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저녁을 먹으며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한끼줍쇼’의 한 장면에 내 시선이 고정됐다. 연예인 둘이 어떤 주택가를 돌며 밥 한 끼를 청하는데, 계속 거절당했다. 마침내 한 집에서 발랄한 단발머리의 젊은 여자가 대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자는 셰어하우스 주인에게 먼저 허락을 받겠다 했지만, 집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두 연예인은 아쉽게 발길을 돌려 이 집 저 집을 돌며 또 거푸 거절당하는데, 골목 저 멀리에서 아까 그 여자가 뛰어오더니 주인 허락을 받았으니 자기 집으로 가자 청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서울 온 지 50일 됐다는, 내 눈에는 애 같아 보이는 이십 대 중반의 여자는 자기에게 찾아온 ‘행운’에 감격하더니, 마이크도 달기 전에 낯선 방문자들에게
‘우리 공주, 아빠 문자 X 무시하나. 건강하제? 니 잘 있으면 됐다.’
는 아빠 문자를 보여주며,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자기가 아빠를 서운하게 했다며, 울먹였다. 연예인 방문자는 여자의 아빠에게 대신 전화를 걸어주었고, 부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서로 위로하며, 눈물을 쏟았다. 막상 밥상을 차리려고 보니, 이 여자의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결국 두 연예인에게 허락된 경비 4000원을 털어 두부 한 모와 야채를 사다가 된장찌개를 끓여, '따뜻한 한 끼'를 해결했다.
밥 한 끼 차려낼 반찬 한 가지도 없었지만, 그녀는 힘껏 뛰어 막 자기를 스쳐가는 행운을 잡았고, 그 행운을 아빠와 화해하기 위해 썼다.
용기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싸울 때나 오지를 탐험할 때만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불의와 싸울 때, 병마와 싸울 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때, 가난과 싸울 때, 편견과 무시와 싸울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한다 말할 때도, 사과할 때도, 감사할 때도, 크고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매 순간 지나가는 행운이나 행복을 잡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고, 빈약한 듯한 자기 처지를 밝힐 때도 용기가 필요하고, 불행한 마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