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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탐정 유강인 19_11_실종 현장 바닷가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하늘이 검었다. 바다도 마찬가지였다. 온통 검은 세상이었다.


검은 장막이 세상을 뒤덮었다.


철썩! 철썩!


파도 소리가 바닷가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인기척이 사라졌다. 모래사장에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았다. 그 발자국도 밀려오는 바닷물에 하나둘씩 씻겨 내려갔다.


마치 그 죄를 씻는 듯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홀연히 사라졌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부회장님!”


비서들이 굽이진 곳을 돌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회장님.”


“대체 어디 가신 거지?”


비서들이 송상하 부회장을 찾았다. 바닷가를 따라서 돌아다녔다.


3분이 지났다.


비서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점점 서리기 시작했다.


부회장은 혼자 있고 싶다며 비서들을 물렸다. 그래서 잠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부회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늘로 솟았는지 아니면 땅으로 꺼졌는지 알 수 없었다. 앞에 있는 드넓은 바다로 들어갔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부회장님!”


“부회장님!”


비서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송상하 부회장을 찾았다. 그들이 찾는 이는 답이 없었다.


10분 후


비서 셋이 바닷물이 밀려오는 모래사장에 모여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곳은 단출한 곳이었다. 드넓은 바다를 따라서 모래사장이 펼쳐졌고, 그 뒤로는 풀밭을 지나 해안가 도로가 있었다.


“부회장님이 대체 어디 가신 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를 어쩌나?”


“구속을 앞두고 있는데 혹?”


비서들이 불안감에 몸을 떨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 설마!”


비서 중 한 명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서 실장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바닷가를 살폈다.


잔잔한 파도가 모래사장을 계속 덮쳤다.


“불길해!”


비서 실장의 말에 다른 비서들도 고개를 돌렸다. 셋이 잠시 바다를 살폈다.


무정한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그들이 모시는 송상하 부회장은 현재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될 수 있었고 회사에서도 그 책임을 물어 쫓겨나기 직전이었다.


그가 이룬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비서 하나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호가 가자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112 신고 센터입니다.”


“사람이 … 실종된 거 같습니다.”


“그분 성함을 아시나요?”


“송상하 부회장님입니다. JS 그룹 부회장님이십니다.”


“네에?”


112 신고 센터 요원이 깜짝 놀랐다.


“여기는 강원도 나진시 영포 해수욕장입니다.”


“알겠습니다.”


비서가 전화를 끊었다.


바람이 불었다. 초겨울이라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바닷가에는 살을 에는 듯한 불안감과 적막만이 남았다.



다음날

2025년 12월 6일 오전 11시 40분


동네 공원에서 한 사람이 몸을 풀었다. 어깨와 팔을 천천히 풀더니 앞에 있는 철봉을 꽉 잡았다. 그리고 턱걸이를 하기 시작했다.


팔이 힘차게 위로 올라갔다. 딱 봐도 턱걸이 고수였다.


오랜 기간 턱걸이를 한 거 같았다. 힘차게 쭉쭉 올라갔다.


그렇게 10개를 거뜬히 하고 철봉에서 내려왔다. 3분을 쉬더니 다시 철봉을 꽉 잡았다.


10개 1세트, 3분 휴식 운동이었다.


턱걸이 고수는 유강인이었다. 유강인이 점심 먹기 전, 운동을 즐겼다.


주변 벤치에 조수 둘이 있었다. 둘이 유강인의 턱걸이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황수지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와, 탐정님 팔 힘이 정말 대단하네요. 놀라워요! 무슨 특수 부대 군인 같아요. 너무 가볍게 위로 올라가요.”


“세상에! 턱걸이를 저렇게 잘하시다니 … 난 한 개도 하기 힘든데.”


황정수도 깜짝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조수 둘이 참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이 2세트를 마치고 잠시 쉬며 3세트를 준비할 때



삐리릭!



황정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황정수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정찬우 형사의 전화였다. 이에 전화 받았다.


“네, 정형사님.”


“선임 조수님, 선배님은 어디에 계시죠?”


“옆에 계십니다. 혹 무슨 일이 있어요?”


“JS 그룹 송상하 부회장이 동해안 바닷가에서 실종됐습니다.”


“네에? 송상하 부회장이 실종됐다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경찰과 해경이 바닷가와 바다를 수색 중입니다. 어젯밤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송부회장을 찾았나요?”


“아니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혹 자살인가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그런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탐정님께 이 사실을 알리겠습니다.”


“네. 수고해주세요.”


황정수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철봉에 매달린 유강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탐정님, JS 그룹 송상하 부회장이 … 바닷가에서 실종됐답니다.”


“뭐, 뭐라고?”


철봉 위로 턱을 올렸던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철봉에서 내려왔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수,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정형사님이 방금 전화했습니다. 송상하 부회장이 어젯밤 동해안 바닷가에서 실종됐답니다.

그래서 경찰과 해경이 이른 아침부터 수색 중이랍니다. 정황상 자살한 거 같답니다.”


