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흐흐흐! 임무혁. 이 거머리 같은 놈! 오늘 너는 여기서 끝이다! 반드시 끝장내겠다.”
신재순 시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자 전해식 의원이 맞장구쳤다.
“백번 옳은 말입니다. 임무혁 저놈은 단 1분, 1초라도 살려두면 안 됩니다.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대형 창고를 가스통으로 날려버리더니 이제는 유람선마저 날려버렸습니다. 아주 지독한 놈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이 권총으로 임무혁의 숨통을 끊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김덕기 과장이 권총을 꽉 잡고 말했다. 그는 임무혁을 맞혔다는 생각에 매우 들떠 있었다.
그때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절벽 끄트머리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과연 그럴까?”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은 복수의 화신 임무혁이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더니 어깨를 탁 폈다. 딱 봐도 다친 곳은 없었다.
“뭐, 뭐야 이거?”
악인 셋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임무혁이 예상과 달리 멀쩡했다.
임무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냥 쇼한 거야. 총알은 근처에도 안 왔어. 거리가 멀잖아. 멍청한 놈들 ….”
“이, 이놈이!”
신재준 시장이 분을 참지 못했다. 그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임무혁! 저놈을 맞혀. 당장 죽여버려!!”
“알겠습니다.”
김덕기 과장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임무혁의 심장을 반드시 맞히겠다는 일념으로 권총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임무혁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갔다.
권총의 시커먼 총구와 임무혁 사이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거리가 15m 이내로 좁아졌다. 셋이 임무혁을 압박했다.
“흐흐흐!”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임무혁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제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가 미간을 확 모았다. 어금니도 꽉 깨물었다. 동시에 몸도 부르르 떨었다.
하늘이 참 맑았다. 푸른 하늘이 더할 나위가 없었다. 복수하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하늘이 내린 날이었다. 다른 기회는 없었다.
복수하려면 지금 당장 해야 했다.
김덕기 과장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방아쇠울에 검지를 넣었다.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그가 있는 힘껏 권총 손잡이를 잡았을 때!
임무혁이 크게 외쳤다.
“지금이야!”
큰 소리가 터져 나오자, 핑! 하며 바닥에서 뭔가가 튀어 올랐다. 그건 튼튼한 밧줄이었다. 바닥에 숨어있던 밧줄이 위로 솟아올랐다.
성인 정강이 높이까지 올라왔다. 누가 잡아당기는 듯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밧줄이 솟아오르자, 임무혁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김덕기 과장의 정강이가 팽팽한 밧줄에 딱 걸렸다.
“아이고!”
김과장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과장이 바닥에 엎어졌다. 손에서 떨어진 권총이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뭐, 뭐야 이거?”
그 모습을 보고 신재순 시장과 전해식 의원이 깜짝 놀랐다.
“야아!”
기회를 포착한 임무혁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적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다 새처럼 날아올랐다.
재규어가 허공을 가르며 비상했다.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셋을 향해 날벼락처럼 떨어졌다.
“이놈들!”
임무혁이 크게 고함을 지르고 오른발을 높이 쳐들었다.
“헉!”
악인 셋이 깜짝 놀랐다. 김덕기 과장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총은 저 앞에 있었다. 그들에게 정의의 순간이 다가왔다. 22년 동안 미뤄왔던 순간이었다.
“아, 안돼!!”
신재순 시장이 크게 외쳤다. 마지막 발악이었다. 김과장이 바닥을 기어가 권총을 가까스로 잡았을 때!
“이거나 먹어라!”
임무혁이 장기인 찍어차기를 선보였다. 총을 들고 황급히 일어난 김덕기 과장의 이마를 도끼처럼 강타했다.
“악!”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김과장이 다시 앞으로 꼬꾸라졌다. 권총이 다시 바닥에서 굴렀다.
바닥에 착지한 임무혁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날아오르더니 전해식 의원의 턱을 돌려차기로 날려버렸다.
“윽!”
전의원이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임무혁이 한 발로 착지한 후 몸을 한바퀴 빙글 돌리더니 옆차기를 날렸다.
백궁의 주인인 신재순 시장의 명치를 관우의 청룡언월도 같은 옆차기로 강타했다.
“으악!”
커다란 비명이 다시 들렸다. 그렇게 백궁 3인이 무릎을 꿇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지러졌다.
사무친 복수의 일념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함을 이겼다.
“하하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절벽 근처 수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한 사람이 수풀에서 나왔다. 한 손에 밧줄을 들고 있었다.
