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악기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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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자카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


54세에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이 듦에 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라는 생각이 많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에도,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에도, 새 운 도전을 하기에도 나이가 너무 많다고 여겼다.

하지만 깨달은 것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배움에 대한 간절함과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대였다면 3일 만에 포기했을 플루트의 쇳소리를 54세의 나는 3개월 동안 참고 견뎌냈다. 성취에 대한 조급함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한 자기 발견


악기를 배우면서 내 성격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점들이 있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한 음이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강박이 있었다. 반면 플루트를 연주할 때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즉흥적인 면이 드러났다. 첼로는 감정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면을, 가야금은 내 안의 차분하고 내성적인 면을 끌어냈다.

이런 발견을 통해 나는 내가 생각보다 다면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에서는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 왔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가족과 새로운 소통


아들은 처음에 엄마가 악기를 배운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엄마도 배우는 게 있어?”라며 순진하게 물었다. 하지만 점차 내 연주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플루트, 첼로, 가야금을 연속적으로 배우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아들도 내가 가져온 악기들을 함께 연주해 보며 즐거워했다.



배움 자체가 주는 선물


재능이 부족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완벽한 연주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갖지 않는다. 악기와 마주 앉아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 자체가 이미 충분한 보상이다.

손끝에서, 입김에서, 활 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단순한 음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조각이었다. 그것이 서툴고 엉성해도, 그 시간만큼은 내가 온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악기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한 연주가 아니라, 배움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한층 더 행복해지는 나 자신이었다. 55세의 나에게 음악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나이 들어 시작하기엔 늦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있나요?

지금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