊이의 세계로


플루트를 배우던 시절, 연습실을 오가다 다른 방에서 첼로를 배우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분위기가 참 멋져 보여 부러웠다. 휴대하기 간편하고 바이올린이라는 현악기를 배워 봤기에 첼로보다 플루트를 선택했는데, 다음 기회에는 첼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첼리스트의 연주를 보며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연주자가 온몸으로 악기를 감싸안고 활을 그어내는 모습에서 악기와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신비로운 순간을 목격했다.

첼로는 다른 악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크기부터가 압도적이었다. 혼자서 들고 다니기도 버거웠고, 자리를 차지하는 공간도 만만치 않았다. 레슨을 받으러 갈 때마다 첼로 케이스를 끌고 다니는 일은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다행히 첼로 대여가 가능했고, 레슨 받는 곳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보관하면 되었다.

연주할 때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야 했다. 왼손으로는 지판을 짚고, 오른손으로는 활을 조절하며, 동시에 상체 전체로 악기를 감싸안아야 했다. 하루 1시간 연습하고 나면 어깨와 허리가 뻐근했다. 옷차림에도 제약이 따랐다. 타이트한 치마나 좁은 소매의 옷은 연주에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낮고 깊은 울림만큼은 어떤 악기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매력이 있었다. 첼로의 C 선에서 나오는 저음은 마치 지구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원시의 소리 같았다. 그 깊은 울림은 내 가슴 깊은 곳까지 울려와 감정의 깊은 층까지 건드렸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첼로 선율이 떠올랐다. 10년을 기다려 다시 만난 두 사람처럼, 나 역시 오래 미뤄두었던 첼로 앞에 마침내 앉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금,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첼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문득 ‘우리나라 악기도 배워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직장에서 가야금을 배울 기회가 찾아왔다. 앉은 자세부터 배워야 할까 싶었지만, 다행히 가야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연습할 수 있었다.

가야금 줄을 뜯고 튕기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집게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박였다. 처음엔 아파서 며칠씩 쉬어야 했지만, 그조차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다. 내 손에 새겨지는 이 자국들이 음악을 향한 나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보던 오선보와는 비슷한 듯 다른 정간보를 고고학자가 암호 해독하듯 자세히 살펴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3개월 후 「오나라」를 처음 완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비록 속도도 느리고 실수도 잦았지만, 옛 선조들이 연주했던 그 선율을 내 손으로 재현해 낸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언젠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정자에서 가야금을 연주해 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가져 보았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설렜다.



각 악기만의 고유한 세계


바이올린에서 시작해 플루트, 첼로, 가야금까지. 지난 세월 동안 내가 만난 네 개의 악기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각 악기는 저마다 고유한 장단점과 배움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은 정확한 음정을 잡기가 가장 어려웠다. 기타나 가야금과 달리 프렛이 없어서 손가락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음이 틀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미세한 감정 표현이 가능했다. 비브라토 한 번에 슬픔과 기쁨이 다르게 표현되는 미세한 감정의 세계였다.

플루트는 체력 소모가 가장 컸다. 20분 연습하면 입술 주변 근육이 경직되고, 한 시간 연습하고 나면 온몸이 나른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호흡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상에서도 더 깊고 차분하게 숨을 쉬게 되었고, 스트레스받을 때도 예전보다 빨리 진정할 수 있게 되었다.

첼로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라고 느꼈다. 사람을 온전히 감싸안는 크기,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음역대, 그리고 연주자의 감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까지. 화가 날 때 연주하면 소리도 거칠어지고, 슬플 때 연주하면 선율도 애절해졌다.

가야금은 가장 명상적인 악기였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바닥에 앉지는 못했지만, 의자에 앉아서도 자세를 바르게 하고 연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고요해졌다. 12개 줄에서 나오는 은은한 여운은 서양 악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정서를 자아냈다. 특히 추성과 농현 같은 한국 전통 기법을 배우면서, 우리 음악만의 미학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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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악기 탐험가는 다음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