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첫사랑 남자친구는 키가 컸다.
큰 키에 반했는지, 짧은 스포츠머리에 반했는지, 야상을 입은 거친 야성미에 반했는지, 아니면 그 모든 것에 다 반했는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한때 연애에 미쳐 있었다.
온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그사람의 미소에 마음이 녹았다.
나를 보는 그 사람의 눈엔 맨날 맨날 하트가 떠 있었는데, 어쩌다 다른 여자를 흘깃 쳐다보기만 해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달려가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어주고 싶을만큼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열렬했던 연애도 종지부를 찍었건만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마음 먹은대로 되지가 않는 법이다.
이별을 했지만, 매일매일 그 사람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아무리 울어봐도 무슨짓을 해봐도 그사람이 보고싶어 죽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느날엔가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그 사람이 사는 동네로 갔다.
집에 왔을 시간이었지만 그사람의 방엔 불이 꺼져 있었다.
내가 아무리 미워도, 어쩌면 나를 보고 다시 사귀자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다가 ,,,
이렇게 구차하게 매달리면 나의 찌질함에 정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가,,,
울다가 그치고 울다가 그치며 얼마나 기다렸던지....
아무리 기다려도 그사람은 오질 않고, 나는 집앞에 있던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밑에서 망부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면서.
그사람이 나를 보고 다시 사귀자고 하게 해주세요...
그사람이 나를 보고 다시 사귀자고 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계속 기도를 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도는 그 사람 얼굴만 한번 보게 해주세요로 바뀌었다.
그 사람 얼굴 한번 보게 해 주세요...
그냥... 그 사람 얼굴 한번만 보게 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하며 그사람을 기다렸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사람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사람은 오지 않았다.
기다릴만큼
기다렸었나보다.
아.......이제 그사람은 오지 않겠구나...
그제야 체념이 되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아카시아 꽃잎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