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제일 간절히 가지고 싶은 것은 자유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혼자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빨리 재우고
할 일을 해치운 다음 쉬고 싶었다.
취침 준비는 양옆에 아이들을
눕혀놓고 책 읽어 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항상 내가 제일 먼저 졸음이 쏟아졌다.
그럼 얘들이 “엄마 자?” 하고 물어봤다.
졸음이 쏟아지니 내 목소리가
오래된 테이프처럼 늘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한 달에 두어 번은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졌는데,
금요일 밤 맥주와 영화타임이었다.
일과 육아와 가사를 열심히 한 내게
내가 주는 상이었다.
일단 아이들을 재웠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다.
새우깡과 구운 쥐포를 접시에
담았다.
카스 라이트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준비 완료다.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주로 봤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멋지고
스토리가 절절해서
지나간 연애사를 떠올리며
가슴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맥주에 취하고 영화에 취해
2시간의 힐링타임이 끝나고
고개를 돌리면, 쌕~~ 쌕~~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보드라운 볼과 통통한 엉덩이와
여린 속눈썹과 작은 손과 발을 보고 나면
나는 다시 엄마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나서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보기에 괜찮은 재난 영화나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주로 보았다.
나는 맥주를 마셨고, 역시 맥주에 취하고 영화에 취했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봐서인지
세상에서 제일 힘센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얘들아, 엄마가 맥주 마시면 힘이 세지는데 한번 매달려 볼래?”
라고 했고 아이들은 나의 양팔에 동시에 매달렸다.
술기운이었던지 나는 정말로 힘이 좀 세진거 같았고,
두 아이들은 잠시였지만 발을 들고 나의 양팔에 매달렸다.
아이들은 영화 속의 영웅처럼
엄마에게 굉장한 괴력이 생긴 줄 알고
“와하하하~~~ 엄마가 맥주 마시면 힘이 엄청 세지네~!!!! ”
열광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얼마 전 장을 보고 낑낑대며 들어오는데
현관 앞에서 아들이 짐을 받아주면서 혼잣말로
“우리 엄마 맥주 마시면 힘 엄청 세지는데” 했다.
그걸 듣고 그만 픽 웃었다.
추억은 참 힘이 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