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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건 노력으로도 안되는 거였음을

by 담빛 레오

사랑을 하는 건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받는 건 안되는 일이었다.

14년만의 재회와 그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고 싶었던 내 열정과 사랑은 결국 그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지 않음을 확인하고 오래 전 그때처럼 너무 가볍게 그 사람에게 내쳐졌다.

이렇게 될 일인줄 몰랐더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다.

나의 노력에 보답하려는 거였을지도 모를 그의 친절과 노력을 나는 조금씩 그의 마음도 나처럼 뜨거워지고 있는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불편해짐...

이라는 카카오톡 단 한마디로 나의 사랑받으려는 노력은 그렇게 땅 밑 저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내 손을 잡아주고 함께 산책하던 그 사람은 이 메세지를 남긴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일까?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오래 전에도 그는 그렇게 나를 보냈으니까. 갑자기 혼자 남게 된 나는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의 체취와 온기를 쉽게 잊지 못해 오랜 시간 힘들어했으니까.

그래서 그 사람의 그 한마디는 과거의 내 아픔을 온통 다 기억나게 해서 한 번의 기회도 더 없음을 일깨워주는 것과 동시에 그 사람은 결국 변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을 했을까? 바빠서 약속을 갑자기 취소하게 된 그에게 힘들다는 투정을 보냈는데 그게 이별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그런 이유로 이별을 하는 연인은 없겠지.

그가 힘든 상황임을 이해하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 나의 실수를 인정하더라도 '불편해짐.' 이라니.

마치 집에서 보조청소용으로 사용하는 청소도구 같은걸 버릴때는 쓰는 말 아닌가.

나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 돌아온 이 순간에도 마음이 저릿저릿하다.

이 시간이 빨리 흘러 지나가길 바랄수밖에. 조금도 혼자 조용히 있게될 시간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지난 5달 온통 그를 생각하고 그와 만나면 뭘할지 고민하고 그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들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불편해진 존재가 되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으니 그런 그의 선택도 존중해줘야하겠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도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나보다.

마음은 울고 있지만 눈물이 나질 않아서 더 먹먹해지는 오늘밤.

이런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를 만나서 행복했던 아침들. 고마웠던 감정들. 따스했던 순간들만 기억에 남기고 버려진 상처는 잊어버리고 떳떳한 내 모습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과 그를 잊기위한 고통을 겪어야 할까?

이 시간이 지나길.

오래 전 그와 헤어진 후로 다시 그를 볼 자신이 없었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우연히 만나더라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게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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