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_51_결전의 날, 매향 북도 앞바다

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윤진희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이민우와 임주리를 기다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다 두 눈을 번쩍 떴다.


저 멀리에 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윤진희가 크게 말했다.


“저기요! 저기 차가 오고 있어요!”


“그러네요. 차가 오고 있어요.”


임무혁이 차를 확인하고 말했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차 한 대가 공터에 주차했다. 차 문이 덜컹 열리고 두 사람이 내렸다. 애타게 기다리던 이민우와 임주리였다.


임주리가 오빠와 어머니를 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빠! 엄마!”


“그래, 우리 딸!”


윤진희가 딸을 향해 달려갔다. 임주리는 윤진희가 가슴으로 낳은 딸이었다. 윤진희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무혁, 임주리 남매를 키웠다.


“엄마!”


“무사히 왔구나!”


모녀가 서로 부둥켜안았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애틋함이 더 했다.


윤진희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너무 말라서 뼈밖에 없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엄마!”


임주리가 폭풍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임무혁이 바라봤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적에게 갇혔던 임주리를 드디어 구해냈다.


이제 복수의 끝에 다다랐다. 적과 한판 대결을 벌여 사생결단을 내야 했다.


다행히, 고단한 복수의 여정에 친구들이 있었다. 임무혁 옆에 의형제 이민우와 은인 최운성이 있었다.


셋이 눈빛을 교환하고 한자리에 모였다. 셋 다 누구라 할 거 없이 씩 웃었다. 죽기를 각오한 결연한 모습이었다.


그 용기가 밤하늘의 샛별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그 중심에 임무혁이 있었다. 복수의 마지막은 임무혁의 몫이었다.


한편 김덕기 과장은 인천지하철 공영역으로 달려갔다. 보관함 7번을 열었다.


안에 물건이 있었다. 이민우의 말대로 6mm 테이프 한 개와 쪽지 한 장이 있었다. 그리고 무전기 한 대도 들어있었다.


물건을 확인한 김과장이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옆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어서 캠코더를 줘!”


“네. 여기 있습니다.”


캠코더를 받은 김덕기 과장이 걸음을 옮겼다. 쪽지와 6mm 테이프, 캠코더를 들고 구석으로 향했다.


구석에 다다르자, 부하들에게 외쳤다.


“너희는 사방을 감시해! 수상한 자가 있나 살펴봐!”


“알겠습니다.”


부하들이 사방을 살피자, 김과장이 서둘러 영상을 확인했다.


2분 후 안도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22년 전 매향 북도에서 찍은 참사 영상이 맞았다.


김덕기 과장이 참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맞는군. 임무혁이 약속을 지켰어. 일이 잘 풀리고 있어.”


김과장이 영상을 확인하고 쪽지를 들었다. 쪽지를 확인하려 할 때 부하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부하가 말했다.


“과장님, 공원 분수대에서 두 사람을 찾았답니다.”


김덕기 과장이 급히 말했다.


“손정기 반장이랑 남궁철이야?”


“네, 맞습니다. 둘 다 모질게 매를 맞았답니다. 병원으로 후송 중입니다.”


“손반장 상태는 어때?”


“심한 매를 맞고 실신한 상태랍니다.”


“알았다.”


김과장이 한 손을 흔들었다. 이만 가보라는 뜻이었다. 이에 부하가 자리를 피했다.


김덕기 과장이 한 손을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제 쪽지를 확인해야 했다. 임무혁의 요구 사항을 확인해야 했다.


김과장이 다시 쪽지를 들었다. 쪽지는 반으로 접혀 있었다. 김과장이 쪽지를 펴고 그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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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무혁이다.


약속한 대로 22년 전 참사 영상 하나를 넘겼다. 남은 두 개는 매향 북도 앞바다에서 그 위치를 가르쳐 주겠다.


참사의 당사자, 백궁 멤버들은 내일 정오까지 배 한 척을 타고 매향 북도로 와라! 구명정 두 척이 달린 배이어야 한다.


그들은 다음과 같다!


신재순 서울 시장

전해식 인천시 국회 의원,

김덕기 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장,

물뱀파 보스 남궁철

서울시 부시장 김옥순

…………………


그리고 준비할 게 있다. 그건 현금 30억 원과 코카인 1톤이다.


다른 배가 있다면 우리의 계약은 무효다! 구명정 두 척이 달린 커다란 배 한 척만 타고 와라!


내 요구를 무시할 시 증거 영상을 세상에 뿌리겠다.


매향 북도에 도착하면 이 무전기로 연락해라!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이미 넘긴 테이프 하나가 이를 증명한다. 이정길처럼 쩨쩨하게 굴지 않겠다. 거래는 단 한 번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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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다 읽고 김덕기 과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무엇보다 놀란 건 현금 30억이 아니라 코카인 1톤이었다.


코카인 1톤은 500억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2,500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약이기도 했다.


