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지 않은 두부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마트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300g 언저리 하는 두부 한 팩. 싱크대에 물만 따라 부어서 아이스크림 먹듯이 숟가락으로 퍼먹습니다. 차갑게 먹는 요리하지 않은 두부는 쉽게 으스러지고 텁텁해요. 그래도 콩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금방 한 팩을 뚝딱합니다. 오랜만에 두부를 먹어보면서 이런저런 옛날 생각이 나네요.

오늘 주제는 두부입니다.

여러분은 두부 하면 어떤 음식이 생각나시나요?

두부를 으깨서 톳무침이나 동그랑땡을 해도 맛있죠.

마라탕에 들어가는 푸주랑 건두부도 맛있어요. 그런데 마라탕은 금방 탈이 나서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것 같네요.

두부 과자도 맛있지만 반이 기름이어서 금방 물려서 안 먹게 됐어요.

기름을 두르고 굽기도 하지만, 어느 날 기름 두르는 걸 깜빡하고 그냥 구웠는데 안 들러붙더라고요? 게다가 노릇노릇 담백해서 맛있었어요.

이렇듯 저는 어릴 때부터 두부를 아주 좋아했어요. 하지만 과민장증후군이 생긴 이후로 마지못해 억지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학생 때는 식품에 대해 잘 몰라 누가 생각해도 탈이 안 날 거 같은 두부와 닭가슴살을 거의 매일 아침밥으로 먹었습니다. 제가 탈이나 아무것도 못 먹으니까 두부를 항상 아침마다 챙겨달라고 엄마를 닦달하고는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른이 돼서 보면 "본인이 챙겨 먹으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하게 되지만, 학생 때는 안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는데 매일 장 보러 가고,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서러워서 심술을 부렸어요. 그래서 더더욱 엄마한테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고 식사가 귀찮을 때 두부를 그냥 팩을 뜯어 물을 따라 버리고 숟가락으로 퍼먹었습니다. 칼로리도 낮고 간식으로 딱 좋아요. 그러다가 겨울에 추운 날 두부를 그렇게 먹으니 더 추워져서 전자레인지에 조금만 데워먹어야지. 생각해서 1분 정도만 데워먹었습니다. 오래 데울수록 물이 빠져 두부 농도가 진해져요. 어릴 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두부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찌개류도 저는 맵고 짜서 탈이 나서 잘 못 먹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먹으면 국에 있는 두부 식감으로 두부를 즐길 수 있어요.

두부를 먹을 때마다 틀 모양에 찍혀 윗부분만 오돌토돌하잖아요. 그 부분이 맛이 응축되어 있고 식감도 꼬들꼬들해서 이 부분만 많이 먹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두부면이 그걸 충족해 줬어요. 두부면이 부피는 적어도 단백질이 훨씬 높아서 식단 할 때도 잘 챙겨 먹었습니다. 속도 편하고 시험을 당일 무조건 두부면을 먹은 기억이 나요. 그래도 중요한 날이 아니면 자주 먹지 않는 이유는 두부도 두부면도 결국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손이 잘 안 갑니다. 그렇다고 반찬통을 챙겨 시장통 두부 용기 내 할 만큼 먹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다 마라탕 때문인지 인터넷에 두부면을 1kg씩 파는 거예요. 그래서 사 먹어 봤죠. 시중에 100g씩 파는 두부에는 소금이 많아서 맛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반찬통에 소분해서 얼리고 전자레인지에 녹여서 허브솔트를 섞어 비벼먹었어요. 그런데 와 맛있다!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요. 그래서 시중에 파는 두부면이 나트륨이 꽤 높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안 사 먹게 됐어요.

그리고 저는 순두부, 연두부는 안 좋아합니다. 두부의 고소함도 적고 덜 익은 계란찜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순두부찌개도 안 좋아해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강릉에 순두부찌개가 아니라 하얀 순두부를 팔길래, 속도 편하고 좋겠다 싶어 도전해 봤는데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지못해 먹듯이 먹었는데 음? 강릉순두부는 순두부찌개 두부가 아니라, 그냥 두부맛이었어요. 그래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이 날 여행 온 김에 짬뽕 순두부도 먹었거든요.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반나절도 안 돼서 배탈이 나서 아주 고생했습니다...ㅠㅠ

워낙 많이 먹은 탓에 가끔 역할만큼 질려도,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그만큼 과민장증후군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음식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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