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는 이름만 보면 맛을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같은 종류가 그렇다.
이름에서 맛뿐만 아니라 모양까지 유추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양파링, 알새우칩, 초코파이, 치즈샌드, 닭다리, 꼬깔콘 등을 떠올려 보시라.
하지만 이름만으로 모양과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치토스, 사또밥, 짱구, 사브레, 칙촉, 맛동산, 쿠크다스
찬찬히 소리 내어 읽어봐도 이름만으로는 그 맛과 모양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과자 포장지에 모양이 있고, 맛을 설명하고 있지만 직접 맛을 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과자에 비해 라면들의 이름은 꽤 직관적이다.
라면의 모양은 네모 거나 동그랗다.
조리법이 다양할 순 있지만 어차피 익으면 구불구불한 면발의 모양은 다 비슷하다.
모양에 개성이 없으니 맛보기 전까지는 그 라면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래서 라면은 그 이름에 최대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야 한다
무파마... 무와 파와 마늘이 들어갔겠군.
사리곰탕면... 곰탕 국물에 라면 사리가 들어간 맛이려나.
까르보 불닭... 까르보 크림인데 맵겠네.
오징어짬뽕... 오징어가 들어간 짬뽕맛이겠군.
김치라면, 쇠고기 미역국 라면, 북엇국 라면, 참깨 라면, 백짬뽕, 김통깨 라면, 두부김치 라면, 카레면, 사천 짜파게티 등등 라면은 이름만 봐도 맛이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하다.
물론 안성탕면, 너구리, 틈새라면, 진라면, 함께 라면처럼 이름만으로는 정확히 맛을 유추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래도 한국사람이라면 기대하는 평균적인 라면맛이 있기에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다.
이름이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김공주, 강까탈, 한 다혈질, 나 잘난, 유 소심, 박 짠돌, 송 감정기복
최성실, 안 긍정, 손 공손, 정 정직, 권 배려, 신 다정, 윤 베풂.
한 사람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다.
그런데도 한 단어로 그 사람을 표현해야 한다면 상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선입견을 가지고 미리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름만으로 어떤 사람을 미리 알 수 없다.
사물의 이름은 쓰임새를 지칭하거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부르기로 사람들끼리 정한 약속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그 사람의 쓰임이나 소용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삶의 방향이나 기대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어젯밤 브런치의 첫 글을 발행하면서 이름 때문에 무척 고민을 했다.
딸과 함께 옛날 별명부터 시작해 예쁜 한글 이름, 갖은 좋은 뜻의 이름들을 떠올려 보다가 지친 우리는
바나나 어때?
바나나? 응~ 맛있고 좋지.
고데기는?
고데기 작가? 그것도 특이하고 괜찮은데?
커피 어때? 엄마 커피 좋아하잖아.
ㅋㅋㅋ 좋아하지 커피.
이렇게 아무 말 대잔치에 이르렀다.
딸은
엄마 유명해지고 싶잖아. "유명" 어때?
유명? 그래 괜찮다, 유명작가. 입에 착착 붙네.
잠도 오고 이름 짓기에 지쳐 멍해진 나는 "유명"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 첫 글을 발행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에 욕망이 가득한 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 컴퓨터를 켜고 앉아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한 달 후에나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유명하지도 않고, 유명해져 본 적도 없는 나는 유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내 글이 유명해진다면 작가 이름에 담긴 염원 때문이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