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미워하면 좋겠다.

by 유명

살다가 누군가가 이유 없이 미워 본 적이 있나?

나는 있다. 심지어 많다.

사실 이유가 아주 없진 않다.

오히려 너무 다양해서 탈이다.


피부가 유난히 희고 고운 사람을 보면 부럽다.

숱 많고 긴 생머리가 반짝반짝 윤이 나면 얄밉다.

작고 예쁜 손과 여리여리한 몸매를 가진 사람이 잘 먹는데 살까지 안 찌면 나는 그런 사람들이 질투가 나다 못해 밉다.


학교 다닐 때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보면 부러웠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성격도 좋고 집까지 잘 사는 아이는 아주 몹쓸 가시나가 된다.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평생 가져보지 못할 것들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나는 밉다.


엄마가 되고 보니 미운 사람이 또 있다.

해준 거라곤 삼시세끼 밥밖에 없는데 자녀가 의대를 척척 들어갔다는 사람들을 보면 얄밉기 그지없다.

나는 죽도록 밥상을 차려도 명품 매장을 갈 일도 없거니와 명품매장 근처만 가도 쭈굴 모드가 되는데, 남편 밥상도 대충 차려 주는 것 같은 이웃집 엄마는 유행 따라 컨셉따라 명품가방을 바꿔가며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게 또 부럽고 얄밉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면 좋겠다.

그 사람은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면 좋겠다.


그런 내가 요즘은 젊은이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

내가 가졌을 땐 그렇게 눈부신 것인지 알지 못했던 젊음이 부럽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밉지 않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를 더 많이~ 더 잘~ 누리면 좋겠다.


이웃에 사시는 사이좋은 노부부가 계신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인사를 하면 항상 웃으시며

“좋을 땝니다~~.

보기 좋습니다~~” 하신다.

중년인 내게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노년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무엇으로 내 마음을 괴롭히기보다는 내가 가진 그것으로 주변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봐야겠다.

질투말고 중년의 여유를 마음껏 플렉스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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