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햐안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임무혁이 푹 젖은 몸을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바다 수영 후 전력 달리기였다. 모래사장이라 발이 푹푹 빠졌다.
그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작은 섬이라 모래사장은 넓지 않았다. 30m만 달려가면 울창한 수풀이 나왔다.
수풀 한가운데에 작은 오솔길이 있었다. 오솔길은 섬 곳곳으로 이어졌다.
오솔길은 세 개로 갈라졌다. 먼저 바닷가와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22년 전 참사 현장인 이장댁으로 갈 수 있었다.
왼쪽 길로 빠지면 풍어 절벽이었다. 절벽은 유서가 깊었다. 옛날부터 풍어를 기원하고 마을 제사를 지냈던 기암절벽이었다.
오른쪽 길로 빠지면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이었다.
임무혁이 수풀 속 오솔길을 향해 내달렸다.
그 뒤를 백궁 조직원, 신재순 시장,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 보스 남궁철이 따랐다. 그들이 타고 온 구명정이 바닷가에서 둥둥 떠다녔다.
김과장이 권총을 들고 임무혁을 겨냥했다. 그의 두 눈에 임무혁의 넓은 등판이 보였다. 둘 사이 거리는 25m 이내였다.
“어서 쏴!”
신재순 시장이 크게 외쳤다.
총을 들었던 김덕기 과장이 아차! 하며 총을 내렸다. 총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총이 물에 젖었다. 김과장이 서둘러 말했다.
“총이 젖었습니다. 대충이라도 닦아야 해요!”
“그럼, 빨리 닦아!”
“네!”
김덕기 과장이 총에서 물기를 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임무혁이 수풀 속 오솔길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전해식 의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은 제 고향입니다. 임무혁, 저놈은 제 손바닥 안입니다. 어서 저를 따라오세요.”
“그럼, 다행이군!”
신재순 시장이 안도하며 말했다.
“같이 가요!”
한쪽 다리를 저는 보스 남궁철이 크게 외쳤다. 그는 절름발이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달릴 수가 없었다. 그가 절뚝거리며 동료를 따라갔다.
김덕기 과장이 외쳤다.
“남궁철은 천천히 따라와! 조직원들을 데리고 섬을 접수해!”
“네, 알겠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답을 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그가 휴! 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무척 힘이 드는 거 같았다.
신재순 시장,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이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들도 사라졌다.
“젠장!”
보스 남궁철이 젖은 몸을 털었다. 그렇게 물기를 털어내고 바닷가를 살폈다. 저 멀리서 몇몇이 헤엄치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다행이군. 저놈들은 멀쩡한 모양이군.”
보스 남궁철이 걸음을 옮겼다. 구명정을 타고 부하를 맞이하려 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 ! 거리는 소리였다. 이에 보스 남궁철 등을 돌렸다.
“응?”
그의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와 오랜 악연인 최운성이었다.
“헉! 최, 최운성!”
보스 남궁철이 저승사자와 같은 최운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운성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스! 어디 가시나? 우리는 아직 계산할 게 남았는데 … 외상은 언제나 사절이야.”
“이, 이놈!”
보스 남궁철이 확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가 오른손을 품에 넣었다. 품에서 긴 칼을 꺼냈다.
20cm 칼이었다. 시퍼런 칼날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눈부시고 찬란한 빛이었다.
“이놈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최운성이 냉소를 보냈다. 그러자 보스 남궁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최운성에게 달려들었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칼을 높이 쳐들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오늘 딱 들어맞았다.
둘은 22년 전 이장댁에서 한판 붙었었다. 그때 둘 다 다리에 칼을 맞고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 빚을 이제 청산해야 했다.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순간이 다가왔다.
“야아!”
보스 남궁철이 고함을 지르고 칼을 휘둘렀다. 보스답게 매서운 솜씨였다.
하지만 22년간 복수를 위해 치욕을 참아온 최운성한테는 어림도 없었다. 최운성이 왼쪽으로 쓱 움직였다. 그렇게 시퍼런 칼날을 피하고 크게 외쳤다.
“이제 내 차례다!”
최운성이 오른손을 품에 넣고 뭔가를 꺼냈다. 그건 경찰 곤봉이었다.그가 22년 전 최순경으로 돌아왔다.
촤운성이 곤봉을 높이 쳐들고 보스 남궁철의 매서운 공격에 맞섰다.
“야아!”
“죽어라! 이놈!!”
두 남자가 절뚝이며 충돌했다. 다리를 다친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거 같았다. 말 그대로 용호상박이었다.
보스 남궁철이 2차 공격을 시작했다. 칼을 꽉 잡고 아주 매섭게 다시 날렸다. 칼날이 허공에서 광채를 내뿜었다.
최운성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칼날을 싹 피했다. 절름발이가 아니라 물찬 제비 같았다.
“야아!!”
최운성이 크게 소리 질렀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곤봉이 남궁철의 이마로 향했다.
“어?”
보스 남궁철이 화들짝 놀랐다. 이마로 떨어지는 곤봉의 그림자를 보고 몸이 굳었을 때
빡! 빡!
이마가 곤봉에 맞아서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악!”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보스 남궁철이 한 손으로 이마를 꽉 부여잡았다.