“이런!”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다물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피의자가 된 송상하 부회장은 법적 투쟁을 선언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뻔뻔하게 일관했다. 거액을 들여 대규모 변호인단도 꾸렸다.


그렇게 뻔뻔한 자가 구속조차 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죽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송부회장은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막대한 재력과 그물망 같은 인맥을 동원해 감형이나 가석방을 노릴 수 있었다.


공원에 당혹감이 흘렀다. 뜻밖의 사태에 탐정단 모두 당황했다.


30초 후 유강인이 황수지에게 말했다.


“수지, 유튜브 뉴스를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황수지가 핸드폰을 들고 유튜브에서 속보를 찾았다. 그러다 한 영상을 플레이했다. 다급한 목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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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뉴스 속보입니다. 자동차 제조업계의 선두 주자인 JS 그룹, 송상하 부회장이 어젯밤 11시 30분쯤 강원도 나진시 영포 해수욕장에서 실종됐습니다.

송부회장은 비서 셋과 함께 바닷가를 찾았다가 행방불명됐습니다.

송부회장은 현재 살인 미수 혐의로 피의자 신분입니다. 곧 구속 영장이 신청될 예정이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강원도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바닷가와 인근 지역은 수색 중입니다.

해경도 공조 수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헬기와 경비정을 동원해 인근 바다를 샅샅이 수색 중입니다.

경찰은 납치 및 극단적 선택도 고려하고 수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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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끝났다.


실종 신고는 어젯밤이었다. 지금까지 찾았다는 보고가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송부회장은 스스로 죽을 사람이 아닌데 …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누가 죽였다는 말인데 … .

송상하 그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이복동생과 아버지까지 죽이려 했어. 다른 사람한테도 충분히 원한을 살 수 있어. 사무친 원한이라면 ….’


유강인이 급히 조수 둘에게 말했다.


“조수님들, 서울청으로 어서 가자고. 분명 보통 일이 아니야. 자살보다는 납치 같아.”


“네? 납치라고요? 그럼, 큰일이네요.”


“어서 차를 타고 서울청으로 가야 해요.”


탐정단이 공원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이 서둘렀다.



**



강원도 나진시 바닷가에 많은 사람이 돌아다녔다. 모래사장과 풀밭이 북적였다. 관광객이 아니었다. 경찰과 시 관계자들이었다.


나진시에 비상이 걸렸다. 굴지의 대기업, JS 그룹 송상하 부회장이 영포 해수욕장에서 사라지자,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하늘에 경찰 헬기가 두 대가 돌아다녔다. 바다에는 해경 경비정 다섯 척이 인근 바닷가를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바닷가에 초조함과 긴장감이 넘쳐 흐를 때



차 소리가 들렸다.


탐정단 밴과 서울청 강력반 밴이 바닷가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서둘러 내렸다.


유강인이었다. 그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상황을 살폈다.


파도는 잔잔했고 바닷가는 길었다. 길쭉한 바닷가를 따라서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모래사장 뒤는 풀밭과 해안가 도로였다. 풀밭은 무성했다.


저 멀리에 수평선이 보였다. 다가갈 수 없는 아늑한 곳이었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실종 현장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조수 둘과 정찬우 형사가 따랐다.


“아, 유강인 탐정님.”


강원도 경찰들이 유강인을 알아봤다. 그들이 서둘러 유강인에게 달려와 인사했다.


“유강인 탐정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네요.”


유강인이 맞절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현장을 지휘하는 분이 누구죠?”


“저 앞에 보이는 최팀장님입니다.”


경찰 하나가 저 앞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유강인이 현장 지휘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베테랑으로 보이는 경찰 하나가 부하 둘과 함께 모래사장에 서서 바닷가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유강인이 최팀장을 향해 걸어갔다.


모래사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들리자, 최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아! 하면 탄성을 질렀다.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네!”


최팀장이 유강인을 알아보고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그리고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장을 지휘하는 강원경찰청 최진호 팀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최팀장님.”


유강인이 가볍게 인사하고 최팀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중요한 곳이었다. 핸드폰 위치 추적 결과, 송상하 부회장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었다.


이후 신호가 사라져버렸다. 핸드폰이 사라졌다. 앞에 있는 깊은 바닷속에 잠긴 거 같았다.


최팀장이 먼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유탐정님, 어젯밤 실종 신고가 들어온 후, 송상하 부회장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핸드폰 위치 추적과 인근 CCTV 확인 결과, 바닷가에서 실종된 거 맞습니다.

바닷가 밖으로 이동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바닷가였다. 추운 겨울이라 찾는 이가 더욱 없었다.


발아래는 깨끗한 모래사장이었고 앞에는 넘실거리는 바다였다. 뒤에는 무성한 풀밭이었다.


풀밭을 수색하는 경찰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풀밭은 무성했지만, 그 높이가 낮았다. 성인 무릎 아래였다. 누군가가 풀밭에 누워있다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풀밭을 살피던 유강인이 바다를 살폈다. 정황상 바다가 가장 유력했다. 실종자가 바다에 빠진 게 확실했다.


유강인이 나지막하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야.”


그가 생각에 잠겼다. 미간이 좁아지며 눈빛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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