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돌김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김 크기를 감당할 적당한 그릇이 없어서 찜기를 펼쳐 그 위에 김을 2~3장 꺼내서 올려놓습니다. 굳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찢어먹습니다. 파트트트특? 바사삿사삿사삭? 아무튼 툭툭 끊기듯이 소리가 납니다. 그와 동시에 식탁에 김가루가 조금씩 떨어져요. 깜빡하고 다 먹고 안 닦으면 나중에 엄마한테 혼납니다. 그렇게 손으로 찢어낸 김을 입에 넣으면 바삭바삭하고 은은하게 비릿한 바다향이 나고 맛은 짭조름해요. 씹다 보면 바삭함은 사라지고 질겅질겅 질겨집니다. 끝에 약간에 단맛도 느껴져요. 그리고 가끔 입천장에 김조각이 달라붙을 때면 혀끝으로 빗자루질하듯이 쓱쓱 긁어냅니다. 먹어본 분은 무슨 상황인지 아실 거예요. 사실 물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떨어지지만 괜히, 굳이 빗자루질하죠. 초반에 2~3장만 미리 덜어낸 이유는 멍 때리며 먹다 보면 5장 이상 먹어버리기 때문이죠. 뭔가 맛있다기보다 재밌는 음식 같아요.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김입니다.

가장 친근한 김은 급식에 나오던 소금 묻고 기름에 구운 맛김인 것 같아요. 급식 김은 양이 적어서 항상 감질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통영에서 태어나 아침마다 엄마가 충무김밥을 자주 해주셨는데요. 그릇 위에 잔뜩 김밥을 쌓아놓으시면 옷 갈아입다가 한 개, 머리 말리면서 한 개, 빗질하다가 한 개 집어먹으면서 학교 갈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요. 만드는 엄마도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고, 먹는 나도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간 아침밥이었어요. 물론 충무김밥은 간 없는 김에 싸서 오징어볶음과 어묵볶음을 함께 먹는 것이지만, "밥만 들어간 김밥"보다는 "충무김밥"이 단어가 더 짧아서 사용하게 돼요.

제가 간식으로 먹는 생돌김을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이걸 작년에 직원 식당에서 알게 됐어요. 그냥 먹다가 왜 간장을 안 가져왔냐고 하길래 되려 당황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밥을 조금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 거라고 해서 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어요. 맛김이랑 전혀 다른데 매력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김만 먹는 게 더 맛있는 거 같아요.

본가에 있을 때는 시장에서 100장씩 들어있는 걸 먹을 수 있었지만 혼자 살면서 마트에서 사 먹게 됐습니다. 양이 적은 김밥김을 사기도 하고, 지퍼백에 30장 정도 들어있는 돌김을 사기도 해요. 김밥김이 더 촘촘하고 얇고 바삭해요. 돌김은 앞에 말씀드린 대로 끝에 약간에 단맛이 나고 좀 두껍고 질겨요.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게 먹어요.

입이 심심할 때 가끔은 과자대신 건강하게 김 뜯어먹는 거 어떠세요? 슴슴한 맛에 매력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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