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조네의 추종자 <시인에게 바치는 경의> (1508).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London
동양사상에 이상향을 뜻하는 무릉도원이 있다면 서양문학에서는 아르카디아(Arcadia)가 있습니다. 테오크리토스(Theocritus)와 버질(Virgil)과 같은 고대 그리스로마 목가시인들은 아르카디아(Arcadia:그리스 중부 초원지역)를 대자연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목가적인 이상세계로 묘사했고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이들 목가에 매료된 화가들이 아르카디아를 주제로 한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조르조네(Giorgione, 1477-1510)이지요. 조르조네는 그의 스승인 벨리니의 전원목가적 풍경묘사와 아르카디안적 주제를 접목시킨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조르조네의 이런 화풍을 이른바 아르카디안적 풍경화(Arcadian landscape)라는 이름아래 계승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아르카디안적 주제를 담은 작품의 예로 조르조네의 추종자(Follower of Giorgione)가 그린 그림으로 알려진 <시인에게 바치는 경의 Homage to a Poet> (1508)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림의 제목처럼 그림 속 시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목가적 풍경을 뒤로한 채 왕좌에 앉아 추앙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 화가들의 시인에 대한 존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림을 시와 동등한 수준의 예술로 인지하게끔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 프레비탈리 <테발데오의 전원시에서 따온 장면들> (1510). Image source: The National Gallery, London.
<테발데오의 전원시에서 따온 장면들 Scenes from Tebaldeo’s Eclogues> (1510)은 본격적으로 아르카디안적 풍경화라 칭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조르조네와 함께 벨리니의 공방에서 수학했던 안드레아 프레비탈리(Andrea Previtali, 1480-1528)가 시인 안토니오 테발데오(Antonio Tebaldeo, 1463-1537)가 쓴 목가 속 장면들을 그린 그림으로 이 작품의 독특한 구조로 말미암아 새로운 아르카디안적 풍경화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됩니다. 프리비탈리는 각 장면의 양쪽에 큰 나무나 바위산 등을 어둡게 그려 마치 연극무대의 커튼과 같은 효과를 냄과 동시에 캔버스의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의 전경에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중경에는 개울이나 수풀등을 그리고 후경에는 멀리 떨어진 풍경을 그리는 3단 구성을 이루었는데 이는 향후 17세기 고전주의 풍경화의 거장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1600-1682)의 풍경화의 기본 뼈대로 계승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랭을 사랑했던 18세기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영국풍경화라는 장르를 개척해 나갑니다.
참고문헌: Allan R. Ruff, Arcadian Vision: Pastoral Influences on Poetry Painting and the Design of Landscape (Oxford: Windgather Press, 2015.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