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당근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수분을 가득 머금은 신선한 당근은 오독오독과 아삭아삭 그 사이 어딘가의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선하지 않은 당근은 조금 더 질기고 오독오독한 식감에 가까워져요. 통으로 와작와작 씹어먹으면 흙내음 가득 쌉쌀하면서 달달구리한 맛이 퍼져요. 그러면서 어딘가 싱거운 맛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당근입니다.

볶음밥, 카레, 김밥, 된장국, 불고기,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속재료로 많이 쓰이고, 은은한 단맛과 예쁜 색감 덕분에 주스나 케이크도 있죠. 집에서 카레를 하면 고기보다 당근은 더 많이 담습니다. 된장국에 당근을 넣으면 애호박만큼이나 잘 어울리고 맛있어요. 며칠 전에 욕심이 과해 당근을 3개나 넣었더니 달짝지근한 된장국이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냉장고에 보관해 3일을 나눠서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다양한 채소를 아는 것은 아니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채소 중에서는 가장 오래가는 채소예요. 냉장고에 일주일 넘게 놔둬도 수분 빠짐없이 아삭아삭해요. 예전에 즐겨 먹던 양상추, 오이, 토마토, 파프리카, 배추는 무조건 일주일 내에 다 먹지 않으면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소량으로 자주 구매해야 하는데 당근은 박스로 구매해도 버리는 거 하나 없이 먹게 돼요.

제가 당근을 통으로 먹고 있을 때면 엄마는 "너는 유치원생 때부터 통으로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었지~"라며 웃으십니다. 저에게는 과자보다 친근한 간식이 당근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형제자매 중에 저만 안경을 안 쓴 답니다~

정말 신선한 당근을 먹어보면 당근을 다르게 보게 돼요.


신선한 당근 감상평 :
생밤 먹는 거 같다.
향은 전혀 다르지만
고소하고 질기거나 딱딱하지 않은
딱 식감 좋은 생밤.

달기도 평소보다 더 달고, 한 개를 빠르게 다 먹어도 턱이 전혀 아프네.


이런 당근을 먹으면 "이거 어디 거야?"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맛있는 맛은 때로는 모를 때 좋았다 싶을 때가 있죠. 입이 고급져지는 것은 피곤한 일이에요. 예전에는 귀찮아서 씻은 중국산 당근을 많이 사 먹었는데 요즘은 당연하게 국산 흙당근을 사서 꼼꼼히 잘 씻어 먹어요. 아 저는 껍질 절대 안 깎고 다 먹어요. 가끔 덜 씻어서 흙이 씹히면 기분이 안 좋지만 덜 씻은 저를 탓하지 당근을 탓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매일 먹을 당근을 제가 꼼꼼히 고를 수 있으니까 토끼 말고 인간으로 태어나길 잘한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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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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