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_53_쾌속정, 죽음의 질주

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철썩! 철썩! 파도 소리와 함께 끼룩! 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렸다.


유람선이 등장하자, 갈매기들이 유람선 위로 몰려왔다. 갈매기들이 유람선 위에서 빙빙 돌며 울어댔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보스 남궁철이 고개를 들어 갈매기 무리를 바라봤다. 그가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것들이 배가 고픈 모양이군. 재수 없게 쓰리 ….”


임무혁이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궁은 들어라. 내가 요구한 물건을 넘겨라. 구명정을 타고 쾌속정 앞으로 와라! 허튼짓은 어림도 없다. 그럴 시, 참사 영상을 세상에 공개하겠다.”


무전을 들은 차미진이 신재순 시장에게 임무혁의 요구를 보고했다.


신시장이 손뼉을 짝! 치고 오른 손가락으로 쾌속정을 가리켰다. 물건을 넘기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김덕기 과장이 답하고 바닥에 있는 가방들을 내려다봤다. 가방 숫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차미진에게 말했다.


“차미진, 당신이 남편한테 전달해.”


“제가요?”


차미진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성난 남편 앞으로 가기 두려웠다.


김과장이 미간을 좁히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에 따라!”


“아, 그게 ….”


차미진이 주저하자, 보스 남궁철이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미진이는 임무혁과 악연입니다.”


김덕기 과장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남궁철, 네가 갔다가 매만 맞고 온다. 임무혁 화만 돋울 뿐이야.”


“알겠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차미진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남편을 만나서 물건을 전달하고 잘 달래겠습니다.”


“그래, 그게 바로 네 임무야. 그래서 널 데리고 온 거야. 가서 잘해! 네 남편이잖아!”


“…….”


차미진이 답을 하지 못했다. 고개만 푹 숙일 뿐이었다.


잠시 후 구명정 하나가 유람선에서 떠났다. 구명정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한 명은 구명정 모터를 조정하는 물뱀파 조직원이었고 다른 사람은 차미진이었다.


차미진 옆에 검은색 가방 열 개가 있었다. 다 커다란 가방이었다.


한 가방 안에는 현금 30억 원이 들어있었고 다른 가방에는 코카인이 잔뜩 들어있었다.



타 타 타 타!



모터 소리가 들리자, 임무혁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이제부터 진짜 작전 시작이었다. 계획대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뒷좌석에 이정길이 새우 모양으로 누워있었다. 그가 살려달라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임무혁이 그를 백궁에 넘긴다면 그는 바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배신자의 말로는 끔찍하기 마련이었다.


잠시 측은한 표정으로 이정길을 내려다보던 임무혁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정길은 자기가 저지른 업보를 치러야 했다.



타 타 타 타!



모터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구명정이 쾌속정 근처에 왔다. 임무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정지!”


구명정이 멈췄다. 두 배 사이 거리는 1.5m에 불과했다.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서 두 배가 계속 출렁거렸다.


차미진이 애타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잘 생각해. 우리는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지인들이 그랬잖아. 우리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 최고의 선남선녀라고 그랬어.

내가 그동안 당신의 마음을 몰랐어. 그런 아픔이 있는지 까마득하게 몰랐어.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내가 그 마음을 다독여줄게.

나를 믿어. 그러니 우리랑 손을 잡아. 그게 제일 좋아!”


차미진이 두 눈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러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임무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기를 참 잘하는구나. 배우를 하지 그랬어. 배우를 했다면 대성했겠는데. 한국의 모니카 벨루치 아니 이자벨 아자니가 됐겠지. 눈물의 여왕이 됐을 거야.”


“뭐라고!”


차미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화를 참지 못했다.


임무혁이 씩 웃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당신 옆에 있는 가방이나 던져. 물건이 제대로 왔는지 확인해야겠어. 당신은 내 아내였으니 최대한 배려해줄게.”


