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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Oct 22. 2024

05_게임의 규칙과 보물

여형사 구나정 1편 <죽음의 게임, 술래>

밤 11시 25분


미래 경흥아파트 4단지 재건축 현장, 한가운데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곳은 단지를 관통하는 2차선 도로다. 도로 양옆으로 아파트들이 쭉 늘어섰다.


한쪽 편에 403동과 404동, 저 멀리에 약수터가 보였고 맞은 편에 411동과 412동이 보였다.


약수터는 깨끗한 지하수다. 오랫동안 아파트 주민의 식수로 사랑받았다.


약수터가 살아남기를 만은 이들이 바랐지만, 아쉽게도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이곳에도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도로 한복판에 간이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근처에 입간판이 있었다. 입간판 옆에 장대 등이 있었다. 다른 장대 등보다 훨씬 밝았다.


입간판에 커다란 글자가 있었다. ‘술래 집’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노란 형광색 글자라 눈에 잘 띄었다.


간이 테이블, 술래 집은 술래 게임의 시작점이자, 보물을 들고 도착해야 하는 종착점이었다.


술래 집에 사람이 모여있었다.


통제관 세 명과 감독관 두 명 그리고 헬멧 고글 마스크를 쓴 최초 술래 여섯이 서 있었다.


최초 술래가 쓴 ‘헬멧 고글 마스크’는 머리를 보호하는 반구형 헬멧으로 눈을 보호하는 고글과 나머지 부분을 감싸는 마스크였다. 모두 검은색이었다.


최초 술래들은 헬멧 마스크 고글뿐만 아니라 군복을 입고 보호대를 찼다. 전형적인 서바이벌 게임 복장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군복에 갑옷 같은 보호대가 인상적이었다.


보호대는 어깨, 가슴, 복부, 팔꿈치, 손목, 샅, 무릎, 발목을 보호하는 검은색 패드였다.


대략 2cm 두께의 고강도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Polycarbonate) 재질이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선글라스에 많이 쓰이는 재질이었다.


헬멧과 가슴에 커다란 번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1번부터 6번까지였다. 모두 흰색 글자였다. 검은색 옷과 대조를 이뤄 잘 보였다.


서바이벌 게임 복장은 최초 술래, 여섯 명뿐만이 아니었다.


참가자 40명도 여섯 명처럼 각종 보호대를 착용했다. 최초 술래와 차이점이라면 옷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황색, 모래색이었다.


참가자들도 번호 스티커가 있었다. 최초 술래처럼 헬멧과 가슴에 번호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1번부터 40번까지였다. 검은색 글자였다. 모래색과 대조를 이뤄 잘 보였다.


게임을 총괄하는 감독관 1이 술래 집, 테이블 앞에 섰다. 그녀가 옆에 있는 통제관 1에게 말했다.


“핸드폰을 다 수거했지?”


“네, 철저하게 몸수색했습니다. 핸드폰을 다 수거했습니다.”


“좋았어.”


감독관 1이 만족한 표정을 짓고 확성기를 들었다.


이윽고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낭랑한 목소리로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참가자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주의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이후 밤 11시 30분이 되면 예정대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 40명이 모두 말없이 감독관 1의 말을 경청했다. 감독관 1이 말을 이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새벽 5시 전까지 게임장에서 보물을 발견해서 이곳, 술래 집으로 가져오면 됩니다. 단 선착순 세 명입니다.

보물은 라이트가 켜지는 핸드폰입니다. 게임 진행 요원들이 곳곳에 핸드폰을 숨겼습니다.

어떤 핸드폰은 라이트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건 보물이 아닙니다. 핸드폰을 찾으면 라이트가 들어오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그리고 어떤 핸드폰도 상관없습니다. 누가 버리거나 잃어버린 핸드폰일지라도 라이트만 들어오면 보물로 인정하겠습니다.”


“어떤 핸드폰도 된다는 말이죠?”


한 참가자의 질문에 감독관 1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가능합니다. 라이트가 들어오는 핸드폰을 게임장에서 찾으면 됩니다.”


참가자 40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감독관 1이 말을 이었다.


“제 옆에 있는,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섯이 최초 술래 6인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술래잡기처럼 최초 술래 6인이 1분 동안 가만히 있을 겁니다. 1분이 지나면 참가자들을 쫓을 겁니다.

