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시간의 안과 바깥 그 마음의 경계선
나는 '뽀로로'가 아닌데 놀러 가는 기분이 들 때가 제일 좋다.
대학교 직장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하던 9개월이 그랬고,
양주시정신건강지원센터의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러했다.
내가 정신건강지원센터라는 곳에 방문한다고 하면
나를 색안경 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있지의 ‘wannabe' 노래 가사처럼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이 노랫말처럼
나는 그냥 나로 살고 싶고, 나답게 살고 싶고, 내가 너무 궁금해서 알고 싶고,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서 전문가와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나를 위한 ‘정신건강론’을 배우는 기분이라 그 기분 좋은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생님을 만나고 온 뒤 나는 ‘정신건강론’, ‘인. 행. 사’ 이 두 가지에 굉장히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나는 전공적으로 배웠지만, 아직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서 대학원을 더욱 가고 싶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연세대학교 대학원의 아동가족학과라던지, 덕성여대의 장애통합 관련 학과라던지,
나의 스무 살, 대학 첫 멘토가 되어주신 교수님 모교와 교수님 전공인 경희대학원 아동학 전공 학과라던지..
분명 2020년 결혼 후, 이곳에서 내 첫 직장과 GOODBYE를 한 뒤, 내 인생의 첫 실업급여를 타며 불행했던 적이 있다.
남들은 실업급여 타서 좋겠다. 누군 타고 싶어도 못 타는데..라고 하지만 나는 달랐다.
실업급여를 타고 싶지 않았고, 내 의지로 버는 돈이 아닌,
나라에서 주는 돈이 마치 나의 무능함을 달래주는 듯한 돈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당시 실업급여로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무얼 위해 써야 할지 모르며..
정말 돈은 있지만 쓸 줄 모르는 사람으로 6개월을 허무하게 보낸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나는 급격하게 악화된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인해 마지막 근무지에서 '한 달' 간의 휴직을 제안받았다.
(그 당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도와주신 원장님, 주임 선생님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분명 한 달간의 휴직기간 동안은, 병원 입원실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나의 내면을 스스로 돌보고, 질문을 던지며
몸과 아픈 나를 위로하고 달래고, 응원하고, 끊임없이 나를 셀프케어하듯 돌봐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 나를 사랑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나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위해주었던 그 사람들을 보며 다시 일어날 힘과 용기를 얻은 건 분명하다.
그래서, 정말 그날, 누가 툭치면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어린아이 마냥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던 나를,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상하의 검은 옷과 검은 슬리퍼를 신었던 나를,
혼자 돌려보내지 않고, 기꺼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신 최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선생님과 상담 후 느낀 감정은, ‘공감’과 ‘경청’의 힘이다.
'늘' 내가 '가장' 잘하고 있던 바로 그것이다.
내가 보육교사를 그만두고 상실감에 빠진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매일을 아이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더 이상 그걸 하지 못하니,
나의 일상도, 나의 능력도 모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허무함과 쓸쓸함, 공허함에 깊이 빠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해보고, 안 하던 인스타그램 등 SNS를 미친 듯이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내가 SNS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과시할 만큼 자랑거리가 없었고, 지극히 평범한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를 위한 ‘디지털 기록 저장’의 의미로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잊고 싶지 않아서
미친 듯이 업로드를 하고, 나만의 멘트를 작성하니
정말이지,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그때처럼
내가 나 자신에게 마법 부리듯 지극히도 평범했던 나 스스로가 굉장히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작심삼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잠을 자지 않아도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특히 이렇게 한글 파일에 나의 혼잣말을 기록할 때 정말.. 새벽까지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너 지금 뭐해.. ”라고 정색을 하며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남편의 모습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나의 남편이니까 하루아침에 변한 내가 걱정되고, 걱정되고, 걱정되었겠지..
