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살 수 있을까요?
엄마의 잔소리 노트 |
by MeeyaChoi Nov 13. 2022
어떤 학생이 상담을 원한다며, 다음과 같은 짧은 메일을 보내왔다.
“저는 A전공 B학번 땡땡이입니다. 제가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해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어휴… 그걸 내가 어찌 알까 싶어 한참 망설였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에, 잔뜩 긴장한 채 내 연구실을 들어선 학생은 과사무실에서 일하던 낯익은 학생이었다. 마주 앉은 학생은 최근 신청한 이런저런 학내외 행사에서 모두 떨어지는 실패가 계속되어 불안하다며, 짤막하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입 꾹 다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난들 뭘 알까 싶다가도,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하고 마음을 다잡고,
“글쎄… 거기 떨어졌다고 실패라고 하긴 쫌 어렵네… 떨어졌다고, 준비한 게 다 없어진 거도 아니고… 실력은 늘었겠지.”
하고 조심스레 운을 떼자, 땡땡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속으로 ‘후유, 다행이다’ 생각하며,
“준비한 게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 어딘가에 붙겠지. 실패도 성공의 과정이니까.”
하고 말하니까, 땡땡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학생은 위로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즈음 보고 들었던 준비의 중요성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해줬다.
‘임진왜란 1592’를 보면서,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 중 딱 한 척만 거북선이었고, 그마저도 임진왜란 불과 며칠 전에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느지막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학생에게 말해주었다. 그 치열한 준비가 없었다면, 며칠만 늦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유치원 때부터 들어서 너무 잘 아는 이순신 장군 이야기는 대학생인 땡땡이에게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살다보면 어릴 때 한 번은 듣는 말, ‘Pay forward! (페이 포워드! 미리 준비하라!)’를 알려줬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베푼 선의가 돌고 돌아서, 미래에 낯선 누군가 내게 다시 선의를 베푼다는 의미로 주로 많이 인용되는 말이지만, 미리 값을 치른다는 면에서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먼 미래 어디에선가 반드시 그다음 날로 가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리라.
지금은 준비가 중요하다는 뻔한 말을 들은 땡땡이는 용기가 난다며, 기쁜 마음으로 내 방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뒤, 복도에서 만난 땡땡이는 해외봉사팀에 뽑혔다며 활짝 웃었다.
가끔 먼저 태어나서 더 오래 살아봤다는 경험만으로도, 아는 게 더 많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