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차이

우리들의 수상록 |

by MeeyaChoi

같은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시대에 따라 도덕이 다르고, 문화에 따라 윤리가 다르고, 동시대 같은 사회에 살아도 성별과 빈부와 나이 등에 따라 바라는 정의가 다르며, 내 일인지 남의 일인지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일지라도 역할에 따라서 다양한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 역할이 크던 때, 로알 달의 자전적 에세이 '소년'을 읽으며 배꼽을 잡고 웃는 애를 보고, 나도 뒤따라 읽다가, 불합리한 어른들의 세계를 빤히 올려다보며 저항하고 깨지는 발칙한 어린 소년의 또랑또랑한 시선을 보았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으로 더 유명한 로알 달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키 작은 일곱 살 1인칭 꼬마 시점으로 이동했다. 개구진 소년 달은 어린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깔보고 무시하는 더럽고 못생기고 무례한 과자가게 주인 미시즈 프랫쳇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몰래 죽은 쥐를 사탕통에 넣었다가, 그걸 만지고 기절할 뻔한 미시즈 프랫쳇이 학교로 쫓아와 끝까지 꼬마 범인들을 색출해내는 바람에, 결국 더 세게 때리라고 외치는 미시즈 프래쳇 앞에서 선생님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할배가 다 된 달은 어린 소년의 낮은 시선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반칙을 일삼는 어른들의 권위적인 시선과 팽팽히 맞서며, 장면 장면을 긴장감 넘치는 그림처럼 자세히 묘사해냈다.

시대와 나이를 거스른 시점의 이동도 신기하지만, 보이는 것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것으로의 시점 전환은 생각의 경계를 허문다. 기분이 꿀꿀하던 어느 날, 혼자 미술관에 구경 갔다가 마침 열리고 있던 달리의 전시를 봤다.*** 교과서나 그림책이나 여기저기서 본 적 있던 달리의 그림들이 여전히 이상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던 중에, 그림에서 툭 튀어나온 듯 녹아내리는 커다란 시계 동상이 전시실 한가운데 딱 마주 서있었다.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져 뒤틀리고 휘어진 시계 주위를 빙빙 돌며 앞뒤옆 아래위로 살피던 나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를 꺼내 그걸 베껴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온 창고를 뒤져 찾아낸 딸의 색연필로 알록달록 색칠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날부터 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 멋대로 이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비가 와서 좋다 하고, 어떤 사람은 비가 오니 싫다 하고, 어떤 사람은 바람이 불어 기쁘다 하고, 어떤 사람은 바람이 부니 슬프다 한다. 누구는 해를 빨갛게 그리고, 누구는 해를 노랗게 그리고, 또 누구는 해를 파랗게 그린다. 모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 온갖 복잡다단한 전지적 시점들의 바다 속에서 나만의 1인칭 시점을 주장하기 어렵고 조심스러워,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점의 차이에 아슬아슬 균형을 맞춘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 시점, 視點, viewpoint 관점, 시선, 시각 등

** 로알 달 (1916-1990) 아동문학의 셰익스피어로 평가받는 노르웨이 소설가. 찰리와 초콜렛 공장, 마틸다, 소년(More About Boy; Tales of Childhood) 등

*** 살바도르 달리(1904-1989) 스페인 화가, melting clock


















https://www.odetoart.com/?p=artwork&a=21098,Dance%20of%20Time%20II&artist=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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