그렇지만 나는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병원에 입원한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매 순간을 생각하며 썼던 그 글을 보며,
언젠가 이 글로 내가 뭐 하나라도 하고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가수들이 자신의 자작곡을 만들고, 김이나 작사가님이 ‘언어’로 노랫말을 짓듯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만의 인생을 작사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안 해봤지만, 사실..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감성 뮤지션의 콘서트에 가보기,
좋아하는 감성 에세이들을 읽으며 인사이트 받기,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느끼며 힐링하기
오은영 박사님의 솔루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배우고 싶은 점 기록하기
사실은 이렇게나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내가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자기소개서 취미, 특기란에 가장 현타를 느낀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하고 싶은 게 많다.
라탄 공예, 꽃꽂이, 베어브릭 만들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플라잉 요가 배우기, 수영 배우기, 자전거 배우기..
그동안 시간과 여유와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사실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제야 입 밖으로 나온다.
지금 내가 이상한 상태인지 조금 헷갈린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글 쓰기에 영감을 받기 위해, 나를 알고 있던, 혹은 남편들의 지인들을 통해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해보기로 했다.
정말 마음 같아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허락과 동의를 구하고 녹음기를 켜야 하나... 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 그리고 사실은 이루지 못하겠지만 남편에게만 말한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우선 지금 당장의 목표는 첫째, 나만의 글들을 모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나만의 에세이를 브런치 사이트에 남긴 뒤, 가능하다면 나만의 전자책을 출판해보고 싶다.
그리고 둘째, 작사가가 되고 싶어 졌다. ‘성덕’이라는 말이 있듯.
내가 고등학교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아이돌 가수가 있다.
(구) 비스트 (현) 하이라이트.
분명 동방신기, 엑소, BTS처럼 너무나도 인기 초절정의 아이돌 그룹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들 특유의 무드? 가 섞인 노래가 좋았고
양요섭과 윤두준을 비롯한 그 멤버들의 목소리의 조화를 좋아했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나를 행복한 순간으로 시간여행시켜준다.
그래서 그들이 새로운 그룹의 이름으로 다시 TV에 등장한 순간 벅찬 감정이 들었고,
다시 등장하여 발매한 노랫말이 나의 인생 노랫말이 되었다.
멤버 이기광 님이 작사한 ‘불어온다’ 였는데
I'M STILL HERE IT'S NOT THE AND
그 노래는 모든 가사가 좋지만, 이 가사가 나의 마음에 다가와 꽂혔다.
예전에는 가수의 '음색'좋다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 하이라이트라는 그룹을 보며 느꼈다.
처음으로 노래 파트마다 눈을 감아도, 멀리서 들어도 누가 불렀는지가 추측이 되고,
그게 너무 재미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노래가 나에게 위로가 되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
이런 가수에게 나의 이야기를 선물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노래가 발매되던 5월, 나는 처음으로 보조교사 근무를 했지만, 늘 출근길에 긴장되는 마음을 이 노래만 한곡 반복하며, 이 앨범의 노래만 들으며 1시간 30분을 출근했었고 이 노래만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이 노래 덕에 그때가 가장 행복한 9개월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만약 내가 정말 ‘작사가’가 된다면 나의 노래 가사가 그들의 앨범에 실리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
퇴사 후 남편과 늘 가던 '스타필드'를 처음으로 놀러 가는 기분으로 간 적이 있었다.
놀러 가는 기분으로 쇼핑을 하니 생각보다 많은 지출을 했지만 과소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파스텔톤의 밝은 나이키 트레이닝 세트
수영을 결심하기로 한 나를 응원하는 수영복과 수모와 수경 세트
그리고 편안한 차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없던 색상과 디자인의 새로운 스타일의 청바지 도전!
정말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작가님의 제목이 너무 좋다!!!!!!
