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생

우리들의 수상록 |

by MeeyaChoi

피지컬이 더 중요한지 멘탈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은 나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같다.* 젊음의 생기가 당연했던 때는 공부든, 일이든, 노는 거든, 뭐든 다 멘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몸 구석구석이 무너지고 중력을 버티기 버거워지면서부터, 일단 살아서 숨을 쉬어야 내일이 있음을 알겠으니, 피지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긴 코로나 사태 동안 벗이 되어버린 TV에서, 우리나라 특수부대들의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강철부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머리가 뿌슬뿌슬 하얘진 나는 어릴 적 지겹도록 듣던 '딴따단따단따, 딴따다다다안~'으로 시작하던 국민체조도 다 잊어버렸는데, TV 속 젊은이들은 영하 10도~20도 얼어붙은 날씨에 다 젖은 채로 참호격투를 하고, 어지간한 어른만큼 무거운 배낭을 지고 산 능선을 따라 행군하고, 끝없는 뻘을 기어 바다를 건넜다. 이미 탈락이 결정된 꼴찌 팀조차 젖 먹은 힘까지 짜내서, 넷이서 한 번 뒤집기도 어려운 커다란 타이어를 수도 없이 뒤집어서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눈을 떼지못한 채, 저게 피지컬의 힘인지 멘탈의 힘인지 헷갈렸다.

인생에서 나도 백전노장에 가까워지니 힘내서 다시 한번 일어서보자 싶은 마음으로 소소한 운동을 시작하던 중에, 또 TV에서 "피지컬 100"이 방송을 탔다. 이번에는 온갖 스포츠 분야의 국가대표급에 해당할만한 대단한 남녀 젊은이들이 백 명이나 나와서, 매달리기, 격투, 모래주머니 옮기기, 커다란 배 밀고 끌어 옮기기 등 수많은 서바이벌 경기를 아슬아슬 펼쳤다. 초인적으로 보이는 큰 사람들 틈에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여자 선수 한 명이 일찌감치 탈락할 거 같더니만, 패자부활전에서 본인 몸무게의 40%나 되는 석고 토르소가 매달린 줄을 꽉 잡고 덩치 큰 사람들이 줄줄이 탈락하는데도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버텨냈다. ** 그 뒤로, 나도 모르게 시도때도 없이 그 버티기 자세를 흉내냈다.

무려 3년이나 계속 됐던 코로나 기간 동안 유난히 많은 주변 지인들이 아프고, 쓰러지고, 돌아가셨다. 아는 의사쌤에게 심장이 더 중요하냐 뇌가 더 중요하냐 물었더니, 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이 멈추면 그냥 죽는다고 대답했다. 누군가 내게 피지컬이 더 중요한지 멘탈이 더 중요한지 다시 물으면, 이제 나는 피지컬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빛나는 청춘이었을 때 내 진작 매일 꾸준히 운동했더라면, 생의 무게를 좀 더 잘 버텼을까? 어쨌든 지금, 잊어버렸던 국민체조도 다시 해보고, 동네 헬스장에서 잘못하는 웨이트도 꾸역꾸역 시작하며, 내 손으로 밥 해 먹을 수 있는 허리 꼿꼿한 할머니가 되는 꿈을 꾼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을 바꾸고 싶다.***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 피지컬 Physical Power, 몸튼튼

멘탈 Mental Power, 마음튼튼

** 심으뜸

*** 데카르트 (1596-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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