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과 가치

엄마의 잔소리 노트 |

by MeeyaChoi

색연필로 알록달록 그린 딱 손바닥만 한 그림을 들고, 동네 화랑에 들렀다. 구석구석 빼곡히 자리한 그림들이 대부분 커다랗다 보니, 쪼맨한 액자는 별로 돈이 안 될 거 같아 괜히 조심스러운 마음이었지만, 사장님은 내 소소한 그림을 한참 쳐다보고 환하게 웃었다. 혹시 그림이 너무 유치해 보이나 싶어,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액자를 맞춘다고 변명처럼 말하니, 사장님은

“제가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어려서부터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림을 가져오는 사람이 어떻게 그걸 가지게 됐는지 알 수 있어요. 누구한테 선물 받았는지, 그냥 얻었는지, 돈 주고 샀는지,…….”

하고 말했다. 내가 조금 의아해하며,

“사장님은 장인이시잖아요.”

하고 대꾸하니, 사장님은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 좋아요.”

하고 덧붙였다. 액자 고르던 손길을 잠시 멈추고 사장님을 쳐다보니, 사장님은 어떤 집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아버지가 결혼한 자식 집에 '집'에 걸려있던 그림을 걸어주고 그 그림 보며 '집' 생각하라고, '집' 벽에 걸려있던 먼지 앉은 그림을 가져와 복원을 부탁했단다. 집이 아버지 집인지 자식 집인지 한참 헷갈리던 나는 간신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자, 사장님은 뿌듯하게 웃으며,

“그런 자식이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근데, 그 그림을 보고 어떤 손님이 ‘이 그림, 얼마 정도 하냐?’고 묻더라고요.”

하고 말했다. 그제사 나도 따라 웃으며,

“값과 가치의 문제군요. 그래도 누군가 그림을 사줘야, 화가들도 먹고살죠.”

하고, 그림 값을 따졌다는 얼굴도 모르는 손님을 변명해 주었다.

그림과 액자 사이의 여백을 재느라 정신이 팔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사장님은 처음엔 액자 값도 못 내던 사람들이 유명해지면 전시장에서 사장님을 모른 척할 때가 많다며 서운해했다. 액자가 비싸다고 생각하던 나는 차마 값을 더 깍지 못하고 화랑을 나섰다. 몇 달 넘는 긴 공사 때문에 차선이 하나 줄어든 도로에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화랑 사장님과의 대화를 늘어놓으며,

“나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명화보다 내가 직접 볼 수 있는 소소한 그림이 좋아.”

하고 말하니, 내 말을 건성으로 듣던 남편이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사는구나.”

하고 대답했다.


값도 중요하고, 가치도 중요하다. 다만, 무엇에 값을 따져야 하는지, 무엇에 가치를 따져야 하는지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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