서른 평생 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물을 좋아하고 싶어 용기 내서 수영복을 샀고, 수영을 하고 싶어 졌고,
평생 넘어지는 게 무서워서 자전거를 싫어했던 내가 허리에 좋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싶어 자전거를 배우고 싶어 졌고, 남편은 요즘 나에게 '블로그충', '인스타충'이라고 짓궂게 놀리지만,
나의 일상을 기록하며 우울감에서 벗어나 나를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고,
더 이상 나의 어린이집이, 나의 아이들이, 나의 조부모와 학부모들이, 나의 동료들이, 나의 원장님이 계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들과 나누었던 마음의 온도, 언어의 온도, 추억의 온도, 장소의 온도, 시간의 온도 모두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기에 소속감이 없어 불행함을 느꼈던 것 같지만
그때의 '온도'들을 기억하며 '더 나은 내가 되리라' 결심하게 되었으니
정말 7년간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만능 이어야 해. '
'교사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면, 그런 사람의 인성이라면, 분명 뭘 해도 해내고야 말 거야'
아니면 어쩌면 내가 하던 말인지도 모른다. 사실 내 얘기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나답고 싶었고, 가장 나답게 완벽하고 싶었고, 가장 나답게 모든 사랑을 주고 싶었고,
가장 나답게 어린이집에서 만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었기에..
사실은 지금 당장 내 생계가 막막하다. 아픈 몸을 치료하랴 병원 외래비에, 주유비에, 당장 생활비에,
정말 믿을 구석은 나의 남편뿐..
오빠도 교대근무가 힘들고, 오빠의 직업상 나는 오빠가 행여 PTSD를 겪진 않을지
내가 마음의 병을 겪어보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인생의 동반자의 마음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언젠간 이 글을 당당하게 남편에게 보여주며, 남편에게 소소한 웃음과 행복했던 나와의 6년 6개월의 연애, 그리고 앞으로 평생 나와 함께 할 결혼생활에 내가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나에게 가장 위대한 여성이고, 가장 대단한 엄마이고,
엄마의 딸로 살아서 너무 행복한 거라고, 꼭 글을 적어서라도 알려주고 싶다.
엄마뿐 아니라 나의 아빠, 나의 오빠, 나의 새언니, 나의 제2의 엄마, 제2의 아빠, 아가씨,
그리고 살아가면서 나를 알았고, 나를 알게 되었고, 나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마저 나의 글을 다듬어가며,
누군가에게는 보육교사의 꿈을,
누군가에게는 결혼의 로망을,
누군가에게는 엄마의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보육전문가로서 프로페셔널함을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분명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은 아니더라도,
'걸어 다니는 의미 있는 사람', '특별한 사람'
'수많은 보라' 중에 '나만의 보라색을 띈 보라' , '나다운 보라'로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자기소개, 중학교 1학년 자기소개, 고등학교 1학년 자기소개, 대학교 1학년 자기소개,
내 생에 첫 면접 자기소개, 연애를 시작하자는 말을 하던 그 순간, 결혼을 승낙한 그 순간,
양가 부모님들께 가족으로 받아달라는 허락을 구하던 그 순간, 결혼식을 하던 순간,
아빠의 손을 잡고 새 출발 전 아빠의 손의 떨림을 느꼈던 순간, 결혼식의 순간,
정말 '모든 날 모든 순간' 나만의 그런 시간들이 내 인생에 가득해서..
나는 내 이야기만 써도 부족할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다.
내가 나답지만 특별하고 싶다.
나만의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
'나는 정말 나다운 나를 사랑하는구나' 만약 나만의 책이 세상밖에 나온다면 이 문구를 꼭 넣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준 모든 순간을 가득, 그러나 과하지 않게 잘 녹여내 보고 싶다.
정말 나에게 이런 용기를 준 '김이나 작사가님', '가수 아이유 님', '가수 그룹 하이라이트' 이 분들은
나의 특별 PS에 넣어야 할 것만 같다.
내 이야기가 세상밖에 온다면 언젠가 그들에게도 나의 이야기가 닿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며..
분명 사람이 달라지긴 했다. 기존에 나는 늘 익숙한 것만 추구해오던 사람이니까
예를 들면 카페 가면 먹던 메뉴만 먹고, 옷도 입던 스타일만 입고, 굳이 욕심이 없던 사람인데
요즘 기분 좋은 욕심이 흘러넘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