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음식 편
찐 고구마가 익어가면서 부엌에 달달한 냄새가 퍼지면 신이 나요. 잘 익은 고구마를 한입 먹으면 뜨거워서 앞니가 마비될 거 같지만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 입 속에서 흐흐 하하 거리면서 먹는 재미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저는 껍질을 먹기 때문에 고구마의 흙내음이 조금 나고요. 식감은 포슬포슬 부드럽고 은은하게 달달해요. 고구마 끄트머리쯤 가면 심이 조금 씹히면서 맛도 좀 덜한 부분을 먹게 되잖아요. 그러면 아쉬운 마음에 하나 더 집게 돼요. 부드럽지만 따뜻해서 그런가 금방 배가 차요.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주제는 '고구마'입니다.
고구마 하면 고구마튀김, 고구마맛탕, 고구마라테 등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음식은 고구마의 맛과 향을 훼손한다고 생각할 만큼 고구마 본연의 맛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99%는 쪄서 아무것도 안 묻히고 먹습니다.
저는 당연히 고구마는 따뜻하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기숙사에서 룸메이트가 준 얼린 고구마(아이스 고구마)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는 겁니다! 웬만한 아이스크림보다 맛있는데 밥 먹은 듯이 든든했어요. 고구마는 얼면 아주 쓰고 맛없게 썩어버리니까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 맛이 싫어서 아예 안 먹었었는데 겨울에도 고구마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그때 룸메이트 덕분에 지금은 겨울을 대비한 고구마를 냉동고 안에 구비했습니다. 제품으로 나온 건 대부분 호박고구마이고, 비싸서 제가 냄비 가득 쪄서 얼려놓아요. 호박고구마는 너무 달고 입이 꿀 바른 듯 끈적여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예전부터 깔끔하면서 조금 목이 막히는 밤고구마를 좋아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시장이나 마트가 아닌 택배로 시켜보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녀봤습니다. 그런데 자색고구마가 뜨는 거예요. 보통 자색고구마는 자색고구마칩, 자색고구마라테 밖에 몰랐는데 그냥 쪄먹을 수 있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어요. 긴가민가하면서 검색해 보니 덜 달다는 후기를 보고 3kg 정도 시켰어요. 상자에 황토 가득 묻은 고구마가 왔어요. 익고 있는데 향도 어쩐지 달짝지근한 향이 덜했어요. 다 익어서 보니 마치 감자처럼 포슬포슬 껍질이 갈라져 있었어요. 먹어보니 자색고구마는 끝맛이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못 느낄 정도의 씁쓸한 맛이 나요. 그 정도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아 안쪽의 달달한 맛이랑 어울려요. 그리고 색깔이 예쁜 자색고구마는 밤고구마의 식감은 그대로 느껴져요. 그러면서 조금 덜 달고 안토시아닌이 있으니까 건강하게 먹는 것 같아서 득을 본 기분이에요. 마음에 들어서 나머지는 얼려놓고 5kg을 더 주문했답니다.
솔직히 맛으로는 밤고구마가 더 맛있기는 해요. 하지만 단맛이 강하고 향이 중독성이 있어서 너무 많이 먹게 돼요. 그래서 적당히 조절하면서 먹을 수 있는 적당히 맛있는 자색고구마가 좋아요. 쌀쌀한 날씨에 해동한 고구마를 먹으면서 '따뜻한 고구마는 훨씬 맛있겠지? 지금도 이렇게 맛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자색고구마칩 말고 찐자색고구마로 드셔보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