참가자가 최초 술래한테 잡혀서 항복하면 그 참가자는 참가자 신분에서 2차 술래로 전환합니다.

2차 술래는 최초 술래의 지시에 따라서 나머지 참가자를 잡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게임의 규칙입니다. 규칙을 모두 이해하셨나요?”


“이해했습니다!”


참가자 40명이 잘 알겠다는 듯 큰소리도 답했다.


감독관 1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 게임은 참가한 모든 분에게 큰 혜택이 있습니다.

보물을 찾은 세 명에게 가장 큰 보상이 주어지고 보물을 찾지 못하더라고 새벽 5시까지 술래한테 잡히지 않으면 역시 큰 보상이 있습니다.

비록 최초 술래한테 잡혀서 2차 술래가 됐다 하더라도 다른 참가자를 잡으면 역시 보상이 있습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서 게임에 임하세요. 세 명이 보물을 찾아서 술래 집에 도착하면 그 즉시 게임을 종료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보물을 들고 술래 집에 오는 사람은 최고 상금 4억을 받습니다. 2등은 2억 5천, 3등은 1억입니다.”


최고 상금 4억이라는 말에 참가자 40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 눈에 4억이 아른거렸다.


감독관 1이 말을 마치고 품에서 작은 디지털시계를 꺼냈다.


그녀가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 시계를 내려놨다.


현재 시각은 밤 11시 29분 45초였다. 15초 후 게임 시작이었다.


참가자들이 모두 시계를 쳐다봤다. 게임 시각이 곧 다가오자, 긴장감을 느낀 듯 얼굴이 점점 뻘게지기 시작했다.


47초, 48초 …… 52초, 53초, 54초 … 59초


00초


밤 11시 30분이 되었다.


게임 전반을 통제하는 통제관들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참가자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게임 진행 요원들이 외쳤다.


“이제 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참가자분은 어서 오셔서 총과 탄환을 받아 가세요.”


참가자들이 서둘러 몸을 뒤로 돌렸다.


10m 앞에 게임 진행 요원들이 서바이벌 게임용 총과 탄환을 들고 서 있었다.

총은 산탄총(샷건 shotgun, 여러 탄환이 흩어지며 발사하는 총)이었다. 탄환은 BB탄이 아니라 소금탄이었다. 소금탄은 BB탄보다 훨씬 위력이 강했다.


소금탄은 탄환 안에 돌소금(암염, 巖鹽)이 가득 들어있었다. 탄 크기는 성인 손가락보다 약간 컸다.


“우와!”


거친 함성이 들렸다. 참가자들이 누구라 할 거 없이 게임 진행 요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산탄총과 탄환 3개를 각각 받은 참가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게임 진행 요원들이 숨긴 보물, 라이트가 들어오는 핸드폰을 어서 빨리 찾아야 했다.


선착순 세 명에게만 커다란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이었다. 모든 사람이 경쟁자였다. 동료는 없었다.


혹 팀플레이를 할 수는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승자 한 명을 결정해야만 했다.


참가자들이 총과 탄환을 챙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파트 동과 약수터, 놀이공원, 관리실 등으로 흩어졌다.


디지털시계의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1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도망치는 데는 긴 시간이기도 했다.


11시 30분 35초, 36초, 37초 …… 53초


58초, 59초


00초


11시 31분


1분이 지나자, 술래 집에 서 있던 최초 술래 여섯이 천천히 몸을 풀었다. 그러자 게임 진행 요원들이 달려와 헬멧 조명과 총, 탄환을 건넸다.


참가자 40명의 총은 똑같이 산탄총이지만, 최초 술래의 총은 다양했다.


한 번에 세 발을 쏠 수 있는 산탄총, 총열이 아주 긴 저격수 총, 다용도 소총, 돌격용 기관단총, 가스통이 달린 페인트탄 총(마커), 권총 등이 있었다.


최초 술래 여섯이 총을 받고 서로를 쳐다봤다. 헬멧 고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서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체격으로 성별을 가늠할 수 있었다. 체격으로 보아 여섯 중 두 명은 여자 같았다.


