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요즘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냥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툭툭 꺼내어서 늘어놓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문장을 하나하나 잘 닦아서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두고 싶은 마음? 예전에 글쓰기를 할 때 나의 주된 감정은 우울이었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에 담겨 있는 감정의 무게 또한 무거웠다. 내면 속으로 무겁게 침잠하는 만큼 깊이 있는 문장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억지 긍정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하거나 생각을 풀다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애초에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 모호한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를 위한 글쓰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럴싸한 문장을 쥐어짜내서 '있어 보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독한 삶의 고뇌에 빠져 있는 철학가처럼 보이기를 바랐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영 개운치 않았다.
이곳은 독백의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이고, 공유하고, 선보이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것에만 집중했지, 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이루어 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타인을 함께 생각하는 글. 함께 공감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글.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우리'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어 글을 읽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늘 존재했다. 그들의 시간에 보답해 나는 어떠한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삶의 조각들을 공유하며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