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_52_임무혁, 백궁에 홀로 맞서다

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보스 남궁철이 신시장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문님. 제가 바보같이 잡히는 바람에 고문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신재순 시장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남궁철 회장님, 임무혁 그자가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기습당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 지난 일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신시장이 통 크게 말했다.


보스 남궁철이 감격한 목소리로 답했다.


“고문님, 정말 감사합니다.”


신재순 시장이 정색하고 말했다.


“남궁철 회장님.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임무혁 그놈이 약속을 어기고 허튼 짓을 한다면, 그때는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합니다.

물뱀파 행동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당하지 않겠습니다. 임무혁 그놈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악랄하지, 얼마나 독한지,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주겠습니다. 임무혁 그 놈은 제 모습을 보고 기절초풍할 겁니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신재순 시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계속 바다 경치를 즐겼다. 그렇게 배가 매향 북도로 향했다.


10분 후, 저 멀리에 섬이 보였다. 선장이 방송으로 안내 사항을 전달했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은 매향 남도입니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파도가 곧 높아질 겁니다.

안전에 유의하세요. 갑판에 오르신 분은 안전 손잡이를 반드시 잡아주세요. 구명조끼는 필수입니다.”


신재순 시장이 매향 남도를 확인했다. 선장의 말대로 바람이 점점 거세졌고 배가 심하게 흔들거렸다.


김덕기 과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구명조끼를 모두 착용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급히 움직였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급히 구명조끼를 입었다.


전해식 의원이 매향 남도를 보다가 신재순 시장에게 말했다.


“저 섬이 매향 남도입니다. 남도를 지나가면 바로 북도입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그곳은 제 고향입니다.”


“그렇군요. 이제 다 왔군요. 오랜만에 고향에 오신거죠?”


“네, 그렇습니다.”


전의원이 답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향에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어르신들과 친구들, 동생들, 조카들을 모두 살해했다. 그는 돈과 권력 앞에서 양심을 버렸다.


그에게 있어 양심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심 가책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큰돈을 벌어서 즐거울 때마다 참사의 현장이 떠올랐고 권력의 정점에 가까울수록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


그는 매일매일 견딜 수 없는 고통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악랄해져 갔다.


그렇게 자신을 속였다.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신재순 시장의 얼굴이 긴장감이 서렸다. 즐거웠던 표정이 싹 사라졌다.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격수한테 준비하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해식 의원이 답을 하고 명령을 김덕기 과장에게 전했다. 김과장이 저격수들에게 최종 점검 지시를 내렸다.


유람선이 매향 남도를 지났다. 5분만 더 가면 매향 북도 앞바다였다. 바로 임무혁이 정한 약속 장소였다.


중요한 5분이었다. 신재순 시장을 비롯한 백궁 주요 인사들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점점 타오르는 긴장감을 달랬다.


5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1분,

2분,

3분,

4분,

5분



5분이 지났다. 그러자 저 앞에 뭔가가 보였다. 어렴풋했지만, 뭔가가 있었다. 바로 매향 북도였다. 매향 북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왔군!”


신재순 시장이 짤막하게 말하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유람선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고 속력으로 매향 북도 앞바다로 향했다.


잠시 바다를 유심히 살피던 보스 남궁철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했다.


“임무혁이 탄 배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신재순 시장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오까지 5분 정도 남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일단 기다려 봅시다. 임무혁은 여태까지 약속을 잘 지켰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5분 뒤에는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람선이 속도를 줄였다. 매향 북도가 선명하게 보이는 앞바다에서 멈췄다. 그렇게 임무혁을 기다렸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12시 58분, 1시 59분, 12시, 정오가 되었다.



“됐군.”


현재 시각을 확인하던 신재순 시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임무혁을 기다렸다.


바로 그때!



타! 타! 타! 타!!



모터 소리가 크게 들렸다.


쾌속정 한 척이 큰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매향 북도 뒤편에서 매향 북도 앞바다로 바람처럼 달려왔다.


“왔군!”


신재순 시장이 바람처럼 나타난 쾌속정을 확인하고 긴장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김덕기 과장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주먹을 꽉 쥐고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 비상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네, 알겠습니다.”


저격수들이 답을 하고 무전을 나누기 시작했다. 저격수는 총 세 명이었다.


“저격수 1조 스탠바이.”


“저격수 2조 스탠바이.”


“저격수 3조 스탠바이.”


저격총의 총구가 쾌속정을 향했다. 작대기처럼 기다란 총열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파도가 점점 거세졌다. 배의 흔들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크게 들리던 쾌속정의 모터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이내 그 소리가 사라졌다.


