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덕질하는 줄 몰랐다. 남편이 그걸 또 보냐며 웃을 때도, 딸이 사촌 오빠들에게 우리 엄마한테 잡히면 저걸 또 몇 시간씩 봐야 된다며 웃을 때도, '그래 실컷 비웃어라' 했지만, 지인이 그걸 어떻게 다 외우냐며 눈이 똥그래질 때, 뭔가 이상했다. 순간, 옛날 앞집 꼬마가 티라노사우루스와 브라키오사우루스 공룡이름을 줄줄 외운다고 자랑하던 아저씨 표정, 어린 딸이 리자몽과 라이츄 포켓몬 이름을 줄줄 읊을 때 저 쓸데없는 걸 왜 다 외우나 싶던 내 마음, 나도 모르는 K-pop을 듣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와 춤추던 지구 반대편 애들의 신기한 모습이 낡은 필름처럼 주르륵 스쳐가며, 포레스텔라에 빠진 나와 겹쳐졌다. 어! 내가 지금 덕질하나?
어느 심심한 주말에 아주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 제목이 붙은 팬텀싱어에 훅 낚였다. 전국에서 노래 잘한다는 젊은 성악가들과 뮤지컬 가수들이 떼로 몰려나와, 솔로, 듀엣, 트리오, 그리고 쿼르텟으로 배웅, 뮤지카, 소월에게 묻기를, 아다지오를 부르며 서바이벌 경연을 펼쳤고,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팀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팬텀싱어2가 방영되었고, 1회 끄트머리에 화학연구소 다닌다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 싱어 강형호가 등장해서 '클래스가 확 떨어져서 미안하다'더니, 팬텀과 크리스틴이 같이 부르던 노래를 혼자 남녀를 넘나들며 '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your mind...아~아, 아아아아아, 아~'를 불러 시청자들을 뒤집어놓고는 '강 크리스틴'에 등극했다. 그리고, 조민규는 아주 맑고 청량하게 'Be my lo~~ve'를 부르며 등장해서, 두 번이나 떨여졌다가 추가 합격되며 어렵게 살아남은 동굴 베이스 고우림을 데려와 혹독하게 훈련시킨 뒤 듀엣으로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팀을 꺾었고, 그 팀의 R&B 팝 배두훈을 데려와 트리오의 극강 하모니로 In un'altra vita를 불렀고, 강형호를 만나 빨간 옷을 맞춰입고 Sweat dreams를 파격적으로 부른 뒤 쿼르텟 포레스텔라를 결성하더니, 자랑스러운(!) 내 한 표도 섞인 전국 시청자 투표로 심사위원 점수를 뒤집으며 마침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서서히 잊을 즈음에, 포레스텔라가 불후의 명곡에서 연전연승 중이라는 한 줄 뉴스가 다시 불을 지폈다. 포레스텔라가 부르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잊어버리게 했고, 긴 코로나 기간 동안 바다 건너 여러 나라 수많은 음악 유튜버들이 어찌 알고 찾아와서는 멘트도 잊은 채 넋놓고 듣는 모습에, 괜히 나까지 뿌듯해졌다. 라디오 가정음악에서 김미숙이 '우리의 사랑하는 고우림'이 부르는 백만송이 장미를 듣자고 말했을 때 갑자기 김미숙이 좋아졌고, 김연아가 고우림과 결혼한다는 뉴스가 떴을 때 나와 딸은 고우림이 낫다, 연느님이 낫다며 티격태격했다. 팬클럽 숲별에 가입 못했지만, 1년 350일 넘게 모여 연습해서 만들어내는 포레스텔라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성장 드라마를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
멀리 베네주엘라의 돌아가신 아브레우박사는 엘시스테마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퍼뜨려 비록 나라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가난과 절망에 빠진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에 희망을 주었고, 전 세계 K-pop 팬들은 우리 노래에 맞춰 춤추며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그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포레스텔라는 삶에 지친 나에게 추억의 노래들을 아름답게 다시 불러주며, 내 복잡한 머리를 비워주고 우울과 불안의 파도를 웃으며 넘게해주니, 내가 병원 문지방을 덜 들락거린다.
브라보! 브라보, 포레스텔라!
내 친구 희야는 손에 땀을 쥐고 팬텀싱어4의 리베란테 탄생을 지켜보았고, 리베란테 팬클럽에 가입했고, 한 멤버의 공연을 다녀왔다며, 아주 들떠서 내가 틀리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짧은 역사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로잡아주었다. 지훈이 뒤돌아 앉아있던 진원을 열번 찍어 엮은 듀엣으로 2등했고, 정승원이 먼저 트리오로 합류했고, 마지막으로 팬텀 키즈 노현우가 쿼르텟으로 합류했다. 정승원과 노현우는 친구였지만, 각자 흩어졌다가 최종까지 살아남으면 같이 하기로 다짐했단다. 리베란테를 응원하는 플랜카드가 신촌에 나붙었고, 친구는 온 가족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투표했단다. 희야의 자랑스런 리베란테이며, 덕질하는 아줌마가 또 한 명 탄생했다. 역시 덕질은 희야도 세상만사 시름 잊고 웃게한다.