“웃기지 마! 임무혁. 백궁에 개기면 죽음이야. 명심해! 나는 옛정을 생각해서 분명히 기회를 줬어. 나중에 나한테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


“그래, 알았어. 물건이나 넘겨.”


차미진이 가방들을 보며 말했다.


“코카인이 1톤이라서 양이 아주 많아. 저 작은 배에 다 실을 수 있겠어?


임무혁이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일단 싣고 온 거나 다 넘겨.”


“알았어.”


차미진이 옆에 있는 조직원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조직원이 가방 열 개를 쾌속정으로 던졌다. 가방을 받은 임무혁이 말했다.


“유람선으로 돌아가. 물건을 확인하고 다시 무전을 할 테니. 그러면 남은 코카인을 넘겨.”


차미진이 말했다.


“테이프 위치를 가르쳐줄 거지?”


“그럼. 그게 거래니까. 난 약속은 지켜.”


“알았어.”


“잠깐, 여기 이 물건도 데리고 가. 이순경 아저씨야.”


임무혁이 뒷자리로 이동해서 이정길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구명정을 향해 던져 버렸다.


이정길이 허공을 가르다 구명정 앞에서 풍덩 떨어졌다. 조직원이 서둘러 이정길을 묶은 밧줄을 잡았다.


밧줄을 끌어 올리자, 물에 젖어서 생쥐가 된 이정길이 구명정으로 올라왔다.


조직원이 이정길이 문 재갈을 풀었다. 재갈이 풀리자, 이정길이 벌벌 떨면서 임무혁에게 외쳤다.


“안 돼! 나는 유람선으로 가면 바로 죽어! 무혁아! 제발 살려줘. 내가 평생 하인으로 지낼게! 나를 보내지 마!”


임무혁이 고개를 돌려 그 소리를 외면했다.



타 타 타 타!



모터 소리가 다시 들렸다.


구명정이 다시 유람선으로 돌아갔다. 임무혁이 서둘러 첫 번째로 받은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 돈이 들어있었다. 돈다발이 수북했다.


“맞는군.”


임무혁이 돈다발을 확인하고 가방을 닫았다. 곧바로 두 번째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 하얀 가루를 담은 투명 팩이 있었다.


팩을 열자, 새하얀 가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임무혁이 새하얀 가루를 손으로 만졌다.


그가 맞는다는 듯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마약반 베테랑 형사였고 에이스였다. 오랜 경험으로 새하얀 가루가 코카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차미진이 유람선 앞에 멈췄다. 조직원들이 나머지 가방을 구명정에 싣기 시작했다.


이정길이 유람선으로 올라왔다. 조직원들이 그를 갑판에 내팽개쳤다.


“아이고!”


이정길이 커다란 고통을 호소하며 몸부림쳤다. 그는 꽁꽁 묶여 있었다. 그래서 낚인 물고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백궁 조직원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잡아 먹을 기세였다.


신재순 시장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려.”


“알겠습니다.”


보스 남궁철이 대답했을 때



타 타 타 타!



쾌속정에 시동이 걸렸다. 모터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 소리를 듣고 신재순 시장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임무혁이 뭔가를 하려는 거 같았다.


신시장이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무전기를 든 김덕기 과장이 그에게 무전기를 넘겼다.


신재순 시장이 급히 말했다.


“임무혁! 나는 신재순 시장이다! 왜 시동을 걸었지? 섬에다 코카인을 옮길 생각이냐?”


22년 참사를 주도한 신시장의 목소리가 임무혁의 귓가에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임무혁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핏빛 분노가 확 끓어올랐다.


순간! 차분했던 눈빛이 맹수의 눈빛으로 돌변했다. 그렇게 전설의 재규어가 됐다.


그가 무전기를 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아낌없이 표출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신재순! 코카인은 … 더는 필요 없다. 코카인과 30억 현금은 너희가 저승으로 가지고 갈 노잣돈이다. 너희가 다 가져라! 나는 단 하나도 필요 없다!!”


