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의미 있는 의미부여, ‘나의 이름’, ‘우리의 이름’
우리 엄마와 아빠, 어떻게 나와 오빠의 이름을 보구, 보라로 지으셨을까?
언젠가 물어봤을 때 '보구 또 보라'라는 의미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
문득, 예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보고 또 보고'가 두둥실 떠오른다.
'보구' 는 사랑하는 나의 친오빠의 이름이다.
9살이니까 때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 내 오빠의 이름을 놀리던 같은 반 짝꿍이었던 남자아이를, 친구를 처음으로 때리고 친구를 향해 울던 9살의 '나'
오빠의 백과사전에 적힌 오빠의 이름을 보고 친구가 오빠의 이름이 이상하다며 놀렸었다.
오빠의 백과사전이 창피하진 않았다, 어린 '나' 조차 오빠의 촌스러운 이름이 창피했었다.
집으로 돌아와 왜 우리 오빠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며 엄마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가 우리 이름을 지은 의미를 알려주신 9살, 나는 그 후로 오빠와 내 이름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6살 터울이 나던 우리 남매,
어릴 때 방문 틈 사이로 엄마와 누군가가 하던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나를 만난 거라고..? (너무 어릴 때 몰래 엿들은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내 이름을 보라로 지으셨고, 그래서 보구 '또보라'라고 의미를 부여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특별해지니까,
30살, 결혼 2년 차이자 이제 내 아이의 엄마가 되고자 결심한 그날, 엄마한테 나의 태명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또보라'라고 장난스레 말하며 수화기 너머로 떨렸던 엄마의 목소리..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말이 있고, 나도 그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지만
왜인지 그날만큼은 기분이 태도가 되고 싶은 날이었고, 엄마 같은 엄마를 꿈꾸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수화기를 통해 용기 내어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본인을 낮추며 겸손해하던 나의 엄마,
딸이 인생의 롤모델이 엄마였다고 나처럼 당당하게 고백하는 딸과,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엄마가 대한민국, 아니 이 세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친구를 더도 말고 딱 한 명만 사귀고 오라고 말했던 나의 엄마,
세상에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나의 엄마'이고 싶었다.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온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정말 나의 보물 0호는 '나의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