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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산다는 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by 담빛 레오

밤새 눈이 많이 내린 아침이다. 블루베리나무가 얼지 않게 지난 12월 열심히 검색한 끝에 해외배송으로 구매한 접이식 비닐하우스는 눈이 많이 내리면 주저앉지 않았을지 확인한다. 다행히 이번 눈은 그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쌓인 눈을 털어줄 겸 레오와 커플룩을 만들려고 구매한 하얀 플리스 점퍼를 걸쳐입고 마당으로 나가본다. 앙상한 가지와 누렇게 변한 잔디위를 하얀 눈이 가득 덮었다. 그리고 멀리 동쪽 산 위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산꼭대기 위쪽 하늘이 점점 붉어지더니 살짝 솟아오른 해가 순식간에 산위로 쑥 올라온다. 닭이 알을 낳는 것 같다.

하우스에 쌓인 눈을 털어내려고 한쪽 끝을 잡고 위아래로 털어보는데 금새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다. 불피우는 화로대 위에도 눈에 쌓여 숯 재를 덮었다. 지난 가을 심은 수양매화는 벌써 꽃피울 준비를 하려고 콩알만한 꽃망울이 맺혔는데 그 위로 살포시 얹은 눈이 앙증맞다. 축축한 바닥을 싫어하는 레오는 처음 문밖에 따라나와 주춤주춤하더니 잔디밭으로 달려가서 토끼처럼 뛴다. 눈 위에서 폴짝폴짝 뛰는 말티즈 궁둥이는 영락없는 산토끼같다. 잔디 위를 두어바퀴 돌더니 늘 이용하던 그곳에 가서 볼일을 본다.

풍경은 멋지지만 너무 추워서 얼른 들어가야겠다. 현관문을 열자 레오도 쏜살같이 뛰어들어온다.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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