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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오늘 May 28. 2024

삶이 힘들 땐 베개를 뒤집자






    요즘 완벽한 숙면을 취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중간에 번쯤은 깨기 마련이고, 그마저도 쉽게 다시 잠에 들지 못해 얼마간을 뒤척이다 겨우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 잠에 든다. 이런 날이 며칠이 반복되자 당연히 컨디션도 저조해졌다. 아우, 가뜩이나 현재 감당하고 있는 일상도 버거워 죽겠는데 잠까지 자면 어떡해. 혼자 속으로 투덜거려 봐도 달라지는 없었다.


    그러면서 평소 안 좋았던 목조차 더욱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진짜 거북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어깨에 누가 돌을 10kg 쯤은 얹어 놓은 것 같은데,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 줘도 잘 회복되지가 않아 가만히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통증이 계속 됐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새벽과 아침 그 사이에 눈을 떴다. 눈을 두텁게 가린 수면 안대 틈 사이로 희미하게 밝은 빛이 스며 오고 있었다. 아, 이제 알람이 울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오늘도 푹 자지 못한 것과 곧 있으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 몸을 내던져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게다가 눈을 뜨자마자 무섭게 느껴지는 목과 어깨의 통증. 언제쯤 나아질까, 이 통증은. 


    그러다가 문득 베개를 더듬거렸다. 내가 사용하는 베개는 경추 베개인데 양쪽의 두께가 다르다. 나는 평소에 너무 높은 것은 부담스러워 얇은 쪽으로 머리를 베고 자고는 했는데, 오늘은 왜인지 반대로 뒤집어 사용하고 싶어졌다. 잠결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다시 겨우 잠에 드는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요란한 알람이 울려 눈을 떴을 때 평소보다 목의 통증이 훨씬 나아져 있었다. 뭐야. 베개 하나 뒤집어 벴다고 이렇게 괜찮아진다고? 허무했다.


    사실 몇 개월 동안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쉽게 몸의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목이 아픈 원인도 모두 다 외부 상황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장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서. 삶의 여유가 없어서. 건강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어서.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명상과 운동을 게을리 하고 있어서, 등등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통증 앞에 무기력해져 있던 나였다. 그런데 뭐야. 베개 하나 뒤집었다고 통증이 나아지다니. 그동안 몸이 아픈 이유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했던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진짜 허무하잖아.


    삶은 의외로 단순하다더니. 내가 그동안 너무 깊게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삶이 힘들고 꼬여 가는 것만 같을 때 해답은 의외로 엄청 단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본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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