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배추

제1장 음식 편

by 겨울나무

생배추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도 찐 배추를 더 좋아해요. 생배추는 와그작와그작 달달하지만 은근히 써서 많이는 못 먹어요. 그런데 찐 배추는 부드럽고 달달해서 생각 없이 먹으면 한 통이 금방 없어져요. 엄마는 배추를 통으로 쪄주셨었어요. 따뜻할 때 먹는 것을 좋아해서 급하게 뜯으면 엄청 뜨거워요. 그래서 제가 찔 때는 한 잎씩 떼어서 찝니다. 그럼 젓가락으로 접시에 찢어 왕왕 먹을 수 있어요. 배추는 수분이 많아 금방 물 배가 차요. 그래서 밥이랑 먹기보다 그냥 간식으로 찐 배추를 먹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배추입니다.

저는 집 근처 마트에서 3000원 언저리에 구할 수 있는 알배추를 가장 자주 먹습니다. 배추가 안쪽으로 갈수록 노랗고 달고 부드럽잖아요. 그래서 한 잎씩 떼어서 씻어놓은 바구니에 가서 작은 것만 골라먹었어요. 그러면 또 너구나라는 뉘앙스의 엄마의 눈초리를 받습니다. 생각해 보면 요리하는 엄마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재료를 주워 먹은 적이 많아요. 익히기 전 채소와 고기를 손톱만큼 떼어서 맛을 봤어요. 은근슬쩍 먹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항상 엄마는 "그러다 배탈 난다~~"라고 하셨어요. 먹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들을 걸 아시니까 가볍게 경고(?)만 해주셨어요. "우웩-"하면서 뱉기도 하고 "오 은근히 맛있네" 계속 주워 먹기도 했어요. 다행히(?) 배탈이 난 적이 없어서 식중독의 위험성을 배우기 전까지 계속 그랬어요. 왜 그랬었는지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요리라는 게 마냥 신기해서 이 요리에 대체 뭐가 들어가고 삶거나 익기 전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세어버렸네요. 그럼 다시 배추로 돌아와서, 또 배추 하면 김치죠. 다들 김장은 잘하셨을까요? 김치도 정말 좋아해요. 푸릇푸릇하고 아삭한 김장 김치도 좋아하고 푹 익은 신김치랑 묵은지도 좋아해요. 배추는 김치가 되면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아주 넓어지죠. 신김치 볶음밥을 정말 좋아해서 프라이팬에 3인분 정도 하면 그걸 혼자 다 먹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운동을 시작으로 나트륨 조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더 이상 냉장고에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가에 가서 김치를 먹으면 "와 내가 이 맛을 잊고 살았구나"라고는 안 하지만 그만큼 감탄하면서 최대한 많이 먹고 와요.

그리고 배추랑 비슷한 양배추가 있죠. 양배추찜도 정말 맛있죠. 좋아하기는 하지만 양배추는 좀 더 두꺼워서 질겨요. 그리고 배추는 사놓으면 끝까지 먹어요. 그런데 왜 인지 항상 양배추는 작은 걸 사도 남겨서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맛이 덜하기보다 손이 잘 안 가서 안 먹게 되는 거 같아요. 자취하면서 양배추를 산 적이 거의 없어요.

간혹 요리를 해 먹으면 더 맛있는데 왜 그냥 먹느냐고 무슨 맛으로 먹냐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일부로 그런다기보다 배추만 먹어도 만족하니까 오히려 뭘 해 먹을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추 요리를 잘 몰라요. 기껏해야 국에 넣는 정도? 인 것 같아요. 꼭 남들이 먹는 음식을 먹을 필요 없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먹을 필요 없습니다. 배추를 찌면 쌈을 싸 먹어야 할 것 같잖아요? 저는 오히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굳이 젓갈의 나트륨과 밥에 탄수화물, 고기의 지방을 과하게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TV 보면서 입이 심심할 때 간식이 꼭 과자나 배달음식일 필요가 있을까요? 쉬는 날 영화 틀어놓고 찐 배추를 젓가락으로 찢어가며 아작아작 맛있게 먹어요.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동안 당연한 줄 알고 몸에 쌓아버리는 가공음식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다 보면 건강한 간식이 어느새 일상으로 자리 잡힐지도 몰라요. 저는 그런 날을 기대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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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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