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음식 편
닭가슴살은 조리법에 따라 부드럽기도 하고 지점토처럼 퍽퍽해지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치킨은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수비드와 반대로 퍽퍽한 식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에 삶으면 수분과 기름기가 빠져나가서 또 퍽퍽해집니다. 프라이팬에 굽는 게 그나마 부드러운 것 같아요. 익숙한 닭볶음탕과 치킨의 닭가슴살이 퍽퍽하다 보니 닭가슴살은 맛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운동 좀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가공된 닭가슴살이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인터넷에서 세일하며 30팩씩 파는 전자레인지용 닭가슴살은 종류도 다양합니다. 볼, 스테이크, 스팀, 수비드, 소시지 등 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씹는 맛이 있는 게 좋아서 결국엔 생고기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이때 보통 스리라차, 머스터드, 후추소금 등 칼로리가 낮은 소스를 찍어먹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어느 순간 뭔가 애매한 거예요. 그래서 그냥 먹어봤는데 처음에는 약간 비리긴 해도 천천히 먹게 되고 또 그때만 느껴지는 식감과 향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종종 아무것도 안 찍고 잘 먹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에게 소금도 안 찍어서 먹는다고 하면 웬만해서 기겁하더라고요. 그래서 친한 사람이 아니면 말을 잘 안 합니다. 뒤에서 몰래 그렇게 먹어요.
오늘의 주제는 닭고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기름진 걸 잘 못 먹었습니다. 그래서 백숙이나 삼계탕, 튀긴 치킨, 구운 치킨, 닭볶음탕 등 모든 닭메뉴에서 닭가슴살이 가장 좋았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랑 삼계탕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껍질은 떼어서 먹는다니까 "그게 맛있는 건데..!" 하면서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아 근데 그게 건강하긴 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놀라도 끝에는 꼭 그럴 수 있지 이해해 주는 좋은 친구였어요. 원래도 닭가슴살을 좋아하던 제가 웨이트 트레이닝에 눈을 뜨면서 닭가슴살로 된 건 종류별로 다 먹어본 듯합니다.
1. 냉장 500g 팩, 가장 익숙하고 신선합니다. 엄마가 항상 구매해서 만들어주시던 제품이었기에 운동하기 전에 닭가슴살 하면 이것밖에 몰랐습니다.
2. 냉장 훈제 혹은 블랙페퍼 등 약간의 맛이 가미된 100g 낱개, 편의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마트 어디든 있습니다. 하림, 사조, cj 제품이 가장 눈에 띄는 것 같아요. 그중 하림 블랙페퍼는 어디를 가도 팔아서 200팩은 먹었을 거 같아요. 5년 전에 2000원이면 샀는데 요즘 마트에 4000원이 넘어서 지금은 쳐다도 안 보게 됐습니다.
3. 냉동 100g 10팩에서 50팩 정도 사이에서 보통 판매합니다. 가공된 정도와 양념 맛이 제각각이어서 가장 종류가 많습니다. 헬스장 트레이너분이 추천해 주신 제품을 시작으로 고르는 재미도 있어서 사이트에 있는 제품 대부분 하나씩은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일단 볼이랑 스테이크, 소시지는 다짐육이어서 물리고, 상온닭은 최악, 저 정말 맛없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막입입니다만, 이건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냄새는 강아지 사료 같고 식감은 참치캔 같아서 다시는 안 사 먹었습니다. 수비드 닭가슴살은 제법 많이 먹었어요. 그래도 결국 가공품이라 뭔가 밥보다는 간식 먹는 느낌인 거 같았어요.
4. 한 조각씩 분리되었지만 큰 지퍼백에 담긴 냉동 닭가슴살 700g~1kg 팩. 정말 가장 많이 먹은 닭가슴살 제품을 꼽으라면 이 제품일 것입니다. 1, 2, 3번은 가격도 그렇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요. 친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정도면 죄책감 들겠다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이 제품으로 갈아탔습니다. 해동만 하면 냉장닭처럼 조리할 수 있는데 보관도 편하고 특히 한 조각씩 해동해먹을 수 있어서 가장 좋았습니다. 항상 도자기 그릇에 넣고 물을 부어 해동했는데 핏물이 거의 안 와요.
5. 500g~2kg 정도가 한 팩에 덩어리째 파는 냉동 닭가슴살. 100g 당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해서 더 저렴한 인터넷에서 사봤습니다. 그런데 해동해 보면 4번 제품에 핏물 무게가 약간 추가된 느낌이에요. 녹으면 좀 줄어있는 게 느껴져요. 물론 그래도 아주 저렴한 편이에요. 하나씩 분리되어있지 않고 통으로 얼어있으니까 까다롭기는 합니다. 가끔 터져서 오면 냄새도 나고 한 번에 1kg씩 조리해 놓고 4일로 나눠먹으면 1일 단백질 섭취량에 맞아요. 그러나 아무리 냉장이어도 4일을 두고 먹는다는 게 좀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꼭 소금 간을 하거나 양념 간을 해서 냉장고에 보관해서 먹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아무 간도 없는 맛으로 먹을 수 없어요. 그리고 한 번에 많이 해놓으니까 좀 더 많이 먹게 됩니다.
6. 닭가슴살캔, 2번 제품이 가격이 오르기 전까지 가장 비싼 닭가슴살 제품이었어요. 제가 삶은 것보다 퍽퍽하고 맛도 그렇게 맛있지도 않은데 꽤 먹었던 이유는 상온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고시원이나 기숙사 살 때는 냉동고도 없고, 냉장고가 너무 작아서 예전처럼 인터넷에서 시켜 먹거나 조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캔이 너무 편리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일이 바쁘거나 시험 준비를 할 때 시간 아끼기에 캔이 가장 좋았습니다. 사조 안심이 제일 맛있어요. 특유 조미료 맛이 밥이랑 어울리지만 금방 물려요. 그리고 나트륨이 높고 가격이 여전히 비싸서 웬만하면 안 사려고 합니다.
7. 그 외 닭비엔나, 닭동그랑땡 등 저렴한 가공품. 닭가슴살 함량이 50~70% 정도입니다. 이건 순수 닭가슴살이 아니기 때문에 빼려다가 넣었습니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고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나트륨도 높고 기름기도 있어서 다이어트용으로는 제외됩니다. 하지만 돈이 너무 없던 때에 그나마 가장 저렴한 단백질이었기에 어떻게든 허기를 채우려고 머스터드소스랑 같이 먹은 기억이 나요. 짜고 맛도 없었지만 왠지 떠올리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요. 비엔나는 어릴 때 문방구에 팔던 저렴한 소시지 맛이었고, 동그랑땡은 만두 속만 먹는 맛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돼서 간편합니다.
지금까지 먹은 닭가슴살만 1000kg은 될 것 같은데 전혀 안 질리고 매일 먹어도 안 질립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한 가지 단백질만 먹는 것은 간편하지만 영양불균형으로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1kg 정도만 닭가슴살을 먹고 나머지는 콩, 두부, 해산물, 다른 육류, 셰이크 등으로 단백질을 채웁니다. 다들 골고루 단백질 섭취하면서 오래 건강한 다이어트 합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