이마에서 선혈이 철철 흘러내렸다. 그 피가 하얀 모래사장을 적셨다. 이윽고 툭! 하며 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 젠장!”
보스 남궁철이 커다란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뜨거운 곤봉 맛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렇게 주춤했다.
그때 바닷가를 헤엄치던 둘이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경찰특공대였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둘 다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보스 남궁철이 정신 차리고 경찰특공대를 향해 달려갔다. 그가 크게 외쳤다.
“곤봉을 든 놈을 잡아! 그놈은 임무혁의 동료야! 한 패거리야!”
“아, 알겠습니다.”
경찰특공대 둘이 거침 숨을 내쉬고 답했다. 그들이 급히 숨을 내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랬다.
그때 수풀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둘이 양손에 커다란 그물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임무혁의 양어머니 윤진희와 임무혁의 동생 임주리였다.
윤진희와 임주리가 그물을 끌며 내달렸다. 윤진희가 외쳤다.
“여기 그물로 놈들을 잡아요!”
“고마워. 진희씨. 주리야.”
최운성이 커다란 그물을 받고 절뚝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무척 빨랐다. 보스 남궁철과 그 능력을 비교할 수 없었다. 마치 다리가 멀쩡한 거 같았다.
“어라?”
보스 남궁철과 경찰특공대 둘이 그물을 들고 달려오는 최운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서둘러 움직이려고 할 때
확! 그물이 하늘을 날았다. 커다란 그물이 대형 이불처럼 넓게 펼쳐졌다. 보스 남궁철과 경찰특공대 둘을 덮쳤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다.
“아이고!”
순식간에 보스 남궁철과 경찰특공대가 그물에 갇혔다.
“이놈들!”
최운성이 크게 일갈하고 곤봉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인정사정없이 셋을 때리기 시작했다.
빡! 빡! 빡!!
“악!”
“살려주세요!”
셋이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최운성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할 짓이 없어서 깡패 짓을 하냐! … 그리고 경찰이 깡패와 손을 잡다니, 너희는 경찰의 수치다! 가짜 경찰이다!
가짜 경찰은 죽도록 맞아야 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곤봉에 맞는 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그렇게 보스 남궁철과 경찰특공대 둘이 견딜 수 없는 매를 맞고 그 자리에서 쭉 뻗었다.
한편 임무혁은 계속 내달렸다. 삼거리에 접어들자, 왼쪽으로 내달렸다. 바로 풍어 절벽 방향이었다.
임무혁은 무전으로 백궁 신재순 시장에게 말했었다. 풍어 절벽 큰 나무에 테이프 2개가 있다고 말했었다.
“놈이 풍어 절벽으로 달려갑니다!”
임무혁을 따라서 달리던 전해식 의원이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신재순 시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임무혁이 그랬어. 남은 테이프가 풍어 절벽 큰 나무에 매달려 있다고….”
전의원이 손뼉을 짝! 치며 답했다.
“풍어 절벽에 큰 나무가 있습니다. 조업을 보호하는 나무 신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그곳으로 어서 가자!”
“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전해식 의원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빠져서 임무혁의 뒤를 쫓았다.
신재순 시장이 김덕기 과장에게 말했다.
“총을 다 닦았어?”
“네, 다 닦았습니다. 이제 이상 없습니다.”
“좋았어. 자신 있어? 임무혁을 맞출 수 있겠어?”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솜씨는 아직 녹슬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수시로 사격 연습합니다.”
“좋았어. 자네만 믿겠어.”
신재순 시장이 전해식 의원을 따라서 내달렸다. 그 뒤를 김덕기 과장이 권총을 들고 따라갔다.
“서라!”
큰 소리가 들렸다. 백궁 조직원 셋이 임무혁을 뒤따라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임무혁은 정신없이 내달렸다. 그렇게 풍어 절벽으로 향했다. 저 앞에 넓은 공터가 보였다.
그곳은 절벽 끄트머리였다. 끄트머리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뭇가지에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그건 참사 현장을 녹화한 6mm 테이프 두 개였다. 임무혁이 말한 그대로였다.
“헉! 헉!”
임무혁이 거친 숨을 내쉬고 절벽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임무혁!”
그때 셋이 미친 듯이 임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임무혁은 막다른 길에 있었다. 절벽 아래는 수직 암벽이었다.
높이는 40m가 넘었다. 검은 바다가 넘실거렸다. 이 높이에서 바다로 떨어지면 즉사였다. 그 충격을 견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신재순 시장과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이 속도를 높였다. 임무혁이 절벽 앞에서 주춤하자 기세를 올렸다. 그들 사이 거리는 30m였다.
“쏴 버려!”
신재순 시장의 말에 김덕기 과장이 달리면서 권총을 쳐들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탕! 탕!
임무혁이 총소리를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악!”
비명이 들렸다. 임무혁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감쌌다.
그 모습을 보고 김덕기 과장이 쾌재를 불렀다.
“역시 내 실력은 죽지 않았군. 하하하!”
“으으으!”
임무혁이 신음을 흘렸다.
급하게 달리던 신재순 시장,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임무혁을 향해 다가갔다.
셋이 나란히 걸으며 임무혁을 점점 압박했다. 그들 사이 거리가 20m 이내로 줄어들었다.
고개를 푹 숙였던 임무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 커다란 분노심이 서렸다. 두 눈에서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