최초 술래 1이 말했다. 헬멧과 가슴에 1번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이제부터 게임 시작이야. 지금부터는 모두 무전으로 대화한다.”


“OK!”


“이제 조별로 흩어져서 참가자를 잡자.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거하게 쏘는 거야.”


“흐흐흐! 그렇지. 오늘은 이긴 자가 돈을 쓰는 날이지.”


최초 술래들이 말을 마치고 2인 1조로 흩어졌다. 그 뒤를 게임 진행 요원 두 명이 따랐다.


게임 진행 요원도 서바이벌 복장이었다. 최초 술래들처럼 검은색 옷을 입었다. 차이점이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번호 스티커가 없었다.


게임 진행 요원은 골프장 캐디처럼 커다란 자루를 어깨에 멨다. 자루 안에는 다양한 총과 많은 탄창이 들어있었다.


최초 술래들이 헬멧 조명을 착용하고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곳곳에 장대 등이 있지만, 장대 등만으로는 넓은 게임장을 다 비출 수 없었다.


참가자에 이어 최초 술래들도 사방으로 흩어지자, 술래 집에 남은 통제관 세 명, 감독관 두 명, 게임 진행 요원 다섯 명이 모두 환하게 웃었다.


정시에 게임을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따뜻한 커피 드시죠?”


게임 진행 요원 한 명이 보온병을 들고 말했다. 그러자 통제관 1이 고개를 끄떡였다.


통제관과 감독관 모두 컵을 들고 말을 나눴다.


“벌써 10차 대회입니다. 게임을 잘 감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감독관님들 덕분에 오늘도 이상 없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통제관 셋이 감독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독관 2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감독관 1을 보며 말했다.


“이건 다 대표님께서 힘을 써주셔서 그런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이라는 말에 감독관 1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여기서는 대표님이 아닙니다. 선임 감독관입니다. 주의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했습니다. 선임 감독관님.”


감독관 2는 나이가 지긋했지만, 젊은 여자인 감독관 1에게 꼼짝도 못 했다.


감독관 1이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게임 진행 요원이 손거울을 갖고 왔다.


손거울을 받은 감독관 1이 거울을 보면서 얼굴과 헤어스타일을 꼼꼼히 살폈다.


감독관 1이 손거울을 게임 진행 요원에게 건네고 통제관들에게 말했다.


“이번 대회도 사고가 있으면 안 됩니다. 잘 통제해 주세요.”


통제관 1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현재 위치 추적기, 감시 카메라, 술래 카메라로 게임 현장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사시를 대비해 의료진도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저 앞에 있는 대형 트럭과 차 두 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통제관 1이 말을 마치고 북문 쪽을 가리켰다.


감독관 1이 고개를 돌려 북문 쪽을 바라다봤다. 저 멀리에 대형 트럭 한 대와 지프 두 대가 주차해 있었다.


감독관 1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이고 중얼거렸다.


“오늘도 우리 친구들이 재미있게 놀겠구나. 이거 부러운데 ….”



게임이 시작하자, 철거를 앞둔 재건축 현장에서 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사 현장이 돌연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했다.


겉보기에 통상적인 서바이벌 게임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참가자와 최초 술래가 소지한 총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소금탄은 작은 돌멩이 수십 개를 한 번에 맞는 위력이었고 고무탄은 말 그대로 고무로 만든 탄이었다. 말랑말랑한 고무가 아니라 그 위력이 셌다. 주로 시위 진압용으로 쓰였다.


고무탄 끝에는 다트 게임의 화살인 핀처럼 날개가 달렸고 앞에는 커다란 스펀지가 붙어있었다.


소금탄, 고무탄 모두 화약으로 발사됐다.


이 모든 총과 탄환은 명백히 불법이었다. 보호 장비 없는 사람이 맞으면 자칫 큰일이 날 수 있었다.


커다란 상금을 내걸고 비밀리에 진행하는 신종 서바이벌 게임, 술래는 대단한 위력의 총기와 탄환을 사용하는 불법 게임이었다.


보물찾기에 나선 참가자들은 최대 상금 4억을 차지하기 위해 눈을 크게 떴고 최초 술래들은 참가자들을 잡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치열한 욕망이 충돌하는 게임, 술래가 방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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