임무혁의 동생 이민우였다.
이민우는 수풀에 숨어서 백궁을 기다리고 있었다.권총 유효 사거리를 계산하고 숨어있었다.
권총을 든 김덕기 과장이 밧줄 가까이 다가오자, 기회를 놓지 않고 밧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렇게 임무혁을 도왔다.
이민우가 바닥에 널브러진 셋을 보고 임무혁에게 말했다.
“난 한 것도 없잖아. 형이 다 해서 ….”
임무혁이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고 말했다.
“이건 내 일이야. 민우의 일이 아니야. 넌 충분히 나를 도왔어. 정말 고마워.”
이민우가 씩 웃고 답했다.
“형, 고마워할 거 없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이야. 백궁 놈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놈들이야. 우리는 다른 사람이 못한 일을 한 거야.”
“그렇지!”
임무혁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제 놈들을 묶을게.”
이민우가 말을 마치고 밧줄을 들었다.
잠시 후 최운성과 윤진희, 임주리가 한 사람을 끌고 절벽으로 왔다. 묶인 자는 보스 남궁철이었다.
남궁철은 완전히 낙심한 얼굴이었다. 이제 끝이라는 표정이었다.
임무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넷을 모두 묶어요. 넷은 일심동체입니다. 모두 같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최운성이 동의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3분 후 넷이 모두 한데에 묶였다. 신재순 시장,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 보스 남궁철이 서로 등을 맞댔다.
“이게 완전히 세트 메뉴네.”
이민우가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악인 넷을 절벽 끄트머리로 끌고 갔다. 그 뒤를 임무혁, 최운성, 윤진희, 임주리가 따랐다.
절벽 끝에 다다르자, 묶인 넷이 깜짝 놀랐다. 한 발만 더 가면 바로 추락이었다. 40m가 넘는 수직 절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인정사정없는 소리였다. 아래로 떨어지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임무혁! 제발 살려줘!”
김덕기 과장이 울면서 외쳤다.
“무혁아, 나는 너를 아들로 생각했어. 나는 좀 봐줘! 나는 시킨 대로 움직인 거뿐이야. 두목은 여기 신재순 시장이야. 그자가 다 한 거야!”
보스 남궁철이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이민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22년 전 너희가 한 짓을 생각해. 우리는 앙갚음하는 게 아니야. 그냥 받은 대로 돌려줄 뿐이야.
그걸 전문 용어로 말하면 … 반사야. 우리는 너희가 한 짓을 그냥 반사하는 거뿐이야. 흐흐흐!”
“그렇지! 반사지.”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이며 맞장구쳤다. 그가 임무혁에게 말했다.
“자, 이제 무혁이가 마지막을 장식해.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닌 네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알겠습니다.”
임무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임무혁의 동생, 임주리가 상기된 표정으로 오빠에게 걸어갔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어서 놈들을 끝장내. 부모님 원수를 갚아! 22년 동안 기다린 일이야.”
임무혁이 동생을 바라봤다. 그녀에게 말했다.
“주형사 일 때문에 … 나를 아직도 미워하니?”
임주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주형사를 사랑했었다. 주형사는 임무혁의 마약반 동료였다.
그녀는 주형사를 통해 백궁의 정보를 얻으려 했다. 주형사가 백궁 조직원과 어울린다는 임무혁의 정보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형사를 만나 의도하지 않게 사랑까지 했지만, 주형사의 정체는 백궁 조직원이었다.
백궁과 관련된 정도가 아니었다. 백궁의 핵심 중 하나였다. 주형사는 아직도 의식불명이었다. 언제 깨어날지는 신만 알았다.
임주리는 주형사의 정체를 알고 그를 향한 마음을 지웠다.
주형사는 무척 교활한 인물이었다. 임무혁이 주형사를 의심했듯, 주형사도 임무혁을 의심했다.
임무혁을 시험하려는 듯 백궁 모임을 흘렸다. 그렇게 임무혁을 대형 창고로 유인했다.
백궁 모임 정보를 입수한 임무혁은 만약에 대비했다. 모임 전날, 대형 창고에 가스통을 설치했다.
임무혁과 주형사는 서로를 속고 속였다.
백궁 모임날 주형사의 계획대로 임무혁의 잠입이 들통났고 주형사가 임무혁을 잡으려 할 때, 임무혁은 적들과 함께 죽기 위해 가스통을 터트렸다.
그게 인천 시내에 떠들썩했던 부둣가 대형 창고 대폭발 사고의 전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