*포레스텔라: 강형호(테너, 소프라노, 라커), 배두훈(테너 R&B), 조민규(레제로 테너,리더), 고우림(베이스)
*숲별: 포레스텔라 팬클럽
*불후의 명곡 2022년 연말 기준 82.53% 승률, 왕중왕전 6연승
*엘시스테마, 베네주엘라에서 아브레우 박사가 아이들을 위해서 만든 전국 규모의 방과 후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총알이 날아다니는 거리에서 마음대로 놀지 못하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마음이 치유받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된다. 엘시스테마 출신의 수많은 음악가와 지식인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LA 필하모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도 있다.
*오페라의 유령: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팬텀싱어 jtbc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 결성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1 (2016.11-2017.1)
1위 포르테 디 콰트로. 고훈정(뮤지컬), 김현수(테너), 손태진(베이스), 이벼리(연극배우)
2위 인기현상, 곽동현(히든싱어 감경호편 아마추어 가수), 박상돈(베이스 바리톤), 백인태(테너), 유슬기(테너)
3위 흉스프레소, 고은성(뮤지컬), 권서경(베이스 바리톤), 백형훈(뮤지컬), 이동신(테너)
SONGS
고은성, 권서경. 뮤지카
박상돈, 최경록.배웅
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 아다지오
곽동현, 이동신.카루소
유슬기, 백인태. 소월에게 묻기를
팬텀싱어 2 (2017.8-2017.11)
1위 포레스텔라, 강형호(테너, 소프라노, 라커), 배두훈(테너 R&B), 조민규(레제로 테너,리더), 고우림(베이스)
2위 미라클라스, 김주택(세계적인 바리톤), 박강현(뮤지컬 배우), 정필립(농부테너), 한태인(감미로운 베이스)
3위 에델라인클랑, 김동현(베이스 바리톤), 조형균(뮤지컬), 안세권(유도 테너), 이충주(뮤지컬)
SONGS
조민규. Be my love
강형호. The phantom of the opera
조민규, 고우림, 배두훈. In Un'altra Vita
조민규, 시메 코스타, 고우림, 배두훈. Radioactive (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
강형호, 조민규, 안현준, 한태인. Sweat Dreams (유리드믹스 Eurythmics)
불후의 명곡 (2018-2022)
포레스텔라. 신라의 달밤, 마법의 성, 곤드레 만드레,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나가거든, Sound of silence, Champions, We are the champions, Scarborogh fair, Smooth criminal, Bad romance, Despacito 등
열린음악회(2018-2022)
포레스텔라. 넬라판타지아, Hijo del la luna (달의 아들)
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
고우림. 백만송이 장미
팬텀싱어 올스타전 (2021)
고은성. Reste, 메뚜기가 우우우
포레스텔라. Shape of you, 마마시타
김주택, 조민규. 로잘리나
유채훈, 존노. 숲의 아이
에델라인클랑. 담배가게 아가씨
흉스프레소. 벨라 차오 (Bella ciao)
팬텀싱어 3 (2020.4-2020.7)
1위 라포엠, 박기훈(테너), 유채훈(테너), 정민성(바리톤), 최성훈(카운터 테너)
2위 레떼아모르, 길병민(베이스), 박현수(팝페라 테너), 김성식(배우).
탈퇴 김민석(테너) 리리코지만 레제로 역할, 하루 2회 공연, 실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었다.
중앙SUNDAY 유주현 비욘드 스테이지 (2023.3.25)
3위 라비던스, 김바울 (베이스), 고영열(국악), 존노(테너), 황건하(뮤지컬)
팬텀싱어 4 (2023.3-2023.6)
1위 리베란테, 김지훈(뮤지컬), 진원(테너, 손태진의 사촌동생), 정승원(테너), 노현우(팬텀키즈 바리톤!)
2위 포르테나, 이동규(카운터 테너), 오스틴킴(콘트랄토), 서영택(테너), 김성현(펭귄 테너)
3위 크레즐, 김수인(국악신동), 이승민(바리톤), 임규형(노래 천재), 조진호(아이돌 펜타곤 보컬)
SONGS
포르테나. Neapolis
노현우.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
이승민, 김수인. River
진원, 김지훈. C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