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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오늘 Jun 03. 2024

그래서 그게 뭐 어떤데?






    나는 내 생각에 항상 불확실한 사람이었다. 확신보다는 불신에 가까운 사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의 나를 조금 더 믿어볼걸.'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왜일까? 나는 왜 이토록 불안정하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할까? 그런 감정도 들었다. 내 생각을 확신하는 순간 내 안에 갇히게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열려 있지 않고 꽉 막혀 버린 인간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그 덕분에 나름의 겸손을 갖춘 것 같기는 하지만 누구를 위한 겸손인지는 잘 몰랐다.


    이런 나를 잘 알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흔들릴 때마다 은연중에 스스로 되뇐다. '네가 해야 할 것은 단 하나야. 너를 믿는 것.' 세상에 맞고 틀리고,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내가 틀린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지 항상 두려워했다. 틀리건 말건 상관없이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머릿속의 엄청 쿨하고 근사한 나와 현실 속의 전전긍긍하고 눈치 보는 내가 항상 대립했다. 결국은 자리에서 발만 동동.


    가끔은 욱해서 질러 보기도 했다. 두려운 건 당연한 거고, 일단 좀 하기나 해 보자. 나를 좀 믿고 앞으로 나아가 보자. 그렇게 했을 때 정말 보란 듯이 멋지게 상황을 잘 풀어나가는 내가 있었고, 예상치 못한 상황과 실패로 엄청난 좌절을 겪는 나도 있었다. 이 모든 게 내 마음이 무거워서 그런 거겠지. 생각했다. 나 자신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 차곡차곡 쌓여서 무거워진 마음.


    요즘은 또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다른 이에게 따스하고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쉽게 질리지 않고, 기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는지. 그렇게 하나하나 생각해 나가다 보니까 또 덜컥 두려움이 들었다. 남들 눈에 못나게 비추어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테니까.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자기 사랑보다는 자기혐오가 더 익숙한 나는 이제 이런 굴레를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려움이 들자마자 동시에 울컥했다. 그래서 뭐? 행여나 내가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외면당하고 비난받는다 해도, 그게 왜? 그러지 않기 위해서 왜 굳이 '남들에게 잘 보이는 법'을 나서서 배워야 하는 거야? 그건 진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지. 남들에게 못난이 취급을 받은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인 거야? 그렇게 한차례 '욱'이 지나고 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오... 나 이제 이렇게 발끈할 줄도 아네. 자기 사랑의 끄트머리까지는 간 건가, 싶어서.


    앞으로도 여러 굴곡을 겪을 거고, 머릿속에 온갖 파도가 치겠지만 결국 돌고 돌아 스스로를 따스하게 안아 주는 다정한 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도,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나 자신을 잘 아는 것 아닐까? 나 자신과 친해지는 일. 내가 무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불편해지는지를 잘 알고 나 자신과 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거, 그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거 아닐까?


    그냥, 괜스레 발끈하다가 해 본 오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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