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방식이지, 내 방식이 아니에요.
엄마의 잔소리 노트 |
by MeeyaChoi Nov 23. 2022
아빠의 옛날 아버지는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면, 그 어렵던 시대 아버지로서 가장 큰 의무 이상을 하신 거였다. 하지만 지금 이 풍족한 시대의 아빠에게는, 아빠의 아버지가 짊어졌던 의무에 더하여, 그 옛날에는 드물던 자식과 다정한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더 큰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걸 보고 배운 적이 없는 아빠는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했지만, 무뚝뚝하고 말 수 적은 아빠는 두 아들에게 권위적으로 보였고, 마음속 깊이 두 아들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는 이런 아들의 시선이 서운했다. 부자의 간극을 메꾸어야 하는 엄마는 아빠 편을 들기도 어렵고, 아들 편을 들기도 어려워, 늘 힘들었다. 아빠 대신 두 아들의 몸과 마음을 살뜰히 챙겨야 하는 엄마는 두 아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했다.
큰 아들은 자기가 하려고 하는데 하라고 하면, 너무 싫어한다. 직장을 따라서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들이 주말에 늦잠 자느라 교회를 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교회 가라’ 하고 말했다. 큰 아들은
"엄마가 전화해서 교회 가라고 해서 교회 가면, 내 신앙이 아니잖아요."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내가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나를 믿어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아들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엄마는 더 이상 다 큰 아들에게 전화해서, 교회 가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째 아들이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대학을 다닐 때, 엄마는 종종 아들의 방에 가서 아들이 엄마처럼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방을 정리 정돈하고, 옷을 깨끗하게 빨아서 곱게 접어 색깔 별로 줄 맞춰 옷장에 넣어주었다. 아들은 엄마를 말리지 않았지만, 반응은 심드렁했고, 다음에 가보면 아들의 방은 여지없이 다시 흐트러져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아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아들의 방은 여전히 흐트러져 보였고, 엄마는 열심히 방을 치웠다. 하지만, 계속 다시 흐트러지는 아들 방을 또 다시 치우는 일상이 힘들어지면서, 드디어 어느 날부터 엄마는 아들 방이 어질러지든 말든 더 이상 아들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아들이 자기 방식을 바꿀 수 없으니, 엄마가 엄마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엄마는 깨달았다. 아들 방을 치워주는 것은 아들이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엄마의 잔소리였다. 엄마가 아들 물건을 이리저리 옮겨 위치를 바꾸면, 아들 스스로 누구인지를 잊게 된다. 아들은 엄마 생각에 묶이며, 결과적으로 엄마는 아들의 독립된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꼴이 된다. 아들 방을 치우는 것은 엄마 방식이지 아들 방식이 아니다. 안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엄마는 멀리 사시는 엄마의 아버지를 한 번씩 방문할 때, 온갖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고,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둔다. 그리고 엄마는 아버지가 안 버리고 싶어 하시는 거를 다 구분해두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 집안을 구석구석 치우고 청소한다. 어쩌면 엄마 눈에는 낡아 보이는 종이 한 장에 엄마의 아버지의 오랜 지인의 연락처가 써져있을 수 있고, 그걸 버리면, 엄마의 아버지가 그 사람에게 더 이상 연락 못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제대로 된 사랑의 방식은 상대방의 방식에 맞춰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