쾌속정이 매향 북도 앞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출렁거렸다. 유람선과 60m 거리였다.


저격수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이 의견을 나눴다.


“저격수 1조입니다. 배가 너무 출렁거려서 조준이 어렵습니다.”


“저격수 2조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저격수 3조도 동일합니다.”


저격수를 통제하는 팀장이 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그가 김덕기 과장에게 연락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과장님, 현재 저격이 어렵습니다. 배가 지나치게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타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맞출 수 있는 상황입니다.”


보고를 받은 김덕기 과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현재 저격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격하려면 파도가 잠잠해야 했다. 아무리 노련한 저격수라도 심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는 제대로 저격하기 어려웠다.


쾌속정은 유람선보다 훨씬 더 흔들거렸다. 쾌속정과 유람선은 그 크기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유람선은 최대 60명을 태울 수 있었고 쾌속정은 정원이 4명에 불과했다.


요동치는 쾌속정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한 명은 오늘 목숨을 걸고 복수를 완수하려는 임무혁이었다.


다른 한 명은 백궁 조직원이자, 야비함의 상징인 이정길이었다.


이정길은 꽁꽁 묶여 있었다. 입에 재갈도 물려 있었다.


임무혁의 동료는 보이지 않았다. 임무혁 혼자 약속 장소인 매향 북도 앞바다에 나왔다.


그렇게 홀로 거대한 마약 카르텔 조직인 백색 궁전에 맞섰다.


정신없이 흔들거리는 배에서 임무혁이 우뚝 섰다. 그가 무전기를 들었다.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임무혁이다. 22년 전 매향 북도 참사의 생존자다! 백궁은 이에 답해라!”


그 무전이 곧 유람선으로 날아갔다. 무전기는 임무혁의 아내이자 백궁의 조직원인 차미진이 들고 있었다.


차미진은 물뱀파 비밀 조직원이었다. 보스 남궁철이 빨대 임무혁을 감시하기 위해 그에게 붙인 스파이였다.


임무혁을 그것도 모르고 차미진의 미모와 상냥함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고 말았다.


이후 차미진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백궁 조직원이 되었다.


물뱀파 경찰 끄나풀을 자처하며 경찰에 거짓 정보와 교란 정보를 흘리며 경찰을 농락했다.


차미진이 남편, 임무혁의 목소리를 듣고 움찔했다. 그녀도 양심이 있었다. 자기가 한 짓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남자의 마음을 농락했고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하지만 그녀는 백궁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야.”


무전기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임무혁이 깜짝 놀랐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백궁 조직에 아내 차미진이 있는 걸 알았지만, 그녀를 이곳으로 부르지 않았다. 이곳은 죽음의 바다였다.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백궁에서 그녀를 배에 태웠다. 그리고 무전기까지 들고 있었다.


“…….”


임무혁이 침묵을 지키자, 차미진이 계속 말했다.


“여보! 여보! 나야 미진이.”


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이는 경찰이 용의자를 포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용의자의 부모나 아내, 동생, 형을 이용해 용의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임무혁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을 부른 적이 없는데 … 왜 온 거지?”


차미진이 서둘러 답했다.


“당신이 걱정돼서 온 거야. 복수는 그만 접고 우리랑 손을 잡아. 그러면 모두 행복할 수 있어.

조직에서 당신 능력을 높이 샀어. 중간 보스를 자리를 약속했어. 그러면 나도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어.”


“뭐? 나한테 온다고?”


“응, 반장님과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당신 질투하라고 쇼한 거야.”


“쇼라고?”


“응!”


임무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정신없이 출렁이는 배에서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진짜 경찰과 잘 어울려. 나는 아니야. 나는 진짜 경찰도 아니고 조직원도 아니야.

나는 매향 북도에서 부모를 잃은 한 남자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이번 거래일 뿐이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


“여보!”


“차미진! 오늘부로 나는 너의 남편이 아니다! 내 말을 잘 듣고 내 말 그대로 신재순 시장에게 전달해!

당장 유람선 선장과 선원, 직원을 모두 구명정에 태워 매향 남도로 보내! 이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야!

그 사람들은 우리 일과 관련이 없어. 백궁이 아닌 사람들을 모두 구명정에 태워! 어서 움직여!”


“알았어.”


차미진이 임무혁의 요구를 신재순 시장에게 전했다. 신시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람선에서 열 명이 배에서 내렸다. 그들이 구명정을 타고 매향 남도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궁과의 싸움에 애꿎은 사람이 죽으면 안 됐다. 그건 반드시 피해야 했다.


임무혁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파도가 더욱 일렁였다. 유람선과 쾌속정이 60m 거리에서 대치하며 쉴새 없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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