“뭐, 뭐라고?”


신재순 시장이 깜짝 놀랐다.


“테이프 두 개는 매향 북도 풍어 절벽, 큰 나무에 걸어놨다. 갖고 갈 수 있으면 갖고 가라! 그전에 너희가 한 짓을 책임져라!!”


“테이프가 절벽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말이냐?”


바로 그때



타 타 타 타!!



쾌속정이 미친 듯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유람선을 향해 돌진했다.


임무혁이 배의 속도를 최고로 올렸다. 그렇게 배와 함께 유람선으로 달려갔다.


“뭐야? 배가 온다!”


“막아! 충돌한다!”


“저격수!”


저격수들이 급히 쾌속정을 겨냥했다. 요동치는 와중에서도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은 베테랑이었다. 최대한의 요령을 발휘해 사격했다.



탕! 탕! 탕!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임무혁이 두 눈을 부릅떴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쾌속정을 몰았다. 총알이 운전석 근처를 맞추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두 배 사이 거리가 10m 이내로 접근했을 때!


임무혁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타이머였다. 시간은 3초였다. 그가 타이머 스위치를 꾹 누르고 쾌속정에서 번개처럼 뛰어내렸다.


저격수들이 임무혁을 계속 쐈다.



탕! 탕! 탕! 탕! 탕!



풍덩!


하얀 물보라와 함께 임무혁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주인을 잃은 쾌속정이 미친 듯이 유람선으로 질주했다.


“곧 충돌한다!”


“안전 봉을 모두 잡아!”


백궁 조직원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뭔가를 확실히 잡아야 했다. 그래야 배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운명의 시간이 결국, 22년 만에 다가왔다.


이윽고



쿵!!



돌진하던 쾌속정이 유람선과 충돌했다. 무척 강한 충돌이었다. 그 충격에 유람선이 급격히 중심을 잃고 기울어졌을 때


타이머 시간이 다 됐다.



콰아앙!!!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순간! 쾌속정이 사과가 깨지듯이 폭발했다. 유람선도 같이 폭발했다.


“아악!”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다.


“악!”


“사람 살려!”


폭발 이후, 유람선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배가 급격하게 침몰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백궁 조직원인 탄 유람선이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22년 그들이 저질렀던 짓을 똑같이 당하고 말았다.


임무혁은 물속에서 잠수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물 위로 올라왔다. 저 앞에 거대한 화염과 치솟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유람선이 급속하게 침몰했다.


유람선 근처 바다에 많은 사람이 떠있었다. 죽었는지 둥둥 떠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살려고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됐다. … 말보다는 행동이지.”


임무혁이 헤엄치기 시작했다. 저 앞에 보이는 매향 북도 바닷가로 향했다.


그때 모터 소리가 들렸다.



타 타 타 타!



유람선 구명정이 움직였다. 구명정에 네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백궁의 핵심인 신재순 시장,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 보스 남궁철이었다. 그들이 구명정을 타고 임무혁을 뒤쫓았다.


“임무혁, 저놈을 잡아! 반드시!!”


신시장이 목이 터져라, 크게 외쳤다.


임무혁이 죽기 살기로 헤엄쳤다. 그는 섬마을 소년이었다. 그래서 바다 수영을 누구보다 잘했다.


구명정이 최고 속도로 임무혁을 쫓아왔다.


생사를 건 추격전이 바다에서 펼쳐졌다.


임무혁이 사력을 다해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물살을 힘차게 가르며 바닷가로 향했다.



타 타 타 타!



모터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1분 후, 임무혁이 바닷가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그가 푹 젖은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서 짜디짠 소금물이 비처럼 마구 쏟아졌다.


그 뒤에 살기를 주체할 수 없는 구명정이 보였다. 뱃머리가 상어처럼 임무혁으로 향했다. 배와 임무혁 사이 거리는 20m에 불과했다.


김덕기 과장이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백색 궁전은 포기를 몰랐다. 그들이 임무혁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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