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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것 It's MINE

Feat. 슬기로운 의사 선생님, 안녕 나의 정원 선생님

by 보라

나는 어떤 환자였을까,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될까


나는 늘 타인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가 궁금했던 사람이다.

나를 꾸준히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날로그 감성으로 펜을 쥐고 편지를 통해 너, 나, 우리의 추억을 써 내려갔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연석 배우님이 연기했던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안정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병원에서 '나만의 정원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안녕, 나의 정원 선생님은 지00 선생님.


97년생으로 올해 26살인 인턴 선생님이셨다.

하얀 피부처럼 의사 가운이 정말 잘 어울리셨고 큰 눈망울이 맑으셨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기준으로는 좋은 의사 선생님이 되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를 직업적으로 겪어온 사람들도 내가 좋은 보육교사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드셨을까?'


환자와 이야기하는 걸 좋다고 하신 나의 병원 첫 친구이다.

나의 병원 친구가 환자인 나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이 있었다.

새벽 6시, 누구보다 가장 먼저 와서 나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수첩에 빼곡히 기록하며

"네~ 좋습니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선생님.



선생님을 보며 불과 일주일 전의 내가 생각났었다.

나는 몰랐지만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자주 쓰는 '나만의 언어'가 있다고 하셨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랬어? 괜찮아!"


어쩌면 원장님보다도, 내가 너무 존경했던 학부모이신 어머니께서 먼저 발견해주셨던 것 같다.


현재는 셋째를 출산하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신, 위대한 어머니.

적응기간 동안 함께 하며, 분명 직장어린이집이라 부모님의 직업은 예측이 가능했고,

어머님이 병원 관계자이심에도 불구하고 정말 교사보다 더 교사다운 상호작용을 하셨던 어머니.


(이미 아이보다 터울 있는 첫째를 키우셨기에,

함께 하는 기간 동안 어머니께 내가 더 배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적응시키던 치열했던 3월, 4월 아이의 적응이 안정적으로 끝났고,

기관을 옮겼던 아이가 안 쓰던 말을 하고, 최근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바로 내 말을 따라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집에서도 '가작화 놀이', 역할놀이를 즐기며 인형으로 놀이할 때, 본인이 나를 흉내 내고 인형을 본인으로 역할을 부여하며 내 말을 많이 흉내 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도 적응기간을 함께 하시면서 피부로 느끼셨지만,

언어적으로 긍정적인 모델링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어머니께서도 그러려고 노력하시지만 막상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오면 긍정의 언어를 하기 어려운데 어머님 본인은 1명의 아이에게도 하기 어려운 걸 나는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하시는 게 대단하다고 해주신 말.



예전에는 보육교사로서 전문성이 있는지 항상 의문에 시달릴 때는 나를 향한 부모님의 칭찬과 신뢰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그 작은 말 한마디에서 강한 힘을 얻고 더욱더 나의 열정을 불태우게 만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도 보육교사 3년 차이던 시절 성대결절이 와서 많이 속상했던 그때가 불현듯 떠오르며 내가 다시 한번 성대결절에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언어적 모델링을 제공하는 '수다맨' 같은 선생님이 되어주겠노라고 다짐했었다.


나에게 그런 '수다맨' 같았던 병원 친구이신 인턴 선생님, 외로운 병원에서 나를 버티게 해 준 분이다.


인턴생활이 힘드실 텐데 내내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분,

본인 피셜 몸에 땀이 많다고는 하셨지만, 전기치료 기계를 끌고 복도를 지날 때 등에 흥건한 땀을 흘리며 묵묵히 가던 선생님의 뒷모습.


3살, 4살 아이들과도 즐거운 놀이친구가 되었던 나,

93년생 나와 즐거운 병원 친구가 되어주셨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퇴원 당일 아침, 인턴 선생님과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저 진상 환자는 아니었죠? 바쁘신데 귀찮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크게 아프니까 제 몸 안이 너무 궁금한데 의학지식은 부족하고, 네*버 정보는 다 믿지 말라고 하는데, 전문 지식을 흡수하신 분들이 매일매일 둥실둥실 움직이셔서 저한테 오실 때마다 귀찮게 질문했어요. 입원 기간 내내 병원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살, 4살 그 작고 귀여웠던 나의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었는데 26살의 이 선생님껜 얼마나 배울 점이 많았을까.. 정말 환자로써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제 병원에 통원 치료해도 그분을 뵐 순 없지만

나의 채송화 교수님 같았던 분께,

가장 직급이 높지만 정말 가장 따뜻한 선한 영향력으로 내 허리를 지켜주신 분께 치료차 내원해서 내 명함을 내밀기로 다짐했다.


그분들은 일주일 간 나를 체험판과 미리보기처럼 나를 잠시 동안 지켜봤고 지켜주신 모든 분들이니까 내가 감사인사를 적어드렸으니 그걸 보셨던, 내 글씨체를, 내 글의 말투를 보라색으로 기억하신다면 나를 떠 올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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