“젠장!”


김과장이 이를 악물었다. 임무혁의 요구가 터무니없다고 여겼다. 그가 급히 전해식 의원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전의원이 곧바로 받았다.


“김과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임무혁이 약속대로 테이프 하나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무리한 요구를 해왔습니다.”


“무리한 요구라고요? 그게 대체 뭐죠?”


김덕기 과장이 쪽지의 내용을 전해식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 말을 듣고 전의원이 깜짝 놀랐다. 전의원이 말했다.


“아니, 코카인 1톤을 넘기라고 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으으으~!”


전해식 의원이 신음을 토해냈다. 그가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신재순 시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이런!”


신시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미간을 모으고 인상을 팍 썼다. 그렇게 분노를 표출했다.


바닷가 별장 응접실에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백궁 주요 인사들이 두 눈을 껌벅이며 신재순 시장의 눈치만 봤다. 그렇게 신시장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1분 후, 신재순 시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 일단 임무혁의 지시에 따르세요. 코카인 1톤은 막대한 양이지만, 증거가 폭로되는 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다행히 현금 30억은 적은 금액이니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전해식 의원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시장님 말씀대로 코카인 1톤을 임무혁에게 넘기면 큰 손해를 바로 입지만, 내년이면 바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시장님이 대통령이 되시면 더 빨리 손실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서울 부시장도 동의했다.


그렇게 백궁 회의 결과, 임무혁과 거래하기로 결정이 났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이었다.


신재수 시장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내일 중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와인 한 잔씩 들고 집에 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백궁 주요 인사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한지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던 전해식 의원이 잔을 내려놨다. 뭔가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신시장에게 말했다.


“시장님, 배를 타고 매향 북도로 가는 게 … 좀 마음에 걸립니다.”


신재순 시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신시장이 무척 신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임무혁 그놈이 허튼 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찰과 물뱀파 행동대를 배 안에 배치하겠습니다.”


신재순 시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의원님, 내일 일을 잘 처리해야 합니다. 만약 일이 생긴다면 임무혁 일당을 가차 없이 해치워야 합니다. 철저히 준비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솜씨 좋은 저격수를 배치하겠습니다. 흐흐흐!”


전해식 의원이 말을 마치고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신재순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건배하고 와인을 들이켰다.


15분 후 바닷가 별장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각자 차를 타고 별장에서 떠났다.


사람들이 떠나자, 별장이 어두컴컴해졌다. 그렇게 어둠 속에 파묻혔다.


그렇게 복수의 전날이 막을 내렸다.


남은 건 사생결단뿐이었다. 생사를 초월해야 했다.



다음날

2025년 10월 17일 오전 11시 00분


운명의 날이 밝았다.


임무혁이 백색 궁전, 백궁과 정면으로 맞닥트리는 날이었다. 바로 결전의 날이 시작됐다.


22년간의 사무친 원한과 분노, 치욕을 갚아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하늘은 임무혁의 원한을 모르는지 화창하기만 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햇볕이 따뜻했다.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일 년 중 가장 날이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 놀러 가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복수하기도 참 좋은 날이었다.


오늘 매향 북도로 출항하는 특별편이 배정되었다. 이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출항 시각에 맞춰 유람선 한 척이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선착장에 모여 있던 차들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승객 50명이 유람선에 올라타자, 배가 출발했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이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매향 북도로 향했다.


유람선은 통상적인 유람선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특별 전세를 낸 배였다. 배 안에는 백궁 조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백궁 주요 인사와 경찰 특공대, 물뱀파 행동대였다. 경찰 특공대 안에도 백궁 조직원들이 다수 있었다.


신재순 시장이 그들은 급히 불러 모았다. 그들에게 긴급 경호 임무를 맡겼다.


경찰 특공대 저격수가 저격용 총을 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선장과 선원들이 깜짝 놀랐다. 김덕기 형사과장이 선장에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지금 경찰이 특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협조하세요. 이 모든 일은 국가 비밀입니다.”


“알겠습니다.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선장이 쩔쩔매는 목소리로 답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파도가 잠잠했다. 유람선이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물살을 갈랐다. 그렇게 순항했다.


백궁의 수장인 신재순 시장이 뱃머리에 올라 바닷바람을 즐겼다.


그 옆에 전해식 의원, 김덕기 과장, 보스 남궁철, 임무혁의 아내 차미진이 있었다.


남궁철은 모진 매를 맞아서 얼굴이 멍투성이였다.


차미진는 머리에 붕대를 둘렀다. 그녀는 남편에게 그 정체를 들켰을 때 실수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머리를 다쳤다. 중상은 아니었지만, 머리에 붕대를 둘러야 했다.


끼룩! 끼룩! 갈매기 소리가 들렸다.


신재순 시장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일만 잘 해결되면 만사형통할 거 같았다.


그는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


악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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