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오독오독 씹을 때는 고소하고 달달하지만 끝에... 그러고 보니 호두는 껍질이 3겹이네요. 초록색에 부드러운 겉껍질, 그다음 웬만해서 깨기 힘든 딱딱한 속껍질, 그다음 우리가 먹는 부분이죠. 여기를 보통 껍질이라고 안 하지만 설명을 위해 호두 세 번째 껍질(?)이라고 하겠습니다. 끝에 세 번째 껍질이 씁쓸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견과류입니다.

견과류는 워낙 많은데 굳이 하나로 묶은 이유는 호두만으로 딱히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견과류 식감은 대부분 비슷한 거 같아요. 잘 볶아진 맛있는 상태에서는 오도독오도독 거려요. 때로는 습기가 찼는지 덜 볶아졌는지 우득우득 거리는 것도 있어요. 그 복불복이 오히려 먹는 것을 즐기게 돼요. 그리고 생 ㄱ견과류를 까먹어보면서 제가 지금까지 맛있어하던 것은 볶은 견과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볶은 게 확실히 맛있어요. 어릴 때는 하루 권장량 같은 걸 몰라서 계속 집어먹은 기억이 나요. 칼로리도 높고 견과류는 과다 복용하면 꽤 부작용이 크더라고요. 이제는 호두 기준 다섯 알 정도만 먹습니다.


먼저 아몬드를 이야기해 볼까요? 호두처럼 쓰지도 않고, 땅콩처럼 기름지지도 않아서 다이어트할 때 아몬드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아몬드 10알이 그렇게 달달하고 오독오독 고소할 줄 몰랐어요. 하지만 어느샌가 아몬드를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려요. 아 이런 게 질렸다는 건가? 싶었습니다. 이전에 두부도 그랬었는데 오랜만에 가끔 먹으면 맛있거든요? 그런데 아몬드는 직접 사려고 하면 사기 전부터 속이 안 좋아져서 결국 장바구니에 안 담게 됐어요.

그다음 피스타치오로 넘어갑니다. 까먹는 방식이 재밌기도 하고 달달하고 고소해서 맛있었어요. 그런데 입 안 여는 조개처럼 안 까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걸 모르고 씹다가 이가 아파서 안 먹게 됐어요. 호두는 동그랗고 커서 도구를 쓰면 잘 까지지만, 피스타치오는 작아서 도구도 잘 사용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보통 견과류는 아침에 혈당 상승 방지 아니면 아침에 나가기 전에 간단하게 챙겨 먹을 때 먹습니다. 그렇게 바쁜 아침에 하나하나 까먹으려니까 은근히 답답해서 결국 안 사 먹게 됐어요. 다른 것보다 비싼 것도 한몫해요.

그래서 다음으로 땅콩으로 넘어갑니다. 어릴 때는 커피땅콩같이 맛이 들어있는 땅콩도 잘 먹었지만 이제는 그냥 땅콩맛이 더 맛있는 거 같아요. 오히려 겉에 맛이 땅콩맛의 본질을 가려서 싫더라고요.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땅콩이지만 더 좋아하고 자주 구매하는 것은 호두입니다. 고소하지만 씁쓸함이 있어서 과식을 안 하게 돼요. 저한테는 꽤나 중요한 부분이에요.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 없이 입에 넣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온갖 음식 부작용을 다 겪습니다. 조심해야 돼요.

호두 하면 호두과자 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호두과자 천안에 살 때 궁금해서 꽤 사 먹었었는데 가끔 먹으면 맛있는 거 같아요. 팥도 좋아하고 핫케이크 같은 바깥 부분도 좋아요. 하지만 꽤 달아서 점점 안 먹게 됐어요.

호두랑 닮은 피칸도 있습니다. 피칸은 호두처럼 쓰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반갑고 맛있었지만, 뭔가 아쉽더라고요. 피칸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호두가 맛있는 건 쓴맛 안에 달달 고소한 내용물이 있기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미묘한 아쉬움에서 호두는 쓴 껍질 맛이 같이 있어서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호두는 먹기 전에 기대는 안 하지만 막상 먹으면 피식 웃으면서 '